먼저 여성 지도력을

먼저 여성 지도력을

[ 기자수첩 ] 기자수첩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3년 09월 09일(월) 17:12
지난 5일, 2박 3일간의 여전도회전국연합회 제78회 총회가 막을 내렸다.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500여 명의 어머니들은 조용했던 종로 5가 일대를 한바탕 들었다 놨다할 정도로 뜨겁게 총회에 임했다. 그들의 열정 덕에 여전도회관 건물은 엘레베이터가 지체되고, 수백명의 총대들로 로비가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들의 갑작스러운 등장은 입주자들에게도 생소했다. 개회 첫날 회관 엘레베이터를 함께 탄 무리 중 한 젊은이가 "우리 엄마가 저런(?) 아줌마들이랑 몰려 다니면 나 진짜 죽어버릴거야"라는 농담으로 동료들을 웃게 만들었다.
 
교회와 더군다나 여전도회 활동에 대해 무지한 사람들에게 여전도회 총대들의 모습이 그저그런 동네 아줌마들의 계모임 수준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또한 여성비하적인 발언임은 틀림 없지만 이해할 수 있다고 치자. 그렇다면 교회는 어떤가. 한국교회 여성도가 전체 60% 이상를 차지하는데도 여전히 남성들은 여성들에게 '조용하고 잠잠하라'고만 교육한다. 여전히 교회는 여성들의 열정을 '나선다'고 표현하면서 유난히 인색한 평가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엘레베이터 안의 젊은이가 과연 교회 내에는 없는지 한번 묻고 싶다.
 
그도 그럴 것이 교회 내 주요 의사결정은 남성들 차지다. 여성들은 여전히 주방이나 청소를 담당하거나 한복을 입고 안내를 맡는다. 더구나 지난 1997년 여성안수가 통과된 이래 총회 여성총대는 1%를 넘은 적이 없다. 하물며 교회 여성들은 교회내 남녀차별을 없애고 여성을 동역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홍보 동영상까지 만들었다. 혹여나 여성들이 리더십이 부족하다고 반문한다면 교회가 먼저 여성지도력이 세워질 수 있도록 여성 참여를 의무화하고 교육하면 되는 것이다. 적어도 교회여성들의 헌신이, 그리고 지난 130년 동안 우리 어머니들이 한국교회 부흥의 동역자임을 모르지 않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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