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원로

우리 시대의 원로

[ 목양칼럼 ] 목양칼럼

전세광 목사
2013년 09월 03일(화) 15:38

지난 주일 교회 창립 38주년 감사예배를 드리는 자리에 원로목사님을 모시었다. 구순을 바라보는 연세에도 2부와 3부 예배에 축복의 말씀과 함께 축도를 해 주셨다. 몸이 예전 같지 않아 비록 부축을 받고 강단에 서셨으나, 말씀과 기도 한 마디 한 마디가 얼마나 충만하면서도 깊이가 있으신지 그분의 영성과 교회와 성도들을 위한 사랑을 절절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내는 그 쩌렁쩌렁하던 목소리가 많이 약해지셔서 안타까왔지만 야곱이, 모세가 신앙의 후손들을 축복하는 듯한 감동이었다 한다.
 
목사님은 영적으로 충만한 기도의 종이면서도 인간적으로는 늘 따뜻하고 인자하신 분이시다. 특별히 후임자인 나에게는 목회적으로는 아주 신사적인 전임자이시다. 아들 같은 후임목사를 늘 존중해 주고 세워주시지만 교회와 목회에 관하여는 일절 간섭이 없으시다. 내가 처음 부임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원로 목사님 아들의 결혼 예식이 있었다. 아직 젊은 후임목사이기에 주례를 맡기기 쉽지 않았으리라. 그러나 노회 목사님들이나 장로님들, 지역 유지들과 성도들 앞에 후임자를 세워주시려고 막 40을 넘긴 담임목사에게 맡겨 주셨다. 늘 감사하게 생각되는 일이다.
 
내 주위에는 이제는 후배들에게 일선 교회의 사역을 맡기고 물러나셨지만, 주의 나라와 복음을 위하여 아직도 섬김의 불꽃을 태우시는 참 존경스런 은퇴ㆍ원로목사님이 여러분 계신다. 은퇴 후 여생을 아프리카 선교를 위하여 후배 목사님들과 함께 선교회를 섬기면서 이모저모로 애쓰시며 인생의 황혼을 아름답게 물들이고 계시는 내가 모셨던 원로 목사님을 비롯하여, 지난 여름 그 무더운 폭염 가운데서도 이번에도 어김없이 교회 연합 영성훈련인 '사랑의 동산'에 올라와 까마득한 후배 목사들과 한 방에서 같이 뒹굴며 후배 목사님들의 발을 붙잡고 간절히 기도해 주시며 섬겨주시는 형님 같은 어느 원로목사님, 후배목사들의 상담자ㆍ위로자가 되어주면서 늘 따뜻한 손을 내밀어 주시는 후배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목사님도 계신다.
 
5년 전 주님 품으로 돌아가신 필자의 아버지도 원로목사셨다. 원로목사의 자리가 담임목사의 자리만큼이나 참 어려운 자리라는 사실을 옆에서 느낄 수 있었다. 명예로운 영광의 자리임과 동시에 가시방석과도 같은 자리도 될 수 있는 그 자리를 아름답게 지키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지.
 
이번 회기로 총회 재판국원의 무거운 짐을 벗을 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이기에 부족하나마 최선을 다해 하나님 앞에서 정직하게 당사자들에게 공정하게 하려고 했지만 주님 앞에 죄송한 마음뿐이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나 자신은 참 많은 것을 깨닫고 회개하며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그 중의 하나, 분쟁이 일어나 아픔을 겪는 교회들 중 적지 않은 교회들이 그 가운데에 본의든, 본의가 아니든 원로목사님들이 연관되어, 어려운 시대 평생 동안 교회와 성도를 위해 생을 헌신했던 분들이 마땅히 신앙과 영성의 어른으로 존경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곤욕을 치르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물론 대다수의 교회와 원로목사님들은 그렇지 않지만 시대가 변한 것일까?
 
존경받는 원로가 되는 건 이제 우리 시대에는 욕심일까? 자신 할 수는 없지만 존경받는 원로, 후배들에게 사랑받는 선배목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품는 것은 흠이 아니리라.

전세광 목사/세상의빛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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