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 중 박수, 누구를 위한 것인가?

예배 중 박수, 누구를 위한 것인가?

[ 기고 ] 독자투고

김재양 장로
2013년 08월 19일(월) 11:06

며칠 전 필자가 출석하는 교회가 소속된 노회 남선교회 연합회 순회헌신예배를 많은 회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다른 교회를 시무하시는 목사님을 강사로 모시고 본 교회에서 은혜롭게 드렸다. 그러던 중 강사 목사님이 설교 후 기도까지 드리고 자리에 앉았는데, 남선교회연합회 부회장인 사회하는 장로가 느닷없이 "설교하신 목사님에게 박수 합시다"라고 하니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라 앉았던 목사가 계면쩍게 엉거주춤 일어나 인사를 했다. 사회자 장로 입장에서는 평생 예배 사회만 전문적으로 한 사람도 아니고, 사회 통념상 자주 보아 왔던 일이기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잘 한다고 한 말이고, 예배 드리던 대부분 교인들은 박수 치라고 하니까 무의식 중에, 아니면 당연히 박수치는 것으로 알고 쳤다고 하면 간단하게 그냥 넘길 일이라 생각하기 쉬운 그런 일이 있었다. 그러나 간단하게 여겨 그냥 넘길 문제가 아닌 것 같아 곱씹어 본다.
 
우리교회는 예배 중에 복음성가도, 박수도, 괴성도, 방언도 하지 않고, 심지어 축도도 타 교회, 교단 목사에게는 거의 허용하지 않고 담임목사 전담으로 하는 교회였었는데, 순진한 교인들이 앞으로는 "목사님 설교 잘하면, 장로님 기도 잘하면, 찬양대 찬양 잘하면, 헌금이나 헌물 많이 하는 사람에겐 예배 중에라도 박수 쳐야 되는 구나"라고 생각하게 교육이 되어 버린 것 같아 걱정스럽다.
 
순회헌신예배가 무슨 경연대회장도 아닌데 박수가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나와 버렸으니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두 번째 박수는 사회자의 요청도 없이 찬양 팀이 찬양을 마치자마자 괴성과 함께 터져 나왔다. 벌써 전염이 되어 버렸다는 엄연한 사실로 나타났다. 또 예배 중에 박수치는 것과 박수 받는 것이 잘못인 줄 아는 사람이 그냥 넘겼다면 이는 보통 문제가 아니다. 사회하는 장로는 잘못 배워서 몰랐다고 치고, 강사로 온 목사님은 해외 유학까지 한 엘리트 목사님이시다. 강단에 서실 때에도 로만칼라 셔츠에 링 타이 차림이니 알만 한 목사님이시라 기대가 더 했던 면도 있었지만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어정쩡하게 인사를 하지 말고, "예배 중에 사람을 두고 박수치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니 앞으로는 절대 이런 일 하지 않도록 하라"고 가르쳐 주기를 바랐는데, 참으로 안타까웠다.
 
본교단 총회에서 발간 배포한 표준예식서 어디를 보아도 예배는 인간 중심이 아니고 하나님 중심으로 하나님을 예배하는 것으로 기술되어 있다. 그런데 일선에서는 예배 순서마다 특송이니 특창 같은 낱말들을 심심찮게 구경할 수 있다. 심지어 교회 주보도 예외는 아니다. 총회 지시도, 규범도, 헌법도 무시하면서 예배와 부흥회와 수련회와 각종 예식도 구별하지 못하는지, 알고도 안하는지, 알 수 없는 짓을 하는 데도 제동을 걸지 못하는지, 안하는지…. 그냥 넘기기엔 너무나 안타깝다.

김재양 장로 / 대구상동교회 은퇴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