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시간에 그림을

설교시간에 그림을

[ 대학로 행전 ]

오동섭 목사
2013년 08월 09일(금) 13:33
   
▲ 미와십자가교회 교인들이 설교시간에 메시지와 관련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우리는 삶의 여정에서 두려움이라는 커다란 닫힌 문을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큰 붓으로 도화지 가득히 큰 문을 그렸다. "이제 한 분씩 나오셔서 자신의 삶에 두려움이 되었던 것을 떠올리며 마이너스 부호를 그려 보세요." 성도들이 앞으로 나와서 화판 위에 그려진 커다란 문 위에 각자 삶의 두려움으로 인한 마이너스를 부호로 그리기 시작했다. 어느새 화폭은 작은 선들로 가득해졌다. "우리는 이 두려움을 성령 안에서 믿음으로 담대하게 이겨낼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날마다 우리에게 '두려워 말라 강하고 담대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이제 그림을 완성하겠습니다." 성도들이 그린 가로선에 직각으로 선을 그어 플러스 부호로 만들고 그 위에 작은 수많은 십자가를 덧그려서 또 하나의 커다란 십자가를 완성한 후 말씀을 마무리한다.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 삶 속의 두려움은 어떻게 보면 장애물이 아니라 우리를 성숙케 하는 새로운 문입니다."
 
매월 첫째주 설교시간에는 그림을 그리며 말씀을 전한다. 성도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며 말씀을 완성해 갈 때 성도들은 더욱 분명한 메시지를 마음에 새기게 된다. 이렇게 그림을 그리며 설교를 하게 된 것도 돌아보면 하나님의 은혜이며 섬세하신 계획이었다.
 
2011년 9월, 서울여대 대학로 캠퍼스에서 드릴 첫 번째 예배를 앞두고 어떻게 하면 말씀을 좀 더 명확하게 전달할까 고민하던 중 설교 시작 전에 십자가 그림을 한 장 그렸다. 그것이 지금은 우리 교회의 심볼이 된 '4개의 못으로 이루어진 십자가'그림이다. (대학로행전 1장 그림참조)
 
예배가 마치자 한 성도님이 "목사님! 매주 그림을 그리면서 설교하시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순간 마음에 '설교시간에 그림을?'이라는 질문과 함께 한편 그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림을 전공한 것도 아니라 두려움과 부담감이 있었다. 하지만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더욱 부담 없이 시도해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창립예배 전이라 여러 가지 실험적인 예배를 드리고 있었기에 한번 시도해 보기로 했다.
 
한 주간 말씀을 묵상하고 설교원고를 완성하고는 그림을 구상했다. 사실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한 편의 설교를 더 준비하는 것과 동일한 부담과 시간이 필요했다. 기도하면서 설교에 맞는 그림을 구상하고는 붓을 들고 몇 번씩 연습을 했다. 그렇게 매주 그림을 그리며 말씀을 전했다. 설교 때 그림은 대체로 세 번에 나누어져서 그리게 된다. 첫 번째는 설교를 시작하면서 그림의 한 부분을 그린다. 그리고 설교 중간쯤에 성도들이 나와서 그림을 그린다. 설교 마지막 부분에 이르면 화폭에 그려진 것을 바탕으로 그림을 완성하며 설교를 마무리한다. 그림을 그리며 설교하고 그림을 완성될 때마다 함께 하시는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느낀다. 미리 그림을 구상하고 연습을 해두지만 말씀이 전달되는 현장에서 그려지는 그림은 전혀 새로운 느낌이다. 설교와 함께 그림이 완성될 때 갖는 기쁨과 말씀이 문자가 아닌 강한 이미지로 구체화 되는 감동은 특별하다. 성도들도 그림을 통해 말씀이 마음에 분명히 새겨지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고 말한다. 창립예배를 드리기 전 12주 동안 그렇게 매주 그림을 그리며 설교를 하다가 현재는 매월 첫 번째 주일 예배 때에만 그림을 그리며 설교를 하고 있다.
 
돌아보면 어릴 적 화가의 꿈은 고등학교 즈음 가정형편이라는 닫힌 문 앞에서 좌절된 듯했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 꿈을 교회개척과 함께 새롭게 이루고 계신다. 비록 비전공자의 서투른 그림이지만 말씀과 함께 그림을 준비하며 성도들과 함께 그림을 완성해갈 때마다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의 섬세하신 계획과 인도하심을 깨닫게 된다. 모든 것이 멈춘 듯한 닫힌 문에서 두려움을 걷어내시고 소망과 성장으로 인도하시는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보인다.
 
오동섭 목사 / 미와십자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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