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개와 절뚝발이의 목양신학

죽은 개와 절뚝발이의 목양신학

[ 목양칼럼 ] 목양칼럼

노창영 목사
2013년 07월 16일(화) 15:08

십여 년 전에 서울의 이문동에 있는 한 교회를 43년간 담임하시다가 은퇴하신 한 원로목사님을 어느 결혼식에서 만나 뵙고 여쭈었다. "목사님, 어떻게 한 교회에서 43년간을 목회하실 수 있으셨습니까?" 그 목사님 대답은, "허허, 병신이라 있었지요. 달리 불러주는 교회도 없고요"라는 것이었다. 그때 목회는 지혜롭고, 똑똑하고, 재주 있는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님을 배웠다. 그 이후에 대구의 서문시장 앞에 있는 한 교회에서 45년간 목회하고 은퇴하신 교단 총회장 출신의 한 원로목사님을 본인이 목회하는 교회에 부흥사경회 강사로 모실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첫날 집회를 앞두고 그 목사님과 대화를 하게 되었다. 나는 같은 질문을 드렸다. "목사님, 어떻게 한 교회에서 45년을 계셨습니까?" 역시 그 목사님 대답도 비슷했다. "능력이 없다보니 45년을 있었네요." 역시 같은 가르침이었다. 또 다른 목사님의 이야기가 있다. 어느 아는 목사가 서울에 있는 같은 노회 소속의 교회에서 25년간 목회하고 은퇴하신 선배목사님께 "목사님, 어떻게 한 교회에 25년을 계셨습니까?"라고 여쭈었다. 그 목사님의 대답도 비슷했다. "허허, 바보라서 있었지, 뭐."
 
이 세 목사님의 공통점이 있다. 목회는 병신, 무능력자, 바보가 하는 것이라는 체험적 진리였다. 이 같은 체험적 진리는 부족한 나에게도 날마다 마음 깊이 와 닿는다. 목회는 하나님 앞에 무력하고, 바보 같고, 병신 같고, 약하고, 부족하고, 실패한 자가 한다는 것이다.
 
구약성경 사무엘하 9장에 보면 다윗의 평생 원수였던 사울왕의 손자요, 요나단의 아들인 므비보셋이 나온다. 길보아산에서 블레셋과의 전투에서 사울왕과 요나단이 전사하고, 마침 이 소식을 들은 유모가 다섯 살짜리 므비보셋을 안고 뛰다가 떨어뜨려 그때부터 절뚝발이(개역성경의 표기, 개정개역은 '다리를 저는 자'로 표현)가 되었다. 그리고 몰락한 왕가의 후손이 되어 마길이란 사람의 집에서 칩거하였다. 다윗이 왕이 되고 나서 요나단과의 약속을 기억하고, 사울 집안의 남은 자인 므비보셋을 찾는다. 다윗왕은 무서워 떠는 그에게 조부 사울왕의 집과 재산을 도로 돌려주고, 왕자의 하나처럼 왕의 식탁에서 같이 먹게 한다. 특별한 은혜를 베풀어 모든 재산과 지위를 회복시켜 준 것이다.
 
이 놀라운 은혜 앞에서 절뚝발이 므비보셋은 "왕께서는 어찌 죽은 개 같은 나를 돌아보시나이까?"라고 겸손히 감사를 표현한다. 그리고 평생 다윗의 은혜를 입고 살아간다. 절뚝발이와 죽은 개는 므비보셋의 성경적 이미지가 되었다.
 
므비보셋은 하나님의 은혜를 받고 살아가는 홀로설 수 없는 절뚝발이 같은 무기력한 죄인들, 비천하기 짝이 없는 죽은 개 같은 인생들의 구약적 그림자이다. 하나님 앞에서 은혜를 입은 사람들은 나의 나됨이 내가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임을 아는(고전15:10) 겸비함의 신학으로 살아간다.
 
앞서 예를 들어 말씀한 은퇴하신 세 분 목사님들은 죽은 개의 목양신학, 절뚝발이의 목양신학을 아는 은혜의 깊이가 있는 겸비한 목회고수들이다. 나는 바보, 병신, 무능자라는 고백보다는 아직까지도 뭔가 내 힘으로 할 수 있다는 착각과 벌떡벌떡거리는 자아와 혈기가 가득한 상태로 살아가니 목회고수가 되기는 아직도 멀었나보다.
 
주여! 제가 참으로 무익한 종임을(눅13:10) 뼈저리게 깨닫게 하옵소서.

노창영 목사 / 개봉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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