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안 교인들에게 고함

가나안 교인들에게 고함

[ 기고 ] 독자투고

이만규 목사
2013년 06월 21일(금) 09:37

'가나안 교인'이 100만명 정도나 된다고 한다. 가나안 교인들이란 가나안(천국)을 소유한 구원 받은 교인이라는 말이 아니라 과거에는 교회에 다녔지만 교인들 또는 교회 지도자들의 도덕적 결함이나 신앙의 이중성 등 교회의 여러 가지 문제로 실족하여 현재는 교회에 소속되지 않고 교회에도 출석하지 않는 교인, 곧 교회에 '안나가'는 교인을 일컫는 말이다. 서구에선 이런 사람들을 '소속 없는 신앙(believing without belonging)' 또는 '교회 없는 기독인(unchurched Christian)'이라 부르지만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는 '안나가'는 교인이라는 뜻으로 '가나안' 교인이라고 한다.
 
실제로 그동안 한국교회는 교회가 보여서는 안될 많은 추태를 보였다. 교회 지도자들의 윤리적 문제나 세상 정치보다 더 추한 모습의 교회 정치꾼들의 일탈은 성도들의 신앙에 회의를 주었고 교회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 또한 교회가 외형적 성장만 추구하는 교회의 모습에 많은 실망을 안겨 주었다. 그래서 우리는 교회를 등진 이들의 비판이나 정서적 반감을 충분히 이해해야 하고 이들의 지적처럼 정말 교회는 거룩한 공동체로 세워져야 한다. 특히 목사를 비롯한 교회 지도자들의 철저한 회개와 자기반성이 필요하다. 소금이 아니라 부패의 매개 역할을 하고, 빛이 아니라 응달을 만드는 교회 지도자들이 하나님 앞에 바로 서야 한다. 오늘의 교회 침체나 신뢰 추락에 대하여는 그 상당 부분이 교회지도자들에게 책임이 있고 이 '가나안' 교인을 양산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가나안 교인 스스로의 문제와 이를 당연시 하여 그들이 무슨 장한 일이나 한 것처럼 보도하는 대중매체나 무조건 기성교회에 책임을 떠넘기며 주님의 몸된 교회를 폄훼하는데 앞장서는 유사(類似) 개혁자들의 문제이다. 우리 교회 지도자들이 무한 책임을 가지면서도 가나안 교인들의 불행스러운 생각들을 염려한다. 예배와 교회를 거부하는 배경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지만, 이유가 어디 있든지 교회를 버리고 예배를 드리지 않는다면 아무리 스스로를 신자라고 우겨도 신자는 아니다. 하나님께 예배하지 않는 사람은 성도일 수 없다. 혼자 마음으로 예배하는 것,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예배를 드리고 성경을 묵상하는 것, 인터넷으로 유명 목사의 설교를 듣는 것은 차선책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하나님을 예배하는 것이 아니라 예배를 시청하는 것일 뿐이다. 공적인 의식이 없고 공적인 참여가 없는 예배는 예배가 아니다. 특히 교회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를 찾아 교회를 떠났다면, 교회의 공동체성을 인정하지 않고 혼자 고고한 것으로 생각하는 무서운 착각이다.
 
우리는 계속하여 성화되고 세워져 가는 존재이다. 현실 교회가 역겹다고 교회를 뛰쳐나간 당사자 역시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다 썩었다'는 식의 일반논리로 교회를 폄훼하고 예배 보다는 개인 신념으로 신앙을 지킨다는 것은 위험한 판단이다. 교회 안에서도 믿음을 지키기 힘들다고 하면서 세상 속에서 혼자만의 신념으로 믿음을 지키기는 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 서로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계속하여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까지 세워질 수 있도록 서로 격려하고 함께 세워가는 겸손한 믿음이 필요하다.

이만규 목사(신양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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