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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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양칼럼 ] 목양칼럼

홍성호 목사
2013년 06월 18일(화) 16:46

며칠 전 교역자들과 함께 차 한 잔씩 들고 둘러앉아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우연히 인터넷 만화 이야기가 나왔다. 모 인터넷 사이트에 연재되고 있는 '미생'이라는 만화였다. '미생(未生)'이란 한자 뜻 그대로 '아직 살아있지 못한 자'라는 부제가 붙어있었다. 그야말로 치열하게 살아가는 현대 샐러리맨들의 이야기다. 2년 전부터 연재되었던 모양인데, 그런 것(?)에 관심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물론 목회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먼 나라 이야기처럼 보였지만, 이내 빠져들면서 '내가 너무나 안이하게 목회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하는 약간의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여건과 방식이 이해되면서도 너무나 생소했던 까닭이기도 했지만, 아, 저게 우리 성도들이 살아가는 삶의 현장이구나 라는 생각에 미치자 그랬던 것이다.
 
그래서 다시 교역자들과 둘러앉을 기회가 되었을 때 그 만화 이야기를 꺼냈다.
 
그 때 깜짝 놀랐던 것은 그 반응이 의외로 뜨거웠다는 것이다. 교역자들이 그랬다는 것이 아니라, 그 만화를 보고 있다는 주위 사람들이 그렇다면서, 그 연재만화를 보는 소위 몇 가지 팁을 듣게 되었다. 바로 그 만화에 달린 댓글을 읽어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라는 것이다. 아하, 피드백(feedback)!
 
그래 첫 회부터 다시 보기 시작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뜨거웠다. 정말 그 댓글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보게 되었다. 만화가 드러난 세계라면, 그 드러난 세계가 다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 작가는 정말 숨을 곳이 없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댓글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바둑을 배경으로 하는 만화였기에, 그 횟수를 바둑 용어로 착수 0, 착수 1, 그러면서 2수, 3수 이런 식으로 붙였는데, 그 수라는 게 유명한 두 바둑 고수들의 실제 대국을 염두에 두고 풀어 가는데, 아마 그 대국이 145수만에 끝났던 모양이다. 그러니 이 만화도 145수에서 끝난다. 이쯤 되면, 어쩌면 작가도 그것을 염두에 두고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을지 모르는데, 그렇게까지 앞질러간다면 그 작가 참 운신의 폭이 넓지 않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목회의 현장에서 나름 치열하게(?) 뛰고 있는 목회자는 어떠한가?
 
어떤 목회 정보를 얻고자 할 때 인터넷도 그 한 방법이라, 인터넷을 헤집고 다닐 때가 종종 있는데, 자연스럽게,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댓글이 달려 있는 경우 그 댓글도 주의 깊게 보게 되더라는 것이다. 그게 세상 살아가는 이치니 말이다. 어떤 사안에 대해서는 반(anti) 기독교적 정서가 팽배해서 댓글 보기가 무서웠는데,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우리만의 논리, 우리만의 리그에 갇혀서 그들의 이야기에는 귀 막고 있는 것에 너무나도 익숙했다는 반성도 있었다. 말은 복음이 전해져야 하는 현장이 바로 그곳이라고 하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있었던 것이다.
 
조금은 심취해서(?) 만화를 찾았는데, 아뿔싸 이게 일주일에 한 번 연재로 올라온단다. 다른 교역자가 하는 말이 걸작이다. "기다리는 맛도 있잖아요!"
 
에고, 목사가 성경을 좀 그렇게 읽지…, 언제나 사람 되려나…, 그래도 다행인 것은 성경은 읽을 때마다 새롭지 않은가. 그러니 지금껏 설교하고 있고, 설교할 때마다 긴장하고, 익숙할 만도 한데, 여전히 같은 본문을 읽고 또 읽고.

홍성호 목사 / 순천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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