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만 있으면 된다고?"

"믿음만 있으면 된다고?"

[ 목양칼럼 ] 목양칼럼

임인채 목사
2013년 05월 16일(목) 14:08

모든 목회자들이 느끼게 되는 일이겠지만 '믿음만 있으면 된다'는 말처럼 은혜로우면서도 위험한 말은 없는 것 같다. 어떤 처녀가 신앙이 좋아서 배우자를 선택할 때 믿음만 좋으면 된다고 하면서 신앙 하나 보고 결혼을 했는데 우리가 흔히 말하는 그런 식의 믿음은 좋았는데 앞뒤가 꽉 막히고 성품이 좋지 않아서 여자가 평생 동안 마음고생을 하면서 살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여성도의 선택을 잘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 여성도는 신앙인이기 때문에 이혼할 수가 없어서 어쩔수 없이 참고 사는 것이지 좋아서 산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문제 있는 남편으로 인하여 어쩔 수 없이 더 많이 기도하며 하나님께 매달릴 수밖에 없게 되어 영적으로는 합력하여 선을 이루었다고 위안을 삼을 수는 있겠지만 결코 잘한 일이라고는 할 수가 없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일이 목회 현장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나는 정말 오랫동안 믿음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면서 목회를 해왔다. 배운 것이 없어도, 돈이 없어도, 세상적인 조건이 다 부족하여도 믿음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면서 직분자를 세워왔다. 그런데 이제 나이 60이 되고 목회의 후반전에 들어서서야 내가 참 순진하고 어리석었다는 생각이 든다. 믿음이라는 것처럼 판단하기 어려운 것이 또 있을까? 사람들은 기분이 좋고 자기와 아무 이해관계가 없으면 다 착하고 순해 보이며 믿음도 좋아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어떻게 항상 기분이 좋고 관계가 좋고 이해관계에 얽히지 않을 수 있겠는가? 교회 생활을 하다 보면 별일이 다 생기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때가 문제이다. 우리 한국 사람들은 기분에 살고 기분에 죽는 사람들이 많은데 조금은 우스운 말이지만 기분이 나쁘면 "천국에 안가면 될 것 아냐!"라고 말할 수 있는 교인들이 있는 것이다. 기분이 나쁘면 그 좋아 보이던 믿음은 온데 간데 없어지고 세상 사람들과 똑같은 모습으로 반응을 나타낸다. 결국 신앙생활도 자기의 성품에 따라서 하는 것 같다. 성품이 안 좋은 사람이 기분이 나빠지거나 삐뚤어지게 되면 대책이 없게 된다. 믿음 하나 보고 사람을 세웠는데 자기 성품 따라서 교회를 휘젓고 목사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다.
 
나는 이제야 철이 들어서 직분자를 세울 때 성품이 좋고 착한 사람을 세워야지 믿음만 있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성품이 좋은 사람은 기분이 좋든지 나쁘든지, 교회에 어떤 일이 생기든지 항상 착하고 좋은 모습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 정말 중요한 것이 있는데 순종하는 자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일꾼으로 세워야 한다는 사실이다. 성격이 좀 좋지 않더라도 순종의 훈련이 되어 있으면 된다. 그는 권위 앞에서 고개를 숙일 줄 알기 때문이다. 대체적으로 착한 사람이나 성품이 좋은 사람은 순종도 잘 하지만, 성질이 못된 사람 중에는 순종 잘 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결국 믿음이 좋다는 것은 권위에 순종할 줄 알고 자기의 성품을 성령의 능력으로 다스릴 줄 아는 것을 포함하고 있는 것인데 우리가 이것을 간과해 온 것이다.
 
결론은 믿음도 필요하지만 성품이 좋든지 순종할 줄 알든지 둘 중의 하나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임인채 목사 / 동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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