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진한 목사, 순진한 목회

순진한 목사, 순진한 목회

[ 목양칼럼 ] 목양칼럼

임인채 목사
2013년 04월 25일(목) 17:50

필자가 청년시절에 아버지로부터 들었던 이야기 중에 가슴 아픈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것은 당신께서 가난하기 때문에 장로가 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아버지로부터 자조 섞인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이 아팠고 한편으로는 화가 나기도 했었다. 그러나 내가 목사가 되고 보니 꼭 그런 것만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아버지께서는 아들이 모르는 뭔가 부족한 부분이 있어서 장로가 되지 못했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부교역자 시절에 역시 그런 비슷한 이야기를 또 듣게 되었다. 돈이 없으면 장로나 안수집사, 권사가 못 된다는 것이다. 어떤 교회는 아예 장로 얼마, 안수집사와 권사 얼마라고 정해져 있다는 소리도 들어 보았다. 성도들마다 생활 형편이 각기 다른데 그런 식으로 협정요금처럼 정해 놓으면 가난한 사람들은 거기에 맞추느라 빚을 내야 되는 일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담임목사가 되면 돈 없어도 믿음 하나만 있으면 얼마든지 중직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겠다고 다짐하였다.
 
그러다가 드디어 담임목사가 되었고 목회하는 교회에서 중직자를 선출하게 되었다. 나는 평소에 마음에 품어 온대로 임직을 할 때에 교회에 내는 것이 하나도 없도록 조치를 취했다. 심지어는 담임목사에게 선물하는 것도 하지 않도록 하였다. 어떻게 해서든지 교회를 교회 되게 하고 잘못된 것은 개혁해 보려는 순수한 마음에서 우러나온 행동들 이었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돈 대신 당신들의 생명을 바치라"고 하였다. 교회에서는 그들에게 옷 한 벌 값을 선물해 주고 순서 맡은 분들의 사례비도 교회에서 지급했다. 임직자들은 다만 자기들을 축하하러온 손님들에게 작은 선물을 준비하는 부담만을 지게 했다.
 
그러나 나는 얼마 안 되어 매우 실망스러운 마음을 갖게 되었다. 왜냐하면 그렇게 직분을 받은 사람들이 이전의 다른 이들보다 더욱 감사하는 마음으로 더욱 충성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어떤 이들은 중직을 맡으면서 감사헌금 몇 만원을 내고는 말았는데 괜찮게 사는 사람들이 그럴 때는 정말 입맛이 씁쓸했고 내가 무엇인가 잘못 한 것 같은 후회와 자책이 나를 힘들게 하였다.
 
주님께서 네 물질이 있는 곳에 네 마음이 있다고 하셨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 헌금을 힘써 하는 성도들이 더 많은 봉사와 헌신을 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건축헌금을 힘에 겹도록 한 사람들이 교회를 위해 더 많이 기도하고 더 많이 사랑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 것 같다.
 
나는 순진한 목사인지 어리석은 목사인지 알 수가 없다. 목회를 20여 년 동안 해 오면서도 때로 정말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혼란스러움을 느낄 때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마음으로 목회를 해 보려고 노력해 보지만 목사의 뜻대로 안 되는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래서 주님께서 "너희에게 뱀 같은 지혜로움과 비둘기 같은 순결함이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기도한다. "주여, 종에게 뱀 같은 지혜로움과 비둘기 같은 순결함을 주옵소서!"

임인채 목사 / 동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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