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디옥교회에서 배우라"

"안디옥교회에서 배우라"

[ 기자수첩 ] 기자수첩

박성흠 기자 jobin@pckworld.com
2013년 04월 22일(월) 09:59

WCC총회를 준비하는 한국교회 지도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총회를 준비하면서 사분오열하고 지리멸렬하고 있는 한국교회가 배우고 본받아 벤치마킹해야 할 대상으로 사도행전에 등장하는 안디옥교회가 부상하고 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후 예루살렘교회의 사도들은 바나바를 안디옥교회에 파송한다. 절대적 권위를 가진 사도들의 파송을 받은 바나바는 위임받은 권위를 포기하고 니게르 시몬과 구레네 사람 루기오, 헤롯의 젖동생(유모가 낳은 아들이나 딸) 마나엔 그리고 다마스커스에서 거꾸러진 바울 등 네 명의 지도자를 세운다. 그런데 바나바가 세운 네 명의 지도자들 면모를 보면 이 일이 2000년 전의 일이라고 믿기 어렵다.
 
니게르는 현대말로 니그로 즉 흑인이며 구레네 사람 루기오는 현재 지명으로 아프리카 북부 리비아에서 온 노예다. 마나엔은 4대에 걸쳐 유대인을 괴롭힌 유대민족의 공적 1호이며 안디옥교회 교인들을 예루살렘에서 안디옥으로 쫏아낸 원흉 헤롯의 젖동생이다. 예루살렘에서 예수를 믿는다는 이유 하나로 감옥에 넣고 죽이는 등 핍박했던 그 '살인마' 사울이 간교하게도 바울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났다. 네 명의 면면이 이런데도 안디옥교회 교인들은 이들을 자신들의 선생(선지자와 교사)으로 받아들였다. 2013년의 표현으로 바꾸면 안디옥교회 교인들은 '인종차별주의'와 '신분제도'를 타파하고, 부모를 죽인 민족의 원수를 사랑한 사람들이다.
 
지난 21일 주일 저녁 광주에서 열린 WCC제10차 총회를 위한 기도회에 총회장 손달익 목사는 미국출장 귀국길에 급히 '대타'로 참석해 이렇게 설교해 예배자들을 감동시켰다. 피곤이 묻어나는 갈라진 목소리로 그는 "안디옥교회의 일치를 보고도 한국교회는 핑계를 대고 연합하지 않을 것이냐"면서 "모든 것을 초월해 한몸 이루고 일치 이루자"고 토해냈다. 이날 예배에 참석하기로 해 순서지에 이름이 인쇄된 WCC제10차총회한국준비위(KHC)의 지도자 세 명에게 이날의 설교를 권한다. 바나바 사도는 '당신들의 핑계는 안디옥교회 교인들이 보여준 일치와 연합의 정신보다 더 진정한 것인가'고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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