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가 진리를 만날 때

유머가 진리를 만날 때

[ 목양칼럼 ] 목양칼럼

김강덕 목사
2013년 04월 03일(수) 16:05

설교를 듣는 교인들 입장에서 목사를 세 종류로 나누고 있다고 한다. 첫째, 설교를 시작하면 교인들을 재우는 목사가 있다. 둘째, 졸리던 눈도 반짝 뜨이도록 하는 목사가 있고, 셋째는 재우는 것도 아니고 안 재우는 것도 아닌 목사가 있다는 것이다. 셋째 유형 목사가 교인들에게 제일 힘들다고 한다. 재우는 것도 아니고 안 재우는 것도 아니어서 교인들이 설교 시간에 고문당하는 것 같다고 한다. 우스갯소리로 들으면서도 한편 나는 교인들을 제일 힘들게 하는 목사가 아닌지 두려운 마음이 든다.
 
모든 목사들이 공통적으로 궁금해 하는 것이 하나 있다. 자신의 설교를 들은 교인들의 반응이다. 설교자로서 하나님의 말씀을 열심히 전한다고는 했지만 교인들에게 제대로 전달이 됐는지, 또 은혜를 받고 말씀으로 나아갈 방향을 잡았는지가 목사는 참 궁금하다. 그래서 가끔 조심스럽게 교인들에게 설교 중 은혜 받은 내용을 물어보기도 한다. 그런데 교인들의 반응에 놀랄 때가 있다. 설교의 핵심 메시지와 전혀 다른 부분에서 은혜를 받았다고 할 때이다. 더 당황스러운 것은 설교 내용은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면서 설교 중에 잠깐 말한 재미있는 예화나 유머는 기가 막히게 기억하고 교인들끼리 서로 이야기 한다는 것이다. 복음 전파에는 게을러도 유머를 증거하고 전파(?)하는 데는 열심을 보인다는 것이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난감하다.
 
교인들의 이런 반응을 보면서 드는 목사의 생각은 이렇다. 성도들의 삶 속에 재미있고 신나는 일이 너무 없으니까 이렇게 설교 중에 잠깐 웃으라고, 닫힌 마음을 열라고 하는 얘기도 기억하고 반응을 보이는구나 싶어 마음이 아려오기도 한다. 그래서 잠깐의 재미가 아니라 진정한 기쁨이 있는 삶을 우리 교인들이 살 수 있도록 목사로서 설교와 목회를 더 잘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갖는다. 동시에 아무리 훌륭한 설교도 교인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설교는 좋은 설교일 수가 없겠구나 여겨진다. 기억나지 않고 잊혀진 설교는 교인들의 삶 속에서 그 어떤 변화와 영향력을 끼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예배 시간에만 힘차게 울려 퍼졌지 예배당 밖을 나오지 못하고 사라진 설교이기 때문이다. 유머를 교인들이 잘 기억하고 즐겁게 서로 나누듯이 설교도 깊이 있게 전하면서도 교인들이 잊지 않고 재미있게 나눌 수 있는 말씀이 되도록 하는 설교가 훌륭한 설교라 여겨진다. 사흘 동안 청중들이 먹지 못했는데도 예수님 옆을 떠나지 않고 말씀을 듣는 모습(막8:2)을 보면 예수님의 설교가 얼마나 생동감 있고 재미가 있었을까 짐작이 간다. 하늘의 그 심오한 진리를 예수님처럼 쉽고 재미있게, 그리고 생활의 이야기로 풀어내어 설교하신 분이 또 없으니 말이다. 예수님 같이 심오한 진리를 쉽고 재미있게 전하는 설교를 언제나 할 수 있을까 목사는 늘 고민한다.
 
얼마 전 인기 있는 한 국민강사가 자신의 강연 준비에 대해서 한 말이 생각난다. "열심히 준비한 사람이 잘 합니다. TV에서 90분 강연할 때면 거의 2주간 집에 못 들어가요. 책을 쓰듯이 파트를 나누고, 제목 밑에 소제목을 붙이고, 각각에 설득 포인트를 넣고, 거기에 눈물이나 웃음을 자아내는 에피소드를 배치해 다큐멘터리처럼 강의 원고를 짜요. A4 용지로 18장쯤 돼요. 그걸 깡그리 외워요." 자신의 사상과 철학 강연을 위해서도 저렇게 열심히 준비하는데 하늘의 진리를 전하는 목사인 나는 설교원고를 다 외우지 못하고 설교하는 것이 부끄러웠다. 웃음을 자아내는 유머도 저렇게 철저히 준비를 해서 한다는 말에 도전이 되었다.
 
몇 주 전 설교 중에 이런 유머로 교인들과 함께 웃었다. 라면과 참기름이 싸웠다. 얼마 후 라면이 경찰서에 잡혀갔다. 왜 잡혀갔을까? 참기름이 고소해서. 이윽고 참기름도 잡혀갔다. 왜 끌려갔을까? 라면이 다 불어서. 구경하던 김밥도 잡혀갔다. 왜? 말려들어서. 소식을 들은 아이스크림이 경찰서로 면회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왜? 차가와서. 이 소식을 듣고 스프가 졸도했다. 왜? 국물이 쫄아서. 덩달아 계란도 잡혀갔다. 왜? 후라이 쳐서. 재수 없게 꽈배기도 걸려들었다. 왜? 일이 꼬여서. 아무 상관 없는 식초도 모든 일을 망치고 말았다. 왜? 초 쳐서. 그런데 이 모든 일이 소금 때문이란다. 왜? 소금이 짠 거라서."
 
음식을 너무 짜게 먹으면 건강에 그렇게 해롭다고 한다. 영의 양식도 너무 짜게 만들어서 먹으면 교인들의 영적 건강에 좋지 않을 것이다. 조금은 싱겁게 먹어야 영적 건강에도 좋으리라 생각된다. 유머가 진리를 만날 때, 말씀의 본질은 더 생생하게 드러날 것이다. 유머가 진리의 말씀과 함께 잘 버무려진, 건강에 좋은 밥을 짓는 목사가 되고 싶다.

김강덕 목사 / 명수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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