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롭고 건강한 교단 만들기

은혜롭고 건강한 교단 만들기

[ 기고 ] 독자투고

류우열 목사
2013년 04월 03일(수) 10:22

- 기독공보 논설위원 칼럼 '정치의 영'에 공감하며 그 대안을 말한다
 
부활절을 한 주간 앞두고 주님의 고난을 묵상하며 조용한 기도원을 찾았다. 주변정리를 마치고 가방 안에 넣어 온 기독공보를 펼쳐 보았을 때 '논설위원 칼럼'이 눈에 들어 왔다. 한국교회를 염려하는 한 목회자의 '정치의 영'이라는 제하의 글이었다. 그는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교회는 지금 정치의 영에 포로가 되어 있다고 한탄 하면서 파이샬 마릭(Faisal Malick)이 쓴 '정치의 영'(the Political spirit)이라는 책을 인용했다. 그리고 예수님도 이 정치의 영을 경계하라 하시면서 "바리새인의 누룩과 헤롯의 누룩을 주의 하라"(막 8:15)고 하신 말씀을 상기시켰다. 아주 정확한 진단에서 나온 처방전 같은 글이어서 신선함마저 느껴졌다.
 
주요 내용은 이렇다. 마릭이 말하는 정치의 영이란 "대의를 추구하는 모습으로 가장한 아주 추악한 영"이라고 정의 했다. 한국교회는 이미 이 영에 포로가 되어 있는 정치목사 정치장로들이 교단의 지도부를 점령하고 있다. 그들은 선거나 재판 과정에서 버젓이 돈봉투를 받고 불의한 교권을 휘두르면서도 전혀 가책이 없다. 이 돈맛에 습관화 된 정치꾼들은 성도들의 헌금으로 낸 상납금을 물 쓰듯 하면서 사역자들을 향해 호령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지금 중병에 걸려 있다. 세상보다 더 썩었다. 세상 정치판에서는 그래도 언론의 비판기능이 있고 검찰이 있어서 청문회도 하고 감옥도 보내지만 노회와 총회를 근거지로 활동하는 정치꾼들은 어떤 제약도 없이 군림하면서 교단을 죽이고 목회자들을 죽이고 있다.
 
불의한 재판에 울고 있는 교회들은 세상 재판에 의지할 수밖에 없게 되었고 그 혼란 속에서 수 많은 영혼들이 죽어 가고 있다. 이 정치의 영에 포로가 된 자들은 입으로는 성경을 말하고 있지만 자기들과 같지 않은 사람들을 정죄하고 판단하고 죽이는 일을 서슴지 않고 있다. 그래서 교단이 타락하고 교회가 타락하고 목사와 장로가 타락하고 주님의 교회는 세상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모두가 심각하게 공감하고 있는 내용들이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문제는 주님의 교회를 세상의 조롱거리로 만들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모습은 전혀 보고 있지 못하다는데 있다. 오히려 승승장구 하면서 선후배도 질서도 없는 거대한 정치집단을 형성해 가고 있다. 이런 와중에 문을 닫는 개척교회들이 속출하고 있고 그런 교회를 인수한 사찰에서 종각의 십자가를 떼어 내고 절표시 상징물로 바꿔 달아 놓은 사진이 언론에 여러차례 보도된 바 있다. 너무나 수치스럽고 기막힌 일이다. 기독교 안티세력들은 사이버 상에서 온갖 비난과 욕설로 도배를 하고 있고 젊은이들은 교회를 떠나고 있다.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도 정치의 영에 사로잡힌 자들은 앞뒤가 없는 전차처럼 종횡무진 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타까움에 말 하는 사람이 오히려 바보가 되고 그들의 표적이 되어 왕따 당한다. 그래서 모두 숨을 죽이고 있다.
 
그렇다면, 왜들 이렇게 정치적 욕망에 사로잡혀 난리들인가? 그 이유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렇게 해서라도 한 자리 하고 나면 임기가 끝난 후에까지 소위 '증경'이라는 명예가 주어지고 언제나 상석에 앉아서 특혜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은 아닐까. 필자는 지금이라도 은혜롭고 건강한 교단환경을 위해서 감히 이런 제안을 해 본다.
 
첫째, 우선 노회부터라도 현직 임원을 중심으로 모든 행사가 운영되도록 제도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 만일 노회장이나 총회장을 순수한 봉사직으로 제도화 하고, 임기가 끝나면 '증경'이니 '전회장'이니 하는 직함을 쓰지 못하도록 하여 지교회의 특별예배나 행사에는 현직 임원이나 각 부서장들이 담당하도록 한다면 정치다툼은 훨씬 완화되고 은혜로운 분위기로 다가갈 것이다.
 
둘째, 노회의 비대화(肥大化)를 막을 필요가 있다. 헌법상 노회가 성립되는 교회 수는 당회가 구성된 교회의 목사 30명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큰 노회라고 자랑하는 평양노회를 기준으로 보면 목사 6백22명, 장로 3백72명, 도합 9백94명이나 된다. 노회를 여러 개 더 만들 수 있는 교회를 끌어안고 있는 것이다. 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노회들 중에서 상당 수가 정치력을 유지하기 위해 이런 상황을 지속하고 있어도 묵인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노회 구성원들은 노회에 무관심 하게 되고 정치 전업자들이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지는 것이다. 노회는 목회자들이 서로 의지하면서 사역에 도움을 주고 받는 공동체가 아닌가.
 
셋째, 총회총대 파송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현행제도는 일종의 인기투표 비슷하게 변질돼서 정치적 줄세우기와 이합집산으로 긴장관계를 조성하기에 충분하다. 총회 차원에서 심각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는 것은, 예컨대 총회 참석 여비의 절반 정도는 본인 부담으로 한다든지 총대로 가기를 원하는 사람은 신청을 하게 해서 원치 않는 사람들까지 들러리로 삼아 마음에 부담을 주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도 검토해 볼만하다.
 
따라서 총대 명단은 가능한 총회가 임박해서 발표하고 공식적인 정견 발표와 공개 토론회, 그리고 공적유인물 발송으로 절차를 마무리 하면 탈법행위와 잡음들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이 시대 세상에 빛을 주어야 할 한국교회와 교단을 걱정하는 이들의 중지를 모아야 할 때다.

류우열 목사 / 일산예일교회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