팰럼시스트, 예수의 흔적

팰럼시스트, 예수의 흔적

[ 생명의양식(설교) ] 생명의양식

신 정 목사
2013년 03월 13일(수) 10:37

▶본문 말씀 : 갈 6:14~17
"내게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 결코 자랑할 것이 없으니 … 이 후로는 누구든지 나를 괴롭게 하지 말라 내가 내 몸에 예수의 흔적을 지니고 있노라"

종이가 없던 시절에 사람들은 양피지에 글을 썼습니다. 그러나 귀한 양피지도 쉽게 구할 수 없어서 이전에 썼던 글을 지우고 그 위에 다시 글을 남기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고대 문서들 중에는 지운 흔적이 양피지 위에 희미하게 남아 글자가 중첩되어 보이는 것이 발견되곤 합니다. 이를 '팰럼시스트(Palimpsest)'라고 합니다. 지우고 다시 쓰더라도 이전 것의 흔적이 배어있어 시간이 흘러 그 모습이 달라져도, 지나간 사건이나 역사는 여전히 그 자리에 흔적을 남긴다는 것을 표현할 때도 이 단어를 사용하며, 도시건축학에서도 역사의 흔적이 층층이 남아 현재의 공간에 영향을 미치는 로마 같은 도시를 팰럼시스트 도시라고 부릅니다. 
 
사람의 마음에도 흔적이 남습니다. 과거의 삶의 흔적이 그대로 묻어나는 것입니다. 한번 저지른 죄의 흔적은 영혼 속에 남아 죄의 권세에서 벗어날 수 없도록 만듭니다.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으며(롬 3:10)"라는 말씀처럼 죄의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나 십자가 보혈의 능력은 그 모든 죄를 흔적도 없이 덮고, 어린 양 되어 희생제물 되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만이 흔적으로 남게 합니다. 사람들은 죄를 용서한다고 말하면서도 주홍글씨처럼 낙인찍어 버리지만 예수님의 보혈은 동이 서에서 먼 것 같이 우리의 죄과를 멀리 옮기셨습니다.(시 103:12) 그 사랑이 우리의 모든 죄를 사하고, 흔적도 없이 지워버렸습니다. 다시 기억할 수 없도록 완전히 삭제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을 구주로 믿고 구원을 얻는 사람들에게는 그 사랑을 받은 흔적이 삶에 남아 있어야 합니다. 십자가의 흔적 말입니다. 바울은 그 흔적을 이렇게 고백하였습니다. "이 후로는 누구든지 나를 괴롭게 하지 말라 내가 내 몸에 예수의 흔적을 지니고 있노라" 이 얼마나 멋진 고백입니까? 예수님의 흔적은 십자가의 흔적이며, 예수님께서 받으신 고난의 흔적입니다.
 
육체적으로 바울은 자랑할 것이 많고 부족함이 없는 사람이었지만 십자가의 사랑을 경험한 후에 그에게는 오직 예수님의 흔적만이 남았습니다. 자랑하던 모든 것을 배설물로 여기고 14절 말씀처럼 "내게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 결코 자랑할 것이 없으니"라고 고백하게 만든 것입니다. 
 
십자가의 팰럼시스트, 예수 보혈의 팰럼시스트. 그 십자가의 흔적은 우리의 삶에 계속 드러나야 합니다. 믿음의 공동체인 교회에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라는 흔적이 없다면 빈 껍데기만 남는 것입니다. 고통 받고 아파하며 소외된 이웃들에게 교회는 십자가의 흔적으로 다가가야 합니다.
 
바울의 고백 속에 담긴 '예수의 흔적'. 이 흔적은 헬라어로 '스티그마(stigma)'인데 당시 노예들에게 주인이 자신의 소유물임을 표시하며 찍어 놓은 낙인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종으로 어떤 자유함도 가지지 못했던 노예로 낙인찍힌 것처럼 죄와 사망의 권세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우리들이 하나님의 자녀로 거듭난 흔적이 십자가입니다. 그 흔적이 우리 삶에 팰럼시스트처럼 남겨져 십자가의 흔적, 예수님의 흔적을 간직하고 살아야 합니다.
 
"내가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조차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행20:24)"라고 고백하며 사명을 감당했던 바울. 그가 어떤 어려움, 어떤 고난이라도 감당할 수 있었던 것은 예수님의 흔적을 간직하고 살았기 때문입니다. 주를 위해 받는 고난은 아픔이 아니라 오히려 기쁨이요, 영광이었던 것입니다. "나는 이제 너희를 위하여 받는 괴로움을 기뻐하고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그의 몸 된 교회를 위하여 내 육체에 채우노라"(골1:24), "내가 너희 중에서 예수 그리스도와 그의 십자가에 못 박히신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알지 아니하기로 작정하였음이라"(고전2:2)
 
그리스도를 위해 고난 받기를 기뻐했던 사람. 십자가 외에는 알지 않기로, 말하지 않기로 결단한 사람. 바울! 우리도 어디서 무엇을 하든지 팰럼시스트처럼 예수님의 흔적을 삶에 드러내며 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신 정 목사 / 광양대광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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