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 쌍방 스타일"

"전도, 쌍방 스타일"

[ 기자수첩 ] 기자수첩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3년 01월 28일(월) 15:42
얼마전 다급한 목소리의 제보 전화를 받았다. 동대문의 한 쇼핑몰 앞에서 "두시간 반째 용역들과 대치 중"이라는 노방찬양전도단 관계자의 전화였다. 자신을 순복음교회 소속의 선교사라고 밝힌 그는 "이렇게 추운 날 나이 드신 권사님이 두시간이 넘도록 밖에 서있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고자 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설명에서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사유지라고 했는데 여기는 사실 기부체납된 시유지라서 말씀을 전해도 되는 땅이에요. 경찰들도 왔다가 그냥 돌아간다구요. 돈귀신들이 얼마나 센지 기자님도 아셔야 해요."
 
만약 시험기간 중인 대학 도서관에서 소리없이 공부에 열중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전도를 한다면?…. 이미 우리는 봉은사 땅밟기 기도로 한차례 홍역을 치뤘던 경험이 있다.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이 보장되는 포스트모던사회에서 전통적인 선교 활동이 때로는 '선교를 방해하게 되는'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질수도 있다는 교훈 말이다.
 
연초에도 비슷한 제보를 받은 일이 있다. 강원 지역의 한 카지노 전문 호텔 앞에서 도박중독 치유를 위한 예배를 드리던 중 호텔 경호원들에 의해 예배가 중단되는 일이 있었고 지역 신문을 통해 '예배훼손에 대한 강원남부지역 기독교계의 입장'이란 성명서를 배포하고 현수막도 내걸었다는 내용이었다. 예배 중단은 분명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예배의 장소가 영업장의 정문을 막았다면? 자신들의 임무를 수행했을뿐인 경호원들을 무조건 비난할 수 있을까.
 
"때를 얻든지 못얻든지 전하라"는 성경의 가르침대로 교회는 복음전파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일방적인 소통은 더이상 설 자리가 없는 '쌍방향 소통'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 같다. 복음전도에도 새로운 스타일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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