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주는 총대이석방지 아이디어

끝내주는 총대이석방지 아이디어

[ 기자수첩 ] 기자수첩

박성흠 기자 jobin@pckworld.com
2013년 01월 28일(월) 09:26
"총대들의 이석을 방지할 수 있는 기가막힌 아이디어가 있는데 좀 들어보실래요?" 귀가 솔깃했지만 별 관심없는 듯 하던 일을 계속하면서 귀를 크게 열었다.

교단 총회의 지도급 인사들이 모인 회의 자리에서 진담 반 농담 반으로 나온 '총회총대 이석방지 아이디어'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경품추첨'이다. 경품을 내거는 일이야 새로운 아이디어랄 것도 없을 뿐더러 오히려 천박하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는 일이지만 그런데 이건 좀 차원이 다르다.

우선 총회가 경차 이상으로 누구나 솔깃할 정도의 경품을 준비한다. 총회 마지막 날 마지막 회무가 끝나면 1천5백 명 총대들을 대상으로 경품을 추첨하는데 당첨자 노회의 총대들 중 이석자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경품은 받을 수가 없다. 그리고 당첨자가 받은 경품은 개인적으로 가져가지 않고 해당 노회가 미자립 교회나 필요한 곳에 당첨자의 이름으로 기부토록 한다는 것이다.

총대들은 자신의 이름으로 노회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데 이게 로또보다 훨씬 더 당첨확률이 높다. 아차하면 자신 때문에 노회에 돌아올 좋은 기회를 놓쳤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총대들은 함부로 이석할 수가 없을 것이라는 기대가 들어있다.

이런 얘기에 대부분 공감하거나 "그것 참 좋은 생각이다"며 환영하는 이들 중에 "총회 총대들이 초등학생도 아니고 급한 일이 생길 수도 있는 문제인데 그렇게 통제하려고 드는 것은 어쩐지 불쾌하다"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분위기는 '총대 이석문제가 오죽이나 심하면 이런 아이디어까지 나오겠느냐'는 쪽으로 흘렀다.

유권자가 뽑은 국회의원이 의정활동을 제대로 하는지 감시하는 시민단체가 당당하게 활동하고 박수를 받을 만큼 사회의 윤리의식은 높다. 그런데 노회의 대표로 선출되어 공식적으로 참여하는 총회에서 개인적인 볼일을 핑계로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다. "오죽했으면 이런 생각까지 하겠느냐"는 자조섞인 평가는 되새겨볼 일이다.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