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인 기도

구체적인 기도

[ 목양칼럼 ] 구체적인 기도

정우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3년 01월 04일(금) 15:28
[목양칼럼]

건설사 현장소장 집사님의 안내로 어느 공사현장을 둘러본 적이 있었다. 단일 건물이었는데 건평만 해도 수 만평인 것 같았다. 둘러본 뒤 사무실에 왔다. 두꺼운 설계도면 책들이 있었다. 그 중 하나를 펼쳐보니 배선부분이었다. 전선이 거의 비슷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어디는 굵고 어디는 가늘고, 용량은 각각 어떻게 되고 …, 대단히 복잡하고 세밀했다. 그에게 물었다. "집사님, 왜 이렇게 복잡합니까?" "예, 이렇게 세밀해야 집이 지어지는 것입니다." 느낀 점이 많았다. 그 중 하나가 우리의 기도도 구체적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점이었다.

필자의 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있었던 어떤 분의 연애 이야기다. 이분이 신학교를 다닐 때, 배우자를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했다. 그러나 어떤 사람 달라고 기도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래서 "그냥 하나님이 알아서 적당한 사람 주세요"라고 기도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곤란하실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주 구체적으로 기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기도했다. 키는 몇 cm면 좋겠고, 몸무게는 몇 kg정도, 머리 스타일은 단발머리, 이왕이면 저와 같이 신학생이면 좋겠고, 기도 많이 하는 사람이어야 하고, 대화해 보면 편한 사람이고, 등등 세어보니 한 열여섯 가지의 조건이었다. 매일 그런 사람 달라고 조목조목 기도했다. 어느 날, 신학교 새벽기도회에 가서 기도하는데 그날은 어떤 문제가 있어서 꽤 오랫동안 기도했다. 기도하고 나오는데 누가 자기보다 더 오랫동안 기도하고 있었다. 궁금해서 기다려 보았다. 나오는데 보니 자기반 여학생이었다. 이 일로 그 여학생과 사귀게 되었고 결국 결혼했다. 놀라운 사실은 그동안 기도했던 열여섯 가지 조건이 딱 들어맞는 사람이었다. 단 한 가지는 마음에 안들었다. 나이가 연상인 것이다. 사실 나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기도하지 않았기에 하나님께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한 5, 6년 전의 일이다. 본 교회 권사회 수련회에서 필자는 우리교회의 꿈과 비전을 밝혔다. 우리교회가 대외적으로 할 일은 이렇고, 대내적으로 할 일은 이렇다. 특별히 대내적인 것 중의 하나는 영성센터를 마련하는 것이다. 앞으로의 시대는 영성의 시대가 되기에 영성훈련을 위한 조그만 공간을 갖고자 한다. 영성센터에 대해 그동안 꾼 꿈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했다. '대지는 약 5백평, 건평은 4, 50평 규모의 조그만 집에, 마당에는 잔디가 깔려 있고, 위로는 산이 있고, 아래로는 개울물이 흐르고, 교회에서 차로 1시간 정도 걸리는 곳이고, 등등….'

몇 달이 지난 후 어느 권사님이 돈 1억을 들고 오셨다. 얼마쯤 들지 몰라 우선 이만큼 가져왔다는 것이다. 한 4억 쯤 들 것 같다고 하니 나머지는 추후 헌금하겠다는 것이다. 땅을 찾기 시작했다. 이곳저곳 가보았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도 소위 물 좋고 정자 좋은 곳은 없었다. 그래서 그동안 가졌던 꿈과는 달리 대충 찾으려 했다. 어느 날 새벽기도회 시간이다. 이래선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조목조목 기도했다. 그날 어떤 땅이 소개되었다. 그래서 계약했다. 이런 땅이다. '경기도 가평에 있고, 교회에서 60km거리요, 차로 딱 1시간 걸린다. 대지는 2백39평인데 하천부지까지 합치면 5백여 평이다. 앞뒤에 산이 있고, 아래로는 개울물이 흐른다. 마당에는 잔디가 깔려 있고, 4,50평의 건물이 있다.' 기도한 대로 그대로 주셨다. 물론 우리가 기도한대로 하나님께서 늘 그렇게 주시지는 않는다. 하지만 하나님과의 교제가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우리의 기도는 더 구체적인 기도가 되지 않겠는가?


정우목사 / 미암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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