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시대와 연극의 선교 매체적 의미

문화의 시대와 연극의 선교 매체적 의미

[ 최종률장로의 빈방있습니까? ] 문화 시대와 선교 연극

최종률장로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12월 10일(월) 15:20

[최종률 장로의 빈 방 이야기]

한 해 동안 본란을 연재하면서 필자의 경험을 중심으로 글을 쓰다 보니 구세대의 감상적인 추억담이 되지 않았나 싶다. 연재를 마감하며 다소 딱딱해지더라도 원론적인 얘기를 좀 해야 할 것 같다.

21세기는 실로 문화의 시대이며 문화전쟁의 시대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정치나 경제보다는 문화가 삶을 규정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한국교회가 문화선교에 대해 고민해야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문화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들의 삶의 방식이고 문화선교는 삶과 복음의 접점을 찾는 일이기 때문에 문화를 떠나서는 선교도, 교육도 기능성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교회나 기독교 단체, 기독교 사업체마다 문화선교, 문화목회, 문화마케팅 등 문화와 관련된 개념들을 적용하고 접목하려는 노력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그런데 문화선교의 많은 영역 가운데 가장 친근하고 오래된 장르가 바로 연극이다. 연극이 과연 문화선교의 매체, 즉 선교의 도구로 효율성을 가지고 있는가를 진단해 보기 위해서 연극의 본질과 연관하여 생각해 보자.

연극은 인간의 살아가는 모습을 모방하여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 시청각적으로 재현하는 예술이다. 즉 인간탐구의 예술인 것이다. 타자의 삶을 훔쳐보는 연극은 그래서 대중이 좋아하는 예술행위이다. 특히 기독교연극은 내용이나 주제에 있어서 인간의 삶 뿐만 아니라 그 배후에서 섭리하시는 하나님의 뜻을 포함하며, 그것이 일반 연극과 구별되는 요소이기도 하다.

삶을 모방하는 연극은 희극이든 비극이든 언제나 갈등하는 인간을 그린다. 그런 의미에서 연극은 본질에 있어서 기독교적이다. 타락한 인간은 필연적으로 하나님과 유리된 채 갈등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관객은 무대 위의 한 인간이 갈등하는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그 인물 위에 자신을 투영시켜 보게 된다. 영적인 성찰이 시작되는 것이다.

연극은 배우와 관객이 몸과 몸으로 만나는 직접예술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교감이 이루어지게 된다. 이 현장성이야 말로 연극이 가지는 최고의 덕목이다. 연극의 이러한 현장성과 일회성은 강한 침투력과 호소력과 감화력을 발휘할 수 있다.

선교의 관점에서만 본다면 기독교연극은 목적극이다. 한편의 연극 속에 복음과 기독교적 가치관을 담아 관객을 감동시키고 영적 결단을 이끌어 내는 성령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연극은 잘 짜여 진 지적 놀이라고 할 수 있다. 놀이이기 때문에 연극은 재밌어야 한다. 그런데 기독교연극은 구원, 용서, 희생, 정의 등 진지한 주제를 다룬다. 그래서 이 진지함과 유희성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기독교적인 의미를 어떤 틀에 끼워 맞출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연극의 특질 가운데 중요한 것으로 협동성을 생각할 수 있다. 연극은 극작가, 배우, 연출자, 무대디자이너, 기획자 등 각기 역할이 다른 구성원들이 힘을 합치는 종합예술이다. 연극의 이런 유기체적 매커니즘은 이해와 협력, 겸손과 인격적인 하나됨을 요구한다. 따라서 제작과정 자체로도 공동체 훈련의 훌륭한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

위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연극은 선교의 도구로 효과적이다. 많은 기독교극단들이 그것을 경험했고 어려운 여건 가운데서도 선교공연을 계속 해 오고 있는 것이다.


최종률장로 / 연극연출가ㆍ배우ㆍ배우ㆍ한동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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