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기독 지성들을 가르치는 행복(中)

젊은 기독 지성들을 가르치는 행복(中)

[ 최종률장로의 빈방있습니까? ] 젊은 기독 지성과의 추억

최종률장로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10월 30일(화) 13:44

[최종률 장로의 빈방 이야기]
 
당시 필자는 '뮤지컬 연기와 연출' 그룹의 강의를 맡게 되었다. 컨퍼런스 참가자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분야별 특강 순서가 끝나고 점심식사를 한 후에는 강사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게 된다. 현장문화사역을 하는 전문가들이라 서로 잘 아는 사이거나 최소한 면식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눈앞에 펼쳐져 있는 아름다운 교정과 강의동들을 바라보며 화제는 자연스레 공통의 관심사로 넘어간다. 4년제 정규 기독교 문화예술대학교가 생겨야 한다는 것, 그것은 시대적 요구라는 것, 언제쯤 이런 좋은 환경에서 마음껏 가르칠 수 있게 될 것인가 등 거창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소박한 꿈들을 공유하는 그 시간이 매우 즐거웠다.

강사 대기실로 돌아왔을 때 옆자리에 앉아있던 강사 한 분이 악수를 청해오며 자기소개를 한다. 한동대학교 언론정보문화학부장 김 교수였다. 몇 마디 주고받은 후 대뜸 하시는 말이, "우리학교 학생들 지도 좀 해 주시죠" 였다. 학기 중에 연극관련 세미나의 특강을 부탁하는 정도로 이해한 필자는 가볍게 응답했다. "잘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며칠 후 한동대 교무처로부터 서류 한 통이 날아왔다. 봉투를 뜯어보고는 깜짝 놀랐다. 겸임교수 임용계약서가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세상에! 꿈에 그리던 대학교 강단에 이렇게 갑자기 서게 되다니. 그것도 개교한지 얼마 안 되는 따끈따끈한 기독교대학에…" 하나님의 오묘한 인도하심에 감격하며 감사했다.

이듬해 3월 초, 설레는 마음으로 포항행 비행기에 올랐다. 포항시 남부 외곽의 포항공항에서 북부 외곽의 학교까지 포항 시내를 남에서 북으로 관통하는 거리가 엄청나다는 사실도 모른 채 택시를 탔는데 요금이 어마어마했다. 시내를 벗어나자 해안을 따라 정감 있게 이어져 있는 지방도로로 접어들었고 잠시 후 내륙 쪽으로 방향을 트니 넓은 논밭과 함께 왼쪽 낮은 구릉지대에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한동대학교'라고 새겨진 표지석이 나타났다. '엄청 먼 데 있구만! 매주 교통비 부담도 만만치 않은데…' 그러나 오르막 진입로에 가로로 걸린 현수막의 표제 '하나님의 방법으로 하나님의 사람들을 길러내는 하나님의 대학교'를 보는 순간 이런 부담감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렸다. 개교한지 얼마 되지 않은 탓에 행정관과 몇 채의 강의동, 채플과 기숙사, 그리고 학생회관 등의 건물이 띄엄띄엄 서 있었고 여기저기 공사의 흔적들이 널려 있어서 캠퍼스의 첫 인상은 다소 황량해 보였다. 멀지 않은 바다의 영향인지 봄바람이 교정을 강하게 휩쓸고 있었다. 그것이 무거운 쇳덩이 농구골대의 위치도 바꾸어 놓는다는 '한동풍'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됐지만. 어수선한 교정과 강풍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에는 이미 봄이 와 있었다. 언론정보문화학부가 자리하고 있는 학생회관 2층의 강의실을 가득 메운 학생들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초짜강사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한동에서의 생활은, 비록 일주일에 하루였지만 젊은 기독지성들과 함께하는 행복을 누리게 하며 십 수 년이 흘러갔다. 필자는 연기ㆍ연출기초, 연기ㆍ연출 워크숍, 뮤지컬, 연극제작 등 무대공연과 관련된 네 과목을 학기마다 돌아가며 강의하고 있다. 연기론, 연출론, 희곡론, 무대미술론에 관한 이론 강의에 이어 그 원리들을 무대에 적용할 수 있도록 실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과거 두란노 연극아카데미에서 강의했던 대로 실습작품을 선택하여 한 학기 동안 실습하게 함으로써 학기말 공연으로 성적을 평가하는 과정이다. 특히 실습공연의 연출을 비롯해서 무대감독, 세트디자인, 의상소품디자인, 조명디자인, 음향디자인, 분장디자인, 각종 인쇄물의 시각디자인 등 다양한 스태프의 기능과 기획ㆍ제작에 대한 능력을 스스로 키워갈 수 있도록 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자율적인 실습위주의 수업을 운용해오고 있다.


최종률장로 / 연극연출가ㆍ배우ㆍ배우ㆍ한동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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