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기독 지성들을 가르치는 행복(上)

젊은 기독 지성들을 가르치는 행복(上)

[ 최종률장로의 빈방있습니까? ] 젊은 기독 지성과의 추억

최종률장로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10월 19일(금) 11:08
[최종률 장로의 빈방 이야기]

포항에 있는 한동대학교의 본관 건물 벽면 중앙에는, 영어로 'Handong God's University'라는 글귀가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다. 세상 어느 곳에 이토록 직설적으로 '하나님의 대학교'라는 정체성을 담대하게 표출시키는 학교가 또 있을까. 뿐만 아니라 캠퍼스 곳곳에는 이런 종류의 현수막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하나님의 방법으로 하나님의 사람들을 길러내는 하나님의 대학교", "Why Not Change the World?(세상을 바꿉시다)", "쌍코피가 터져도 우리의 새벽기도는 계속된다", "Arise! Shine!(일어나라! 빛을 발하라!)" 신학대학교가 아닌 일반 4년제 대학교 얘기다.
 
학교 앞의 풍경도 보통의 대학들과는 사뭇 다르다. 학교명이 새겨져 있는 커다란 표지석과 길가에 서 있는 철제 표지탑이 학교의 정문임을 어렴풋이 나타내고 있을 뿐 새로 뚫린 영일만 신항만 고속국도 너머로 넓게 펼쳐져 있는 논과 멀리 바다가 보이는 게 전부다. 그래도 대학교 정문 앞인데 그 흔한 주점이나 음식점, 카페 하나 없다. 워낙 상가가 들어설 조건이 안 돼 있기도 하지만, 전교생의 대부분이 기독교인인 학교 앞에서 술집장사 같은 것은 어차피 수지타산을 맞출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대학가 상권이 아예 형성되지 않는 것이다. 학생들도 캠퍼스 안에서 주로 생활하며 강의실과 채플과 기숙사 사이를 오가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세속과 단절된 우중충한 중세의 수도원학교 비슷한 곳으로 연상해서는 안된다. 그들도 여느 대학생들과 똑같은 청춘들이며, 한동캠퍼스 안에도 젊음의 약동과 낭만이 가득하다. 단지 다른 대학들과 구별되는 점이라면 모든 학창생활이 기독교적 가치관과 기독교문화의 틀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는 것이다.
 
글의 전반에 한동대의 분위기를 이처럼 장황하게 소개한 것은 이 학교에 대한 필자의 애정 때문이다. 필자는 1998년 봄 학기부터 한동대학교 언론정보문화학부에서 겸임교수로 연극과 뮤지컬 과목의 강의를 시작했다. 필자가 첫 강의를 위해 교정에 들어서면서 받았던 인상은 한마디로 황홀했다. '하나님의 대학교'라는 표제에 신선한 충격을 받으며 강의실 쪽으로 걸어 올라가는데, 마주치는 학생들마다 이 낯선 장년에게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한다. '일단 예절은 바르군….' 본관 뒤뜰의 잔디밭 가운데에는 열 명 남짓의 학생들이 원을 만든 채 찬양과 기도를 드리고 있었고, 벤치에는 교수와 학생들이 나란히 앉아 정겨운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학교 가운데 있는 작은 동산 주위로 수로를 따라 낮은 시멘트 옹벽이 둘러 있는데 그 위에는 성경구절과 그림들이 예쁘게 장식되어 있었다. 마치 기독교학교의 이상적인 모습을 슬로우모션으로 조망하는 듯 했다. 일순간 그 모든 광경이 이른 봄날의 정취와 부드럽게 섞이면서 행복한 환영을 만들어 내는 것을 느끼자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한동대에서 젊은 지성들을 가르치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전적으로 하나님께서 인도하셨다. 1997년 여름, 대전 외곽에 위치한 침례회 신학대학교를 빌려서 며칠 동안 CCM컨퍼런스가 열리던 때의 일이다. 전국각지에서 CCM밴드를 비롯한 현역 찬양 사역자들과 찬양사역 지망생들이 구름떼처럼 몰려온 큰 규모의 행사였다. 보컬, 기악, 뮤지컬, 무대기술, 행사 기획 및 제작 등 찬양사역의 여러 분야를 세분화하고 분야별 전문가들을 초빙하여 오전에는 선택강좌 중에서 원하는 강의를 듣고, 오후에는 실기클리닉을 받으며, 저녁에는 쟁쟁한 CCM아티스트들과 크리스찬 록밴드들의 릴레이 야외콘서트를 관람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매우 충실한 프로그램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최종률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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