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ing(II)

The King(II)

[ 최종률장로의 빈방있습니까? ] The King(II)

최종률장로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9월 25일(화) 14:24
[최종률장로의 빈방이야기]
 
출연배우 60여 명과 스태프진, 오케스트라 단원 50여 명, 밴드, 기획 제작팀을 합하면 1백50명이 넘는 대부대가 매일 오전 10시에 모여 밤 10시까지 하루 12시간씩 두달 간을 연습에 몰두했다. 한번 먹어치우는 식사량만 해도 어마어마했다. 거대한 무대장치, 고증을 거쳐 제대로 제작한 의상과 소품들, 전쟁 장면을 포함한 역동적인 군중 신(scene) 등, 흔히 말하는 스펙타클 대작이 하나님의 은혜와 구체적인 도우심 가운데 마침내 막이 올랐다. 공연장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은 객석도 넓지만 배우  수 십명이 올라가도 채워진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무대 자체가 넓었다.
 
길갈의 전장에서 선지자 사무엘이 늦어지자 율법을 어기며 번제를 집례하는 사울의 오만함을 첫 장면으로 '더 킹'은 불안하게 시작된다. 블레셋과 전투에서 거인 골리앗을 죽인 이후 다윗의 명성과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른 채 치솟고, 초조해진 사울의 광기가 다윗의 탈출, 그리고 엔돌의 무녀들이 추는 기괴스러운 춤이 무대를 어지럽힌다. 사울의 비극적인 죽음 이후 왕위에 오르는 다윗. 법궤 앞에서 반나의 몸으로 법열의 춤을 추고, 그것을 비웃는 미갈을 폐한다. 이어서 주변국들을 치는 다윗의 군사들이 펼치는 압도적인 군무와 이스라엘 왕국의 전성시대가 화려한 군무로 무대를 채운다. 밧세바의 등장과 영적인 긴장이 풀린 다윗의 타락상이 질펀하게 펼쳐지고 하나님의 준엄한 심판이 임한다. 회전무대가 돌아가면 압살롬이 모습을 드러내고…. 무대 위에서 뿜어내는 배우들의 열기뿐만 아니라 무대 양옆의 소대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며 의상과 소품을 챙기는 스테프들로 공기는 계속 달아오른다. 피트 안의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밴드 연주자들도 지휘자의 바톤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음악을 창조해간다. 부스의 무대감독은 음향과 조명, 그리고 세트 전환에 따른 큐를 주느라 몰아의 경지에 들어가 있다. 이 모든 과정이 하나의 거대하고 유기적인 스펙타클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공연기간이 장마철과 맞물리는 바람에 관객동원을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연일 계속되는 폭우를 뚫고 장충동 언덕 위의 국립극장까지 꾸준히 찾아오는 관객들의 행렬을 감격스럽게 바라보면서 하나님께 감사드렸다.
 
12일 간의 공연을 성황리에 마치고 결산한 결과 10억의 제작비가 투입되었음에도 수지가 맞아떨어지는 기적이 일어났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배우들과 스태프진, 악단원들을 포함한 모든 참가자들에게 계약한대로 사례를 지급한 것은 물론이다.
 
차제에 몇 마디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 교회나 기독교 단체에서 문화예술 전문인력들을 동원하여 행사를 치른다움 약속한 사례를 제대로 하지 않고 흔히 하는 말이 "주님께서 갚아주실 겁니다"이다. 물론 원론적으로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혹시 기획을 제대로 하지 못했거나 능력부족을 그런 식으로 대충 덮으려는 의도라면 그것은 매우 무책임하고 불성실한 태도이자 스스로 신뢰감을 잃게 만드는 처사이며 여러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가령 장애인들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을 돕기 위한 자선행사의 경우에는 사례가 없음을 미리 밝히고 출연자가 그것을 수용하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나 최소한의 사례를 약속해 넣고 지키지 않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기독교 공연문화에 있어서 오래된 무료관람의 관슴도 이제는 없어져야 하리라고 생각한다. 오랜기간 동안 혼신의 힘을 다해 고된 연습과정을 거치며, 상당한 제작비를 투입하고 천신만고 끝에 막을 올리는 성극이나 기독교 뮤지컬을 관람할 때는 반드시 표를 사서 입장하는 것이 기본 도의임을 인식해야 한다. 그런 간단한 매표행위 하나가 열악한 문화선교의 현장에서 고독하게 헌신하고 있는 사역자들을 격려하고 현실적으로 제작비를 충당하도록 돕는 가장 확실한 방편이 된다.
 
뮤지컬 'The King'은 국립극장의 초연 이후 재공연의 기회를 갖지 못했다. 무대장치와 의상, 소품들은 재사용이 가능하지만, 대관료 이외에도 인건비, 인쇄비, 진행비, 홍보비 등 제작비가 초연 때 예산에 버금가기 때문이다. 규모나 출연자들의 면모나 완성도에 있어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본격적 기독교 뮤지컬 공연이 일회성으로 끝나나다는 것, 정성스럽게 제작했던 세트들과 화려한 의상들과 정교한 소품들이 관리의 어려움으로 방치되어 퇴락해간다는 사실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결국 문화사역자들과 교회 사이의 협력이 관건이다. 기독연극인들은 양질의 문화상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한국교회는 관극운동을 펼쳐서 극장을 찾아준다면, 말하자면 공연상품을 소비해 준다면 연극선교사역은 큰 탄력을 받을 것이라 확신한다.
 
 
최종률장로 / 연극연출가ㆍ배우ㆍ한동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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