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 1백주년 기념선언문

총회 1백주년 기념선언문

[ 교단 ] 총회 1백주년 선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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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9월 17일(월) 18:43

1. 회고와 감사
 
우리는 지금 총회 창립 1백주년을 맞고 있다. 1912년 9월, 평양장로회신학교에서 7개 노회가 모여 첫 창립총회를 개최한 지 1백년이 지난 오늘, 1백년 동안의 교회 부흥을 기쁨으로 돌아보면서, 하나님께서 우리 총회 산하 전국 교회를 부흥케 하신 은총과 사랑에 감사를 드리며 오직 하나님께 영광과 찬송을 돌린다. 일제에게 나라의 주권이 빼앗긴 상황에서 1912년 창립된 한국 장로교회 총회는 당시 우리 민족의 유일한 자발(自發)적 자치(自治)운영기구였다. 이러한 장로교회는 전심전력 기도하며 기독교학교를 설립하여 인재를 양성하고 사회봉사(계몽운동)에 힘쓰고 또 민족 독립을 위해 기여했다. 이처럼 우리 총회는 복음 안에서 민족과 나라의 소중함을 새겼으며, 핍절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 민족에게 세상의 유일한 소망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소개하였다.
 
8ㆍ15해방을 맞이하자, 장로교회는 이 땅에 자유를 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면서 적극 새 나라 건설에 동참했다. 한국전쟁(6ㆍ25)과 민족 분단의 고통 속에서, 장로교회는 이 고통에 참여하여 우는 이들과 슬픔을 나누며 연대했으며 민족적 과제가 있을 때마다 민족의 고통과 절망을 함께 나누며, 감당하기 어려운 상처를 씻어내는 데 앞장섰다.
 
빈곤과 기아를 극복하던 경제성장기에도, 한창 경제성장의 진통을 겪고 민주화라는 격동기를 지낼 때에도 교회는 나라를 위한 기도를 그치지 않았으며 기뻐하는 이들과 함께 기뻐하고 애통하는 이들과 함께 애통하고자 노력하였다. 역사적 소임을 온전히 감당했노라고 큰 소리로 말할 수는 없지만, 민족과 함께 한 우리 총회 1백년의 역사와 대한민국의 부흥을 천천히 돌아보면 다시 한 번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를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하나님께서는 우리 교단을 비롯한 한국교회에게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성장을 허락하셨으며 부흥의 열매를 맛보게 하셨다. 우리는 이제 이 땅을 복음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오지를 기꺼운 마음으로 찾아갈 수 있는 영적 물질적 복도 누리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복이 세계 선교를 위한 그리스도의 위탁을 확증할 뿐 아니라, 땅 끝까지 이르러 하나님 나라를 구현하는 도구이자 주님의 지상명령을 이루라는 증거라고 믿는다. 그러므로 한국교회와 우리 총회에게 이러한 복을 주시고 사역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며 무한한 영광을 돌린다.
 
2. 회개와 갱신: 오늘의 교회
 
총회 1백주년을 감사함으로 맞는 오늘, 우리는 먼저 한국교회가 자리한 한국 사회에 주목한다.
 
한국 사회는 지금 정치적으로는 성숙한 민주주의를 도모하고, 경제적으로는 경제적 평등을 이루기 위한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으며, 미래 지향적인 복지를 어떻게 시행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평화통일의 길은 아직 요원한 듯 보이지만, 우리 국민들은 화해와 평화, 상생과 공존의 길을 대망하고 있다. 이만큼 한국 사회가 성숙한 것은 분명 하나님의 은혜이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자신의 죄와 부족함이 한국 사회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음을 고백한다. 정치갈등이 첨예하고, 세대간 단절이 뚜렷한데다 사회적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인간의 모든 삶은 시장경제의 가치로 환산되고 있으며, 우리 중 대다수가 경쟁과 자본의 논리를 불가피한 삶의 법칙으로 수용하게 되었다.
 
나아가 우리는 이 시대, 교회의 위기를 목도한다. 개인주의와 물질주의가 대세가 된 세상에서 교회 역시 세속적 이기주의와 물질만능주의에 경도되었으며, 성장 논리를 앞세워 개교회 중심주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때로는 교회로서의 정체성과 예언자적 사명을 망각하고 정치적 편향성을 보이기도 했으며, 교회 지도자들의 부적절한 언행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갈등을 봉합하고 화해와 협력을 일구어내기보다 오히려 분열과 대립의 장이 되기도 하였다. 교회가 세속적 탐욕과 권력욕에 야합하고 세상의 방식에 깊이 매료되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무력하게 했다면 이는 교회의 위기이자 그리스도인의 위기이다. 그러나 교회가 교회 본연의 소금과 빛의 역할을 담당하지 못했다면, 이는 하나님 나라의 빛을 잃은 세상의 위기이며, 불의와 부패를 막을 수 없는 세계의 위기이다. 우리는 이를 애통한 마음으로 바라본다.
 
우리는 세상의 위기와 교회의 위기에 직면하여, 이 모든 책임을 겸허하게 인정하고 하나님 앞에서 통렬하게 회개한다.
 
하나님 나라의 가치가 아니라 세속주의와 물질주의를 유포한 죄, 개교회주의를 극복하지 못한 죄, 정치경제적 불의와 쉽게 타협하고 예언자적 사명을 감당하지 못한 죄, 사회적 약자에 무관심했던 죄, 나눔과 섬김의 사역을 게을리 했던 죄.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자랑스러워하지 못했고, 하나님 나라의 비전을 이 땅에서 실현해가지 못했다.
 
한국 장로교회는 일제 식민지배 기간동안 일제가 강요한 신사참배에 굴복하였고, 이로 말미암아 8ㆍ15해방 이후 장로교회는 교단이 분열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으며, 진리를 밝히고 교회를 바르게 세워야 할 신학 논쟁이 오히려 또 한번 더 교단 분열을 촉진하는 죄를 범하였다. 교회들이 한동안 양적 성장에 치중한 나머지 소외된 이웃의 아픔과 그들의 고통에 귀를 기울이지 못했으며 민주화 열망시대에는 다수의 교회가 예언자적 사명을 소홀히 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나님 앞에 이 모든 죄를 철저하고 공개적으로 고백하며, 다시 한 번 하나님의 은혜를 구한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용서해주시고, 우리를 새롭게 갱신해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3. 교회의 선언
 
우리는 교회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계시된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 실현하도록 하나님께서 이 세상에 파송하신 새로운 "하나님의 백성"인 것을 믿는다. 지금까지의 역사가 증명하는 것처럼, 앞으로도 하나님께서는 교회를 통해 구원의 역사를 일으키실 것이고, 교회를 통해 하나님께서 지으신 선한 질서를 회복하시며, 하나님 나라를 성취하실 것이다. 지난 1백년, 하나님께서 우리 교회에 부흥의 기쁨을 맛보게 하셨다면, 이제 앞으로 1백년, 하나님께서 우리 교회를 세상의 소망이 되게 하실 것이며, 하나님의 뜻을 실현해가는 구원의 통로가 되게 하실 것이다. 우리 총회는 소속된 모든 교회들이 하나님의 구원과 회복의 역사에서 소외되지 않기를 간구하며, 하나님의 동역자가 되어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데 요긴하게 쓰이기를 원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총회 1백주년을 맞아 그간 영적 부흥과 사회적 책임을 다해 온 교회의 역사를 이어가고, 교회가 세상의 소망이 되는 새로운 역사를 시작하고자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우리의 유일한 소망-예수 그리스도
 
첫째,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가 세상의 유일한 소망임을 증언하며, 믿지 않는 이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파하는 데 전력을 다한다.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의 그리스도이시며,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고(마16:16), 하나님께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인류와 모든 피조물과의 새로운 교제를 이루셨다(고후5:19).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만이 하나님께 이르는 길임을 먼저 고백하는 자들로서, 예수께서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신 지상명령을 교회의 사명으로 받아들이고, 믿지 않는 이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일치와 화해
 
둘째, 우리는 갈등과 대립을 조장하는 세계에서 일치와 화해의 복음을 증거한다. 우리는 먼저 교회가 하나임을 선포한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엡1:23)이며 하나님의 백성이기 때문에 우리는 하나되어 삼위일체 하나님께 예배하고 영광을 돌려야 함을 고백한다. 이에 우리는 개교회주의나 교파주의를 극복하고 교회 연합과 일치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며 형제된 세계교회와 협력하여 국제적인 문제해결을 도모할 것이다. 또한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과 화목하였으며(고후5:18~19), 우리가 먼저 모든 사람들과 화해하고 화해의 복음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할 사명이 있다고 믿는다. 이에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화해사역을 선포의 주제로 삼을 것이며, 세대와 이념, 계층과 지역에서 비롯된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기 위해 앞장설 것이고, 국내외 분열의 현장에서 조정자와 화해자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섬김과 나눔
 
셋째, 우리는 가난한 이웃과 사회적 약자를 살피며 그들과 함께 하는 섬김과 나눔의 사역에 헌신한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이 땅의 생명을 풍성하게 하기 위하여 오셨으며(요10:10),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 하셨고, 섬기는 종으로 사셨다. 이에 우리는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이웃과 함께 할 것을 다짐한다. 생존의 위협을 받는 사람, 장애인과 노숙자, 외국인 노동자, 다문화가족들 모두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이며, 우리의 섬김과 나눔이 필요한 이웃들이다. 나아가 우리는 경제적 양극화를 야기한 자본의 논리를 경계하며, 무한경쟁과 승자독식이 통하는 비정한 세계를 비판한다. 이에 우리는 교회를 비롯한 소규모 공동체부터 경제정의를 실현하는 데 애쓸 것이며, 경건과 절제로 물질만능주의에 길들여진 우리의 가치를 교정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생명과 평화
 
넷째, 우리는 파괴적이고 폭력적인 문화가 득세하는 세계에서 생명과 평화를 선포한다. 우리는 창조주 하나님께서 생명을 창조하셨으며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인간을 창조하신 후에 인간에게 이 땅을 관장할 청지기로서의 소임(눅19:11-27)을 주셨다고 믿는다. 따라서 우리는 생명을 파괴하는 어떠한 시도도 거부한다.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로 피조세계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한 지금, 우리는 환경문제에도 책임 있게 대응하여 자연 생태계가 지속가능하도록 도울 것이다. 또한 우리는 남북이 대결국면이나 전쟁으로 치닫지 않도록 간절히 기도한다. 북한의 인권문제를 방기하지 않을 것이며, 북한 주민들에게 인간적인 삶이 허용될 수 있도록 물적, 영적인 지원을 계속할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는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평화통일에 이르도록 전심으로 기도할 것이다.
 
이제 우리 총회는 앞으로 1백년을 '희망의 1백년'으로 규정한다. 이전보다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예측불가능한 위험이 현실을 위협할 것이며 고난과 위기가 어김없이 찾아올 것이지만, 교회는 흔들리지 않는 하나님 나라에 터하여 세상의 소망이 될 것이다. 하나님 나라는 정치와 경제와 사회와 문화를 변혁하고, 교회를 끊임없이 개혁되고 갱신되는 교회로 있게 할 것임을 고백한다.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믿는 우리는 교회의 안과 밖에서 일치와 화해를 이루어갈 것이며, 섬김과 나눔을 주된 사역으로 삼을 것이다. 양극화된 사회에 생명과 정의평화운동을 통해 한국 사회를 변혁하고, 통일시대를 열어갈 것이며, 나날이 심각해지는 환경오염과 생태계위기를 극복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또한, 한국 장로교회는 지나온 1백년의 부흥으로 세계 교회를 섬기고 갱신하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교회가 빛과 소금의 사명을 다할수록 예수 그리스도를 입술과 삶으로 고백하는 이들이 교회의 구성원이 될 것이며, 하나님 나라를 확장시키는 하나님의 동역자가 될 것이다.
 
2012년 총회 주일을 맞아 기념예배를 드리는 이날, 우리는 부흥의 기쁨을 허락한 지난 1백년의 역사를 감사와 찬송으로 닫는다. 그리고 세상의 소망으로 서게 될 새 1백년을 우리 주님과 함께 힘차게 열어갈 것을 우리의 마음과 뜻과 힘을 다하여 다짐하고 선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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