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킹(The King)' I

'더 킹(The King)' I

[ 최종률장로의 빈방있습니까? ] 뮤지컬 '더 킹' 공연

최종률장로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9월 14일(금) 11:32

[최종률장로의 빈방있습니까]

올해 초, 공중파의 미니 시리즈 드라마에 작은 역으로 출연할 기회가 있었다. 대본을 받아보고는 깜짝 놀랐다. 제목이 이렇게 같을 수가! 2003년 필자가 극본을 쓰고 연출했던 창작 뮤지컬의 제목과 똑같은 '더 킹'이었으니 말이다. 후에 자세히 보니 '더 킹' 옆에 작은 글씨로 '투 하츠'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걸 알았지만.
 
뮤지컬 '더 킹'은 임동진 목사님(당시에는 장로)의 극단 '예맥' 창단 10주년 기념 및 국민일보 창간 15주년 기념 공연으로 2003년 8월 23일부터 9월 4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에서 극장에서 공연되었다. 다윗의 파란만장한 생애를 서사적으로 그리면서, 한편으로는 그의 영성을 밀도 있게 병치시킴으로써 기독교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높이려 애쓴 작품이었다.
 
형들로부터 소외당하는 천덕꾸러기 막내이자 목동이라는 비천한 자리에서 권좌의 꼭대기에 오르기까지, 시와 가무와 연기에 능한 예인 기질에서 강성한 왕국의 절대 권력자에게 필요한 용기와 결단력과 통치력을 갖추기까지, 지성과 덕성과 영성을 겸비한 성군에서 부하의 아내를 취하고 부하를 사지로 보내 죽이는 패륜적인 죄인에 이르기까지 삶의 양 극단을 오갔던 다윗의 생애가 뮤지컬의 소재로는 안성맞춤이었다.
 
이미 정극과 뮤지컬로 몇 편의 대본이 나와 있던 터라 기존의 작품들과 차별화 할 필요가 있었다. 다윗을 중심에 놓고 그 전의 사울과 그 후의 솔로몬에 대한 암시를 주는 것까지를 내용으로 삼았다. 인간으로서의 왕들이 보여준 실패의 역사를 통해 우리의 영원한 왕이신 하나님을 은유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아울러 사울, 압살롬, 아히도벨의 인본주의와 다윗의 신본주의를 대비시키는 것에 역점을 두었다. 다시 말해서 다윗이 비록 십계명 가운데 탐심과 도적질, 간음과 거짓말과 살인이라는 다섯 가지의 죄를 범한 패역한 죄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신앙의 표본적 인물로 회자되는 영적 저력은 가슴을 찢는 통회와 눈물로 침상을 띄운 처절한 회개, 그리고 철저한 하나님 중심주의에 있었다는 주제성을 부각시키고자 했다.
 
십 여 차례의 개작을 거치는 산고 끝에 마침내 대본이 완성되었다. 이번에는 출연자를 선정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주역 급은 초빙으로, 단역과 앙상블 팀은 공개오디션으로 선발했다. 주인공 다윗 역은 임동진대표가 미국에서 이미 낙점해 두었던 성악가 김필승 씨(현 한세대 교수)가 맡게 됐다. 걸출한 외모에 뛰어난 성악 기술과 윤기있는 음성, 넉넉한 성량 등 오페라 가수로는 거의 완벽한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뮤지컬 작품의 주역으로서 요구되는 연기력에는 다소 미흡함이 보였다. 그러나 본인의 목표의식과 의지가 강했기 때문에 반복 연습으로 약점을 보완해 갔다. 한편 여주인공 밧세바 역은 중견 뮤지컬 배우 이혜경 씨가 맡게 됐다. 배역이 확정되자 본격적인 연습에 돌입했다.


최종률장로 / 연극연출가ㆍ배우ㆍ한동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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