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루

혈루

[ 문화 ] 시-혈루

조수일집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9월 14일(금) 11:29

[동인시단]

긴 행렬을 봅니다
늘 무리에 휩싸인 당신은 멀리 있습니다
밀려와 구름떼를 이루는 무리를 조용히 날숨 쉬며 둘러봅니다
아득히 희디 흰 이마가 보입니다
다소곳한 어깻죽지가 보입니다
무리들, 빽빽한 숲으로 밀려듭니다
잠시 몸 돌려 이편을 건너 볼 듯,
시침과 분침이 숨을 멎을 듯, 창세의 시간입니다

당신 입술에선
구슬 같은 언어가 흘러 발목을 적십니다
해수면과 연이어 진 언덕배기에
어슴어슴 어둠이 내려앉아
이편과 저편을 갈라놓습니다
넘어서는 안 되는 금기처럼
몸져누운 검은 목책 너머로
당신 기류만 더듬다 훌쩍 삭아 내린 내 촉수 다스려
오늘 밤 창문 밖, 올리브유향 가득 촛대를 켭니다
오롯이 당신만 바라본 암반의 내 열 두해,
마를 길 없는 그리움의 혈루입니다

조수일/광주남문교회 집사ㆍ본보 기독신춘문예 3회ㆍ7회 시부문 가작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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