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탐방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탐방

[ 교계 ]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탐방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2년 09월 12일(수) 10:58
"위안부 문제, 한 목소리로 힘을 합해야"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탐방

   

헌법재판소가 "정부가 위안부 배상권 해결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고 판결한지도 어느덧 1년이 지났다. 헌재 판결 1주년을 기해, 지난 8일 마포구 성산동에 위치한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을 찾았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추모하며 지금까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의 활동 역사를 살펴볼 수 있도록 지난 5월 5일 개관한 곳으로 얼마전 극우 성향의 일본인들이 말뚝 테러를 자행한 장소이기도 하다. 매주 화∼토요일 1시부터 6시까지 문을 연다(수요일은 3시부터).

박물관의 입구에서 할머니들의 얼굴과 손을 석고로 뜬 부조물을 지나 지하로 내려가니 센서 작동으로 억울함을 호소하는 피해자들의 증언 영상이 흘러나왔다. "죽여버려." 토요일 오후 박물관을 찾은 여고생들이 한 피해 할머니의 생전 증언 영상을 보고는 거친 분노를 표출했다. 지난해 8월 30일 헌재 판결 이후로도 고령의 피해자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나면서 현재 60명의 할머니들만이 생존해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을 촉구하고 있는 상태.

지난달 에큐메니칼 여신학생 수련회 공식 일정으로 박물관을 탐방한 장신대 여학우회장 최은정전도사(한교회)는 "일본 사람들로 보이는 이들이 10명 정도 있었는데 그 사람들이 한 일은 아니지만 밉기도 하고 어떤 마음으로 여기에 왔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그날의 소감을 돌아보면서 "할머니들이 계속 돌아가시고 계시는데 일본 정부는 어떠한 태도도 취하지 않고 있다. 한편으론 우리의 힘이 약한 것 같아서 회의를 느꼈고 그럴수록 힘을 합해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최 전도사는 과거 아시아 전역의 분포도를 알 수 있는 '일본군 위안소' 지도가 가장 인상적이었다며 "최초 증언자인 김학순 할머니가 어디에서도 자기 사연을 들어주지 않았는데 한국교회여성연합회에서 발벗고 나서 공론화시켰다는 것을 듣고 자랑스러웠다"고도 했다.

1991년 광복절 하루 전인 8월 14일에는 일본군 위안부의 피해자임을 최초로 공개 증언한 김학순 할머니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교회여성연합회의 주관으로 다음달인 9월 18일에는 정신대 신고전화가 개통됐고 많은 피해자들이 꽁꽁 숨겨두었던 아픔을 세상에 이야기하기 시작하면서 21년이 지난 지금 대규모 시민사회운동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정대협 생존자복지위원장인 정태효목사(성수삼일교회)는 "요즘 수요시위에 가면 여고생들, 보이스카웃 학생들 등이 많아진 것을 볼 수 있다. 이제는 세계로 운동이 확산되면서 모든 이들이 함께 하고 있는데 오히려 교회는 거꾸로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아쉬워하며 "잠깐 끓고 마는 냄비근성이 아니라 할머니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조용히, 지속적으로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교회의 관심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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