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이들을 위한 경제정의 운동 '마이크로크레딧'

가난한 이들을 위한 경제정의 운동 '마이크로크레딧'

[ 교계 ] 마이크로크레딧 운동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2년 09월 04일(화) 14:55

[나눔과섬김]'작은 힘'도 모이면 산도 옮긴다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세계 최초의 은행으로 유명하다. 그라민은행은 빈민들에게 담보 없이 소액 대출을 제공해 빈곤을 벗어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1983년 설립된 소액 대출은행이다. '조브라'라는 작은 마을에서 그야말로 조그맣게 출발한 이 은행은 이후 큰 호응을 받아 아시아를 비롯한 북미, 유럽, 아프리카 등 전 세계로 확산됐다. 무담보 소액대출(마이크로 크레디트)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사회적 약자들의 경제적 자립을 도운 공로로 그라민은행과 유누스총재는 공동으로 노벨평화상을 받기도 했다.

그라민은행을 설립하기 전에는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조국 방글라데시의 경제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뜻을 품고 귀국한 유누스총재가 왜 소액대출운동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

유누스총재는 대학 강단에도 서고, 정부에 들어가 여러 가지를 시도했지만 서민들을 돕는 일에 자신의 생각처럼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결국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실험적인 시도를 해보기로 하고 인근 마을 주민들에게 무담보로 대출을 해주고 그 돈으로 경제적 활동을 지원해 주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대출을 무담보로 해주면 잘 갚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만 조브라 마을 주민들은 착실히 돈을 갚아 나갔고 결국 경제적 자립에 성공했다. 상환율은 연평균 90% 이상을 기록할 정도였다.

대출 금액은 비록 1백50달러 안팎의 소액이지만 극빈층들은 이러한 금액마저도 구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그라민은행의 무담보 대출은 극빈층에 커다란 힘이 됐다. 지금까지 대출받은 이들의 수는 8백만을 넘고 이 가운데 60%정도가 빈곤을 벗어났다.

그라민은행이 보여준 기적같은 사례는 전세계에 소액대출 운동의 필요성에 대해 새롭게 인식할 수 있게 하는 기회를 주었다. 유엔(UN)도 지난 2005년을 '세계 마이크로 크레딧의 해'로 정해 가난한 사람들이 자활 사업을 벌일 수 있도록 소액의 돈을 빌려주는 '마이크로 크레딧' 운동이 전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끌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추세에 함께 해 2000년도부터 마이크로크레딧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신나는 조합'을 비롯한 많은 소액대출운동이 시작됐다. 이후 '사회연대은행'이 2003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하게 되면서 창업 지원은 물론, 창업에 필요한 자금부터 경영, 기술지원 및 심리적 자활을 위한 교육 훈련 등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창업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 재원만으로 유지되던 한국형 마이크로크레딧 운동도 재정적, 물량적 한계에 부딪혀 정부가 이러한 재원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노력 끝에 2009년, 제도권 금융 이용이 곤란한 금융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창업자금, 운영자금 등 자활자금을 무담보 무보증으로 지원하는 소액대출사업(마이크로크레딧)을 대폭 확대해 서민의 자활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에서 운영하는 미소금융중앙재단이 만들어졌다.

이러한 소액대출운동이 사회적으로 활발해지면서 교계에서도 이러한 물결에 동참하는 경우가 속속 생겨났다.

지난 2002년 네덜란드의 기독교 자활자금 융자기구인 국제 오이코크레디트(Oikocredit)에서 선교의 일환으로 한국지회를 만들려고 시도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단체의 운영규정이 국내법에 어긋나 중단되고 말았다.(오이코크레디트 한국위원회는 그후 2004년도에 설립됐다). 그러나 당초 오이코크레디트 한국지회를 설립하고자 세운 김창인목사(광성교회ㆍ증경총회장), 손달익목사(서문교회), 김원영목사(청주서남교회) 등은 13명의 추진이사들과 함께 국내 토종 마이크로크레디트(microcredit) 기구로 '생명의 길을 여는 사람들'을 창립했다. 이곳을 통해 서민들은 소규모사업장을 개업하고, 선교지에 건물을 건축했으며, 악성 채무의 고리에서 해방됐다.

교계에서는 현재 '생명의 길을 여는 사람들' 이외에도 거룩한빛광성교회(정성진목사 시무)에서 정부의 지원을 받아 '해피뱅크'라는 이름으로 소액대출기관을 운영하고 있는 것을 비롯, 열매나눔재단(대표:김동호), 성남 주민교회(이해학목사 시무) 등에서 서민들에게 소액대출을 해주고 있다.

'생명의 길을 여는 사람들'의 창립멤버로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정봉덕장로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가난한 사람들을 구휼해야 한다. 세상은 급변하고 있는데 가난한 사람은 점점 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교회가 해야할 일은 가난을 퇴치하는 일"이라며 "겨자씨의 믿음이 있으면 산을 옮길 수 있다고 했는데 산을 옮기려면 십자가 정병들의 희생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크고 폼나는 일이 아닌 자신이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시작할 때 세상은 변화하기 시작한다"는 그라민은행 유누스총재의 말처럼 경제정의를 꿈꾸는 기독교인이라면 교계에서 운영하는 소액대출운동을 알아보고 동참하는 것은 기적의 첫걸음을 내딛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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