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여행, '공정여행'

착한 여행, '공정여행'

[ 문화 ] 공정여행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2년 08월 21일(화) 15:28
최근 '착한 여행'이라고도 불리는 공정여행이 뜨고 있다. 공정여행이란 여행에 쓰이는 경비가 현지인들에게 돌아가도록 하며 인권, 생명, 환경을 존중하는 여행을 뜻한다.
 
   
지난 16일 종로 한 카페에서 꽃거지, 어린아저씨로 잘 알려진 공정여행가 한영준씨(28세ㆍ전주안디옥교회)를 만나 톡톡 튀는 공정여행 이야기를 들어봤다. 처음에는 평범한 세계일주로 시작했지만 '관광객이 많을수록 가난한' 개발도상국의 현실에 눈을 뜨면서 공정여행가가 됐다는 그는 지난 3년간 인도 스리랑카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20여 개국을 다니며 현지인들에게 집을 지어주고 농장을 선물하고 도서관 운영을 돕는 등 희망을 선물했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돈을 쓰는데 왜…?' 그는 "태국을 여행하면서 내가 쓰는 돈이 현지인들에게 돌아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는데 한마디로 '이건 반칙이다' 싶었다"고 했다. 현지인들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한 씨는 스리랑카 가족들에게 벽돌집을 지어주고 다섯 가족에게 치킨 농장을 만들어주는 등 길거리에 나가지 않고도 먹고 살 길을 열어줬다. 스리랑카의 한 집시학교에 책, 교구, 서랍장, 교사들의 자전거 등을 지원하기도 했고 인도네시아 도서관에 책이 없다는 소식을 듣고서 도서구입비를 보내준 일도 있다. 분명한 원칙도 있었다. 차 한잔이라도 받고 난 뒤에만 도움을 줬고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애프터서비스는 하지 않았다. 프리허그를 할 때는 점심을 먹지 않고 한 사람당 1백원씩 적립을 해서 아이들을 도왔고 수많은 가정에 가족사진을 선물했다. 조금씩 동참한 후원자들이 어느새 1천여 명. 기회가 될 때마다 강연이나 에세이, 사진전을 통해 여행의 감동을 나누고 있다.
 
불교, 힌두교, 이슬람 등 그가 여행했던 아시아 국가들은 대부분 기독교가 아닌 타종교를 기반에 둔 나라다. 한 씨는 "교회에서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을 돕는다고 하면 싫어한다. 하지만 타종교를 사랑하는 것이 먼저일지 배제하는 것이 먼저일지 한 번쯤 생각해봤으면 한다"며 "한국교회는 기도만 하고, 말만 하고 행동하지 않는다"고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도 스무살에는 "오대양 육대주에 복음을 전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다. "가보면 알아요. 지금 당장 그들에게 필요한건 빵이라는 것을…."
 
서른 이후의 꿈으로 아프리카 병원, 청년NGO 설립 등을 소개한 그는 "성공하고 부자가 되는 삶을 살고 싶다"며 "그런데 성공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삶이고 부자는 많이 가진 자가 아니라 많이 나누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착한 여행을 실천했으면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여행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거든요!"
 
#어린아저씨 한영준이 말하는 공정여행 십계명
 
1.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소와 음식점 이용하기
2. 어린이들에게 사탕이나 선물ㆍ돈을 주지 않는다
3. 간단한 현지어를 미리 배워둔다
4. 흥정은 적당히 한다
5. 성매매나 도박 멀리하기
6. 멸종 위기종으로 만든 제품은 피한다
7. 문화적 차이와 금기를 미리 배우고 존중한다
8. 현지 드레스 코드에 맞춘다
9. 현지의 정치, 사회 현황을 미리 알아둔다
10.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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