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이 끝난 자리

가뭄이 끝난 자리

[ 문화 ] 시-가뭄이 끝난 자리

윤주영장로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8월 20일(월) 10:21

[동인시단]

여름 하늘은
이른 봄부터 시작된 가뭄에
겨자 빛처럼 노랗게 물들어 있습니다

제 몸속 뿌리박고 목 젓을 적시던
길섶의 풀잎은 견디다 못해
땅 바닥에 머리 조아리고,
마른 웅덩이 속 피라미 떼
끝내, 진흙 속에 머리를 박고
안타깝게 부르짖고 있습니다

가뭄에게도
듣는 귀가 있었나봅니다

세상이 각박하고
정의가 메말랐어도
어딘가 엎드린 기도가 있을 때
간간 세상엔
소낙비가 내립니다

가뭄이 끝난 자리
엎드렸던 잎사귀들 다시 힘을 얻고
웅덩이 속 생명들 다시
물장구를 칩니다


윤주영/본보 기독신춘문예 제13회 시 부문 당선 /응암교회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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