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폭피해자 2세 질병 대물림, 지원법 절실

원폭피해자 2세 질병 대물림, 지원법 절실

[ 교계 ] 원폭피해자 2세 이중고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2년 08월 16일(목) 15:04

지금으로부터 67년 전인 1945년 8월 6일과 9일.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가공할만한 위력의 원자폭탄이 투하되면서 제2차 세계대전은 마무리됐다. 덕분에 우리민족은 해방의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환희의 순간에 그 기쁨을 함께 하지 못한 동포들이 있었다. 바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이주해 살다가 원자폭탄에 의해 피폭된 이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일제에 의해 강제징용됐거나 지독한 가난을 벗어나보고자 이주한 이들이었다. 당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거주하던 우리 민족은 약 10만 명이었는데 이중 3만여 명은 사망하고, 7만여 명은 방사능에 피폭된 채로 한국으로 귀국했다. 한국으로 귀국한 원폭 피해자 중 현재 생존자는 2천6백여 명.
 
그러나 비극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원폭 피해자들의 자녀들에게까지 질병이 대물림된 것이다. 많은 수의 원폭 피해자 자녀들은 백혈병, 무혈성괴사증, 다운증후군, 정신지체장애, 골다공증 등 다양한 질병에 시달리며 신음했다. 이러한 원폭피해자 2세들은 현재 7천~1만여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원폭2세들 중 원폭후유증을 앓고 있는 원폭 2세환자는 전체 자녀의 30% 가량.
 
이들의 삶이 일반 환자들보다 더욱 비극적인 것은 피폭자의 자녀임이 알려지면 결혼과 취업 등에서 불이익을 당하기 때문에 다양한 질병을 겪고 있으면서도 스스로 원폭 피해자임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이들이 많다는 것.
 
이들은 일본제국주의의 침략전쟁과 미국의 핵헤게모니 전략에 의한 부당한 희생자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60년동안 다양한 질병과 장애로 인해 빈곤와 사회적 소외속에서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보장받지 못한 채 사회의 약자로서 지난 인권 사각지대속에서 인간의 존엄성마저 부정당하여 살아야만 했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은 상태에서 힘들고 고통스러운 싸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 원폭 환우 위해 기독교인 함께 기도

지난 8일 저녁 명성교회(김삼환목사 시무)에서는 원폭피해자 가족을 위한 기도회가 열렸다. 한국교회희망봉사단 주최로 열린 이날 기도회에서는 원폭피해자 가정에 하나님의 도우심과 위로하심이 임하도록, 또한, 이번 제19대 국회에서 원폭피해자를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기를 하나님께 간구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특히 이재영의원(새누리당)과 이학영의원(민주통합당)이 참석, 격려사를 해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다는 긍정적인 희망을 갖게 했다. 명성교회에서는 지속적인 관심을 약속하며 환우회에 승합차량을 기증했다.
 
이날 기도회에서는 참석자 일동이 선언문을 통해 "원폭피해자와 그 자녀들의 고통을 깊이 생각하며 이분들에게 연대의 손길을 내미는 것은 오늘 한국교회의 모든 구성원이 마땅히 감당해야 할 책무"라며 "원폭피해자와 그 자녀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실제적인 도움을 드리며, 향후 국가적으로 원폭피해자 지원이 제도화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원폭피해자와 그 자녀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기도할 것 △원폭피해자와 그 자녀를 돕고 지원하는 일에 적극 앞장설 것 △원폭피해자와 그 자녀를 지원하는 특별법 제정에 적극 앞장 설 것 등을 다짐했다.
 
인사말을 전한 김삼환목사는 "원폭피해자 2세 환우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연대하고 지원하는 일은 우리 한국교회에 주신 하나님의 특별한 사명"이라며 "한국교회가 환우들의 필요한 부분을 잘 도와드리고, 또 특별법이 제정되도록 관심을 가지고 지원하면 이 땅에 원폭 피해로 고통당하는 이들의 눈물을 조금이라도 닦아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원폭피해자 2세 환우회에 등록된 회원은 현재 1천3백여 명. 등록을 하지 않은 환자들까지 추산하면 약 1만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폭피해자 1세들에게도 한일협정 때 일본 정부로부터 받은 금액을 대한적십자사에서 위탁받아 월 10만원씩 위로금을 주는 것과 합천에 원폭피해자들에게 복지관을 지어준 것이 전부. 더군다나 2세들에게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전무한 상태에서 이들이 겪는 고통의 무게는 점점 더 무거워지고 있는 실정이라 국민들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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