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곳을 찾아서II - 군부대 순회공연

소외된 곳을 찾아서II - 군부대 순회공연

[ 최종률장로의 빈방있습니까? ] 빈 방 이야기

최종률장로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6월 25일(월) 11:34

순회공연 사역 가운데 교도소만큼이나 선교적 의미가 큰 것이 군부대 방문 공연이다. 흔히 하는 표현대로 황금어장이기 때문이다. 꽃다운 나이에 나라를 지키기 위해 가족과 친지들을 떠나 병영에서 가난한 마음으로 생활하는 젊은이들에게 복음을 담은 한편의 연극은 큰 감동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그래서 '증언'은 창단 초기부터 꾸준히 군부대 순회공연을 해오고 있다. 특히 전방 사단의 신병교육대는 주기적으로 사병들이 물갈이 되기 때문에 지속적인 방문공연이 가능하다. 군부대 순회공연에는 담당 군목들과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부대 군종부 자체의 프로그램과의 연계, 햇빛 차단막 설치, 덩치 큰 대도구들의 확보 등 조율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교회의 지원을 받아 빵과 음료 등 격려품을 함께 가져갈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한번은 O사단 OO연대 군종부의 요청을 받고 1박2일 일정으로 공연길에 올랐다. 강원도의 험한 산길을 달려가 급히 무대를 꾸미고 분장을 하면서 병사들을 맞을 준비를 했다. '증언'식구들은 그런 일에는 숙달이 되어 있어서 손발이 척척 맞아 돌아간다. 이윽고 여러 소대들로부터 사병들이 군가를 부르며 들어오기 시작했고, 끝으로 연대장을 비롯한 참모들이 제 1열에 자리를 잡는다. 공연은 갈수록 열기를 더해간다. 슬리퍼를 끌고 바지주머니에 손을 찌른 채 껌을 씹으며 뒷자리를 어슬렁거리던 군기 빠진 제대 말년의 고참병들도 어느새 극에 동화되어 조금씩 앞자리로 나오기 시작한다. 그런데 연대장이 이상하다! 자주 천장을 쳐다본다. 웬일일까?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부하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것이 민망해서 천장으로 고개를 튼 것이다. 공연이 끝나고 어느새 만들어왔는지 감사패를 전달하는 이 대령의 상기된 얼굴이 기억난다. 그날 공연 후 연대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사단장, "왜 이 대령 연대만 특혜를 누려? 극단 관계자들께 다른 연대, 특히 제일 고생하는 특공여단에도 꼭 공연해주십사 부탁드려!" 결국 우리는 3박4일로 일정을 수정해야 했고, 깎아지른 위험한 군용 전술도로를 진중 버스 편으로 오가며 사단 예하의 여러 부대들을 순회했다. 기독교인이었던 사단장 이OO 장군을 위해 사단장실에서 축복의 찬양을 해드리던 기억이 새롭다.
 
또 한번은 이른 봄에 전방 부대로 공연을 갔다가 폭설로 길이 막히는 바람에 부대 안에 고립된 적도 있었고, 최전방 어느 부대에서는 공연 중 덕구가 "야, 눈 온다! 신난다!"라는 대사를 하자 사병들이 약속한 듯 "안 돼!"를 외쳐서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생각해보니 제설 작업이라면 이가 갈리는 군인들 앞에서 큰 실수를 한 셈이다. 시간에 쫓겨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봉고 안에서 분장을 하다 보면 눈썹 긋는 선이 이마로 올라가기도 한다. 가끔은 군 시절에 공연을 감동적으로 봤다는 제대병들을 만나 신앙 생활을 잘 하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 행복해진다. 고지를 달리는 진중 버스 안에서 이런 생각을 해봤다. 내게 있어 연극은 복음을 실어 나르는 운반 수단인 것이 얼마나 감사한가!


최종률장로/연극연출가ㆍ배우ㆍ한동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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