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분쟁의 불씨 정착촌

중동분쟁의 불씨 정착촌

[ 이강근의 중동이야기 ] 이강근의 중동이야기

이강근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6월 19일(화) 15:30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평화를 가로막는 최대 난제 중 하나가 팔레스타인 영토 내에 세워진 '이스라엘 정착촌'이다. 팔레스타인들은 정치적으로 팔레스타인 영토에 유대인이 불법으로 들어와 사는 것이라 주장하고, 이스라엘은 옛 유대 땅을 팔레스타인이 차지하려는 것이라 주장한다. 한 땅에 두 민족(유대인과 팔레스타인)이 거하려는 이ㆍ팔분쟁의 핵심은 땅이다. 그래서 이스라엘에서 땅은 종교다. 이들 두 민족에게 땅은 단지 삶의 터전이 아닌 신성함 그 자체다.
 
2천년 간 세계를 떠돌던 유대인들이 이 땅에 다시 들어와 국가를 세웠다. 1948년 건국 당시만 해도 유대인들은 긴가민가 했다. 이 때만 해도 반쪽이었던 신생국 이스라엘이 1967년 6일전쟁 때 요르단과 이집트, 시리아로부터 엄청난 땅을 점령하자 유대인들은 고무되었다. 이후 하나님이 주신 땅이라는 확신에 찬 유대인들이 70년대부터 팔레스타인 지역에  집을 짓고 마을을 이루기 시작했다. 이것이 정착촌이다.
 
정착촌의 형태는 다양하다. '말레아두밈'이나 '아리엘' 처럼 이미 몇 만명에 이르는 거대한 단일도시로 형성된 곳도 있고, 헤브론이나 예루살렘처럼 한 성읍 내에 유대인과 팔레스타인이 부딪히며 사는 곳이 있다. 또한 소규모 정착촌들이 수십 여 개 어우러져 거대한 정착촌 블럭을 이룬 곳도 있고, 아직도 컨테이너나 캠핑차 트레일러 심지어 텐트 등의 허술한 정착촌까지 다양하다. 일부는 요르단 국경을 따라 형성된 국경마을 정착촌도 있다.
 
이들 정착촌의 위치를 보면 단시 살 땅이 없어 들어와 사는 것만이 아니다. 첫째는 옛 유대인들의 역사가 있었던 땅에 들어오기도 했고, 한 때 유대인들이 살다 아랍인들에게 쫓겨났던 지역에 다시 정착한 곳도 있다. 더러는 팔레스타인이 안보적인 측면에서 정착촌이 들어선 곳도 있고, 농업이나 물을 확보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건설된 곳도 있다.
 
사실 정착촌을 키운 것은 이스라엘 정부다. 정부는 이 땅에 대한 정책이 오락가락했다. 불법적인 정착을 금지하는가 하면, 오히려 묵인해 주기도 했다. 한때 정부는 정착촌으로 이주할 것을 유도하는가 하면, 무력으로 정착촌을 강제 철거하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지금까지 팔레스타인 내 정착촌에 살고 있는 유대인 정착민들이 대략 35만명 쯤으로 늘어났다. 이스라엘은 이것이 중동평화의 최대 걸림돌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고 있다. 팔레스타인은 정착촌이 철수되어야 평화협정을 맺을 수 있다고 조건을 내걸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 정착민들의 숫자는 이미 통제불능이 되었다. 평화를 바라는 이스라엘 정부의 몇몇 정착촌 철거시도도 있었다. 이스라엘 정부는 1982년에 시나이반도에 18개의 정착촌을 철거했고, 2005년에는 가자지구에서 21개, 요르단 서안에서 4개의 정착촌을 철거했다. 그 때마다 이스라엘 내부는 우파와 좌파 간의 거대한 국론분열이 일어났다. 극우파와 정착민들은 그 어떤 철수에도 반대하면서 '유대인과 국가' 사이의 유대보다 '유대인과 땅' 간의 유대가 더 강력하다고 주장한다. 결국 이스라엘의 정착촌 문제는 국가가 나설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유대인과 땅에 대한 종교적인 문제가 되었다.
 
최근 이스라엘 대법원은 벧엘지역에 위치한 정착촌 30가구가 팔레스타인 사유지이므로 7월 1일까지 철거하라는 판결을 냈다. 이스라엘은 현재 이를 철거시켜야하는 정부와 죽어도 나갈 수 없다는 정착민 간에 극한 대치를 하는 중이다.

 
이강근목사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