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곳을 찾아서I - 교도소 선교공연

소외된 곳을 찾아서I - 교도소 선교공연

[ 최종률장로의 빈방있습니까? ] 최종률장로의 빈방이야기<22>

최종률장로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6월 19일(화) 09:21

극단 '증언', '믿음', '말죽거리' 등 기독교극단들의 공통점은 관객을 기다리는 극장공연보다는 관객을 찾아가는 순회공연에 사역의 무게중심을 둔다는 것이다. '증언'의 경우, 많게는 연중 수십 차례의 순회공연을 다닌다. 초청만 받으면 아무 조건 없이 전국 어느 곳이든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다. 순회 공연의 대부분은 교회들의 초청에 따르는 것이지만, 때로는 교도소나 군부대, 병원, 미션 스쿨, 부랑자 수용시설이나 나환자촌과 같이 사회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소회된 곳을 방문하여 공연할 때가 있다. 매우 의미 있는 사역이다. 영혼과 육신이 곤하고 위안이 절실한 사람들을 만나는 현장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감동적인 경험이 많을 수밖에 없다. 특히 교도소라는 폐쇄된 환경에서 마음이 가난해질 대로 가난해져 있는 재소자들을 찾아갈 때는 각오가 각별해진다.
 
○○교도소로 공연을 갔을 때의 일이다. 장기수들이 많다는 정보에 부쩍 긴장한 데다가 공연 장소인 강당으로 가려면 감방 앞 복도를 통과해야했기 때문에 모두 쫄아들어 있었다. 표정 관리가 필요했다. 그날 공연작품은 교도소 공연에 제격인 '해 돋는 골목길'이었다.
 
극이 후반부에 이르렀을 때, 객석에서 유난히 열중하여 극을 보고 있는 한 사람이 시야에 들어왔다. 낡은 안경을 끼고 있었는데 한쪽 안경테가 부러졌는지 고무줄로 대충 묶어서 귀에 걸친 모습이 영락 없이 영화 '빠삐용'에 나오는 드가였다.
 
공연 후 우리는 즉석에서 그 사람에게 새 안경을 하나 맞춰주기로 결정했다. 그럴만했던 것이, 그 교도소를 출입하며 재소자 선교사역을 하고 있던 여전도사님 교회의 제직 한 분이 읍내에서 안경점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교도소장의 호출을 받고 잔뜩 겁 먹은 표정으로 들어온 그에게 소장이 우리의 뜻을 전하자 눈이 휘둥그래졌다. 그 후 그 재소자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연극을 보고 큰 감동을 받은데다가 뜻밖의 선물까지 받게 돼서 고맙다는 것과 곧 출소하게 됐는데 사회로 복귀하면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겠다는 다짐이 적혀 있었다.
 
또 다른 어느 교도소의 공연에서는 한쪽 다리가 불편한 조직폭력배 출신의 재소자를 만날 수 있었다. 폭력배들 사이의 집단싸움에서 아킬레스 건을 다쳤다고 했다. 출소하면 극단을 위해 뭔가 도움이 되고 싶다는 고백을 듣고 그냥 인사치레로 듣고 흘려보냈더니 몇 달 후 정말 극단으로 찾아왔다. 역시 의리의 사나이였다. 자기는 별다른 재주는 없지만 힘은 좋으니 조명기 나르는 일이라도 하겠다는 것이다. 뜻은 고맙지만 새로운 사회생활에 전념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격려하며 보냈던 기억이 생생하다.
 
'증언'의 배우 가운데 한 사람은 ○○교도소 공연을 다녀온 후 그곳의 한 장기수와 의형제를 맺고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서신을 주고 받으며 영적인 교류를 하고 있다.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그 장기수의 편지글 가운데 한 부분을 소개하고 싶다.
 
"제가 힘겨운 이곳 생활 속에서도 이런 꿈과 희망을 굳건히 지킬 수 있었던 것은 극단 '증언' 식구 분들의 기도와 응원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제게 있어 극단 '증언'은 제가 흔들릴 때마다 저를 꼭 붙들어주는 고마운 존재였습니다. 98년도에 처음 여러분을 알게된 후 여지껏 변함 없이 관계를 맺어오고 교제를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은혜요,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의 힘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증언' 식구 여러분! 예수님의 이름으로 사랑합니다. 30년이라는 시간이 적은 세월이 아니지만 앞으로도 50년, 1백년 쭉, 예수 그리스도의 향기로, 빛으로 이 땅을 정화시키고 바꿔나가시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기도하며, 함께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봅니다. 샬롬!"

최종률장로/ 연극연출가ㆍ배우ㆍ한동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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