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회. 미래를 선물하는 선교

22회. 미래를 선물하는 선교

[ Deaf Story ] 우리 시대의 땅끝-Deaf Story

김유미원장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6월 12일(화) 16:18

지역교회를 섬기는 목회자들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교회가 농인(Deaf person)과 농사회(Deaf Community)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라는 질문을 받게 된다. 이 질문은 교회 밖의 사람들에게서도 자주 받는 질문인데 정작 시원한 답변을 하기 어려운 질문이기도 한다. 다른 장애영역과는 달리 신체적 기능이 청력 이외에는 문제가 없는 농인들은 신체적 장애보다 언어적 장벽이 주는 고통과 문제가 큰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 질문은 이렇게 바꿔 보면 본질이 분명해진다. (예컨대 자신이 중국 한족이라고 하자.) "중국의 소수민족 중 한 민족에게 내가 무엇인가 도움이 되고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우선 그 소수민족의 언어를 익히고 능숙해진 후에야 그들에게 원하는 도움들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아이들이 부모의 언어와 중국의 공용어를 둘 다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해서 아이들이 자신의 정체성과 중국인으로서의 자기발전 기회를 둘 다 누릴 수 있도록 돕지 않을까?
 
마찬가지로 이 땅의 농인들을 직접적으로 돕는 것은 수화언어를 배우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 수화언어라는 것이 일상적인 소통능력을 키우는데도 최소 2년이 소요되며 적어도 10년 정도의 언어학습과 교류가 있어야 농인들에게 강의나 수화통역을 만족스럽게 지원해 줄 수 있다. 그래서 수화언어를 모르는 이가 농인과 농사회에 신속하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일차적으로 물질적인 후원이다. 이것은 교회가 동남아시아 가난한 어느 나라의 오지마을에 선교사를 파송하고 그 곳에 학교를 세우는 일에 힘쓰며 선교헌금을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모두가 그 나라의 오지마을을 방문할 수도 그 마을에 거주하는 부족사람들의 말을 배울 수도 없다. 그래서 누군가는 그 곳에서 뼈를 묻고 누군가는 그 곳에서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나가며 또 누군가는 이곳에 남아 그런 사역자들과 그 부족의 교육선교를 지원해주지 않는가!
 
농사회는 우리 안에 있는 가장 가까우면서도 먼 선교지이다. 그들에겐 우리의 관심과 선교적 열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우리의 이 사랑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대상은 농사회의 미래를 짊어나갈 젊은이들과 농인의 자녀들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수화언어에 익숙하지 않아도 우리가 직접적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이들이 농인들의 아이들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농인부부의 아이들 중 대부분은 청인들이기 때문에 이들은 자연스럽게 수화언어와 음성언어(한국어)를 습득한다.(물론 성장과정에서 수화언어를 기피하거나 소홀히 하여 부모와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추세는 과거보다 현저히 줄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수화언어에 익숙하지 않아도 농인과 농사회에 대한 바른 관점을 갖고 그들을 지원하고 그들에게 접근한다면 우리 중 누군가는 그 아이들의 미래가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어느 민족, 어느 공동체든 그 공동체의 삶과 미래를 변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은 교육지원이다. 유대인들은 디아스포라를 겪으면서 온 세계를 떠돌았지만 어디든 정착하면 제일 먼저 회당과 학교를 세웠다. 우리나라의 농인교회는 군단위에 2개 이상의 교회가 있을 정도로 성장을 하였다. 그러나 농사회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갖지 못하고 있다. 농사회에 지금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그들의 정체성과 미래를 함께 지켜줄 교육선교, 문화선교이다.


김유미원장 / 한국농문화연구원, http://deafcultur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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