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역의 아름다움

동역의 아름다움

[ 최종률장로의 빈방있습니까? ] 빈방 이야기

최종률장로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5월 08일(화) 11:41

연극은 본질적으로 종합예술이다. 뛰어난 재주꾼 한 사람의 원맨쇼로 이뤄낼 수 없는 예술이다. 한 편의 연극이 막을 올리는 일은 극작가, 배우, 연출가, 무대감독, 셋트 디자이너, 조명과 음향 디자이너, 의상과 소품 디자이너, 분장, 작곡, 영상 전문가, 기획과 홍보 전문가 등 수많은 전문 인력들이 공동의 목표를 향해 능력을 결집할 때 가능해진다. 그리고 그 중심에 연출가가 있어서 모든 요소들을 통합하고 조정한다.
 
말하자면 연극에서도 효율적인 협력체계가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때로는 기술적인 부분보다 이해나 소통과 같은 기본적인 인간관계에서 더 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관점의 차이나 자존심 싸움으로 심지어는 공연을 코앞에 두고 해체되는 일도 적지 않다. 그만큼 구성원 사이의 이해와 신뢰, 조화와 협력이 강력하게 요구되는 예술분야가 연극으로 대표되는 공연예술이다. 그런 의미에서 연극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 기독교공동체에 있어서 좋은 영성훈련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 연극 제작과정에서는 필연적으로 사랑, 희생, 겸손, 섬김, 하나됨과 같은 성경적 가치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한 극단 안에서도 이런 조화와 협동이 중요하지만 극단끼리의 협약은 더욱 향기롭다. 80년대 초에 극단 '증언'이 성극 사역을 시작했을 때 이미 70년대부터 선교무대 '밀알'이라는 극단이 기독교시청각(KAVCO)이라는 문화선교기관의 소속으로 성극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필자는 KAVCO가 주관하는 성극강습회에 초빙되어 강의를 하게 된 기회에 '밀알' 식구들과 교류하게 됐는데, 어려운 살림살이 등 극단 형편은 '증언'이나 별로 다를 게 없었다.
 
비슷한 처지에서 연극선교에 관한 공통의 관심사를 대화로 나누던 중에 '밀알' 식구들의 부탁을 받고 주기철목사님의 순교기를 무대화한 '영문 밖의 길'을 연출하게 됐다. 이듬해 '밀알'로부터 이번에는 두 극단이 합동공연을 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연극 제작이라는 버거운 작업에서 혼자 지면 무거운 짐을 둘이 나눠 진다는 것은 여러모로 의미가 컸다. 연합이라는 의미 외에도 두 극단의 장점들만 취하여 상승효과를 가져올 수 있고 재정운용에도 여유가 생기니 얼마나 건설적인 발상인가. 1984년 선교무대 '밀알'과 극단 '증언'의 합동공연인 '영문 밖의 길' 재공연은 그렇게 성사됐다.
 
그 아름다운 동역의 경험은 2000년대에 들어와 탤런트 신우회가 주축이 된 극단 '믿음'과의 협력으로 이어졌다. 한쪽의 배우가 사정이 생겨 출연이 불가능해지면 다른 쪽의 배우를 지원받아 배역을 채우는 방법은 매우 친근하면서 효율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레퍼토리도 공유했다. 동시에 필자는 '증언', '믿음', '말죽거리', '우물가' 그리고 임동진목사님이 대표로 있던 '예맥'의 여러 공연에 연출자로 함께하는 행복을 누렸다. 많은 동역자들을 얻은 것은 물론이다. 그 가운데도 극단 창단 때부터 지금까지 30년이 넘도록 함께 호흡을 맞춰온 '증언'의 대표 박재련장로님과의 동역은 특별했다.
 
"보라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 "너희가 짐을 서로 지라. 그리하여 그리스도의 법을 성취하라."


최종률장로/연극연출가ㆍ배우ㆍ한동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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