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운의 꿈 안고 사명감 불타던 청년들, 이젠 백발 老翁되어 하나님 뜻 좇는다

청운의 꿈 안고 사명감 불타던 청년들, 이젠 백발 老翁되어 하나님 뜻 좇는다

[ 아름다운세상 ] 졸업 60주년 맞아 기념예배 드린 총회신학교 1기 졸업생들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2년 05월 04일(금) 13:38
   
▲ 지난 1일 연동교회에서 열린 총신 제1회 졸업 60주년 감사예배에 참석한 졸업생과 그 가족 및 관계자들.

지난 1일 오전 서울 종로 5가 연동교회(이성희목사 시무) 베들레헴예배실에서는 20명이 조금 넘는 노인들의 조촐한 기념예배가 있었다.
 
비록 이 모임의 참석자들은 모두 합해 채 30명이 되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모임이었지만 모임의 규모와 상관없이 한국교회사(史)에 있어 큰 의미를 가진 모임이었다.
 
이 모임은 바로 본교단 총회신학교 제 1회 졸업생들의 '졸업 60주년 감사예배'였다.
 
총회신학교는 전쟁이 한창이었던 1951년 5월 27일 부산중앙교회에서 개최된 본교단 제36회 총회에서 조선신학교(現 한신대 전신)와 장로회신학교의 직영을 취소하고 총회직영신학교를 신설하기로 결의해 생긴 신학교다.
 
한반도 북쪽이 공산당의 영향력 하에 들어가게 되면서 평양신학교의 명맥이 끊어지고,급기야 1950년 6ㆍ25전쟁 발발,중공군의 공격으로 인한 1.4후퇴 시 평양신학교 학생들이 대거 남쪽으로 피난을 내려오자 총회에서는 당시 임시수도인 부산의 부산진교회를 임시 교사(校舍)로,총회신학교를 개교토록 한 것이다.(초대교장 감부열(A. Campbell))
 
개교 후 학생들은 부산진교회에서 한 학기 수업을 받고,같은 해 9월18일 대구로 이전해 대구서문교회에서 두 학기를 마친 후 대구제일교회에서 제 1회 졸업식을 가졌다. 전쟁 중 신학교를 졸업한 터라 많은 수의 졸업생들이 군목으로 파견돼 전쟁터를 누볐던 '한국사 슬픈 과거의 단면'을 가지고 있는 기수다.
 
지난 1일에 모인 총회신학교 제1회 졸업생들은 이렇게 한국 근대사의 최악의 비극 속에서 목회자로의 소명을 받아 신학의 길을 걸어온 이들이다. 지난 1일에 모인 총회신학교 제1회 졸업생은 모두 10명. 1백5명의 졸업생 중 현재 생존자는 국내 16명,국외 7명,총 23명뿐이다. 23명의 졸업생이 모두 80세를 훌쩍 넘겼고,90세 전후의 고령이라 병석에 있는 이들이 많다.
 
이날 모임에는 본교단 증경총회장인 김형태,김윤식목사와 합동측 증경총회장 양세록목사를 비롯해 10명의 동창들,그리고 동창 유가족들이 참석해 졸업 60주년 기념예배를 드렸다.
 
   
이날 예배는 졸업 60주년을 맞는 기쁨보다는 이러한 졸업 동기들의 기념예배가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비장함과 애잔함이 참석자들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어서 그런지 다소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날 예배에서는 이들에게도 대선배인 증경총회장 방지일목사가 말씀을 전했다. 1백2세의 노(老) 목회자는 "여러분들이 부럽다"는 말로 자신의 심정을 토로했다.
 
"여러분 부럽습니다. 비록 이미 세상을 떠난 이들도 많지만 현재 23명이 계시다고 하는데 모두 참석을 못했지만 이렇게 동창들이 모이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습니다. 저는 1937년에 평양신학교 33회 졸업생입니다. 졸업생이 모두 31명이었는데 그중 신후식목사(증경총회장)와 저만 남았었죠. 그런데 그분이 작년에 세상을 떠나서 이제 저 혼자 남았어요. 미국에 있었지만 전화도 하고 했었는데…. 나 혼자라도 동창회 해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곤 합니다."
 
이날 예배에서는 성찬식도 진행됐다. 이날 성찬식을 집례한 전종근목사는 "동창들간 갖는 마지막 성찬식"이라는 말로 좌중을 숙연하게 했다. 그는 "10년전 50주년 기념식을 집례했던 이광식목사님은 동창회를 마치고 캐나다 토론토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별세하셔서 황망해했던 기억이 있다"며 "동창들의 마지막 성찬식이라고 생각하니 더욱 각별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60주년 기념예배 후에는 김형태목사(연동교회 원로)가 '기쁜 소식의 나룻배'라는 제목으로 모삼열선교사의 삶에 대한 기념특강을 했다. 그는 "6ㆍ25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졸업을 했는데 이제 23명만 남았다. 이번 60주년 기념예배는 더욱 감회가 새롭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실 김 목사는 이날 모임에 하마터면 참석을 하지 못할 뻔 했다.(기자는 김형태목사가 나흘 전인 4월 27일 저혈압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응급실로 급히 옮겨졌었다는 사실을 행사 후 그의 가족을 통해 알게 됐다.)
 
동창들 중 최고령인 양세록목사(97세,합동측 증경총회장)는 "방지일목사님의 뒤를 따르고 싶어서 열심히 기도하고 있다"며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을 볼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동창회 회장인 이영백목사는 "오늘의 모임은 결코 축하연이나 기념식이 아니다"라며 "이번 모임은 지난 60년 동안 주님께서 주신 은혜에 대한 감사,그리고 지금의 한국교회의 타락한 모습에 대해 선배들의 잘못이 크다는 점에서의 회개,앞으로 남은 날들을 더욱 하나님 뜻을 좇겠다는 다짐의 차원에서 모인 것"이라고 이날 모임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날 모임에서는 동창회 약사를 낭독한 손영섭목사의 마지막 회고의 말이 참석한 이들의 가슴에 무겁게 와 닿았다.
 
"회고컨대 60년 전 졸업 당시 청운의 꿈을 안고 사명감에 불타오르던 그 기백은 다 어디로 가고 현재는 90세 전후의 장수노인으로 병상에 누워있는가 하면 그래도 격월로 모이는 동창회 참석자 역시 겨우 측근들의 도움으로 노구(老軀)를 이끌고 10명 내외가 참석할 뿐이니 시로 금석지감(今昔之感)이 새로울뿐이네요. 하지만 지금까지 긴 세월 지나온 것을 하나님께 감사하면서 앞으로 저 영원한 나라를 바라보며,그래도 각자 아직 지상에 남겨두신 이유를 찾아 끝까지 충성하는 동창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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