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의 덫

숫자의 덫

[ 목양칼럼 ] 목양칼럼

박봉수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4월 30일(월) 09:44
주일이면 내 머릿속에 떨쳐버릴 수 없는 관심이 자리를 잡는다. 바로 '숫자'에 대한 관심이다. '교인이 몇 명이나 출석을 했나?', '새가족이 몇 명이나 등록을 했나?', '교회학교 각 부서는 몇 명이나 출석을 했나?', '헌금은 얼마나 되나?'….
 
주일 오후면 이런 궁금증을 풀어줄 보고서를 전해 받는다. 기대했던 것보다 그 숫자가 크면 마음이 흡족해 진다. 때로는 흡족한 마음이 우쭐한 마음으로 변하기도 한다. 그리고는 이 사실을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기대했던 것보다 그 숫자가 모자라면 마음이 우울해 진다. 때로는 우울한 마음에 의기소침해 지기도 한다. 그리고는 크게 낙심이 될 때도 있다.
 
이렇게 숫자에 대한 관심에 빠져들다 보니 정작 가져야 할 관심을 놓칠 때가 많다. 바로 예배 본질에 대한 관심이다. '과연 오늘 예배를 하나님께서 기쁘게 받으셨는가?', '과연 오늘 우리는 예배를 영으로 진리로 드렸는가?', '과연 오늘 예배를 통해 교인들은 하나님과의 만남 속에서 주님의 음성을 들었는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본질적 관심을 놓치고 비본질적 관심을 붙잡고 있던 때가 많았다. 사실 숫자로 주일사역의 성패를 가름했던 때가 적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숫자를 늘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나를 보게 되었다.
 
어찌 보면 목회자로서 숫자에 대한 관심은 피할 수는 없다. '교회 출석을 하지 않은 사람은 얼마나 되나, 새가족은 얼마나 되나, 세례 받은 사람은 얼마나 되나. 환자들은 얼마나 되나…' 이런 관심은 목양의 기초자료가 되어 교인들을 영적으로 돌보고 믿음 성숙의 길로 이끌 수 있는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숫자가 성과의 도구로 변질되면 문제가 된다. 숫자에 집착하게 되고 결국 숫자에 사로잡히게 된다. 숫자는 목회의 한 자료일 뿐인데 이것이 목회의 목적이 되고 만다. 그러면서 목회의 진정한 목적과 목회의 본질을 점점 놓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숫자의 덫'이 있다. 이것은 우선 교인들을 수로 파악하게 만든다. 회중으로 모인 교인들을 '몇 명의 모임'으로 보게 하여 교인 하나 하나의 소중한 영혼을 파악하지 못하게 만든다. 그들의 이름, 그들의 아픔, 그들의 영적 상태, 그들의 잠재적 가능성을 보지 못하게 하고, 그들의 소리를 듣지 못하게 한다. 다음으로 교인들을 숫자를 늘리는 수단으로 삼게 만든다. 교인 한 사람 한 사람을 성숙한 그리스도인으로 세워 저마다의 사명에 헌신하게 하기보다는 각종 전도 이벤트를 만들어 단지 사람들을 교회로 인도해 오는 수단으로 전락시킨다. 그리고 심할 경우 숫자 자체를 부풀리게 만든다. 교회 출석하지 않는 사람들과 타교회로 적을 옮긴 사람들을 여러 해가 지나도 여전히 그 숫자에 포함해 놓고 있다. 때로는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의 수를 사실과 다르게 부풀리는 경우까지 있다.
 
누가복음 15장을 보면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잃은 양을 찾은 목자의 비유'가 나온다. 4절을 보면 "너희 중에 어떤 사람이 양 백 마리가 있는데 그 중의 하나를 잃으면 아흔 아홉 마리를 들에 두고 그 잃은 것을 찾아내기까지 찾아다니지 아니하겠느냐?"라고 물으신다. 아흔아홉 마리 양을 들에 두고 한 마리 양을 찾으러 가는 것이 마땅하고 당연하지 않느냐는 말씀이다. 정말 이 주님의 물음에 "물론입니다!"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숫자의 덫에 걸린 사람들은 결코 아흔 아홉 마리를 들에 두고 한 마리를 찾아 나서겠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숫자의 덫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이제 숫자의 덫에 걸려들지 말아야겠다.

박봉수목사/상도중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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