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리는 심정으로

떨리는 심정으로

[ 목양칼럼 ] 목양칼럼

김혁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4월 24일(화) 15:28

하루는 밤 11시가 넘어갈 때에 교회와 아파트 사이에 있는 골목길로 소방차들이 들어오는 소리가 크게 들린다. 사이렌이 울리고 차들이 경적을 울리며 요란하다. 사이렌 소리와 차들의 소리를 들어보면 소방차의 숫자가 적지 않은 것 같다. 주방의 작은 창문을 통해 교회 앞 골목길을 쳐다보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소방차들이 우리 골목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어디서 불이 났을까 궁금해 하고 있을 때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한다. 교역자들이 교회에 불이 난 것 같다며 급한 목소리로 달려가면서 전화를 하였다. 전화를 받자마자 가슴이 철렁하며 내려앉는다. 정말 교회에 불이 나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두려운 마음으로 달려 나갔다. 문이 닫힌 교회 건물 안에서는 하얀 연기가 계속 뿜어져 나온다. 창문이라는 창문으로 모두 다 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오니 소방관들이 이쪽저쪽으로 뛰며 난리가 났다.
 
그런데 불꽃이 없다. 모든 교역자들이 추리닝 차림으로, 또는 양복차림으로 달려 나왔다. 긴장하여 어디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모두들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상황을 파악하려고 돌아다녔다. 한참을 조사를 하고 나온 소방관이 하는 말이 누가 모기약을 뿌렸다는 것이다.
 
관리 집사님이 퇴근을 하면서 온 교회 내부에 연막 소독약을 뿌리고 문을 잠그고 퇴근을 하신 것이다. 밤 11시 반, 한참이 지나 연막 소독약인 것이 확인이 되면서 비로소 우리의 얼굴에 미소가 돌아왔다.
 
소방관들이 책임자가 누구냐고 묻는다. 제가 책임자라고 말하고 전화번호 알려줬더니, 내일 조사하러 나오니 그렇게 알라는 것이다. 연막 소독약을 뿌리려면 소방서에 신고를 해야 하는데 이것도 법을 어긴 것이니 벌금을 내야 한단다. 소방관이 코와 이마에 땀방울을 흘리며 말을 한다. 그러나 그 소방관의 말이 전혀 심각하게 들리지 않는다. 벌금을 무는 정도쯤이야, 내가 감옥에 가야 한 대도 상관없다. 그 정도라면 내가 감당하겠다는 심정이다. 아까 불이 난 줄 알고 떨리던 내 심장의 소리에 비하면 소방관의 외침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교회가 아무 일도 없다는데, 교회가 깨끗하다는데, 교회가 타지 않았다는데 다른 무엇이 더 중요하겠는가?
 
사실 목회를 하면서 떨리는 심정으로 살아가는 시간이 자꾸 늘어가는 것 같다. 목회를 하면 할수록 오히려 담대해지고, 모든 일을 더 자신 있게 해야 할 것 같은데 난 그렇지 않다. 신문에 난 다른 교회와 관련된 작은 사건들도 떨리는 심정으로 그 기사를 읽는다. 어느 목사의 이야기, 어느 성도의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로 들리지 않고 마치 지금 내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인 것처럼 떨린다. 목회를 하면 할수록 용감해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경륜이 쌓이면 쌓일수록 더욱 자신 있어 해야 하지 않는가? 그런데 왜 난 점점 더 떨리는 것일까? 하나님 앞에 한 걸음씩 나갈 때마다 더욱 떨리는 심정이다. 내 삶의 자리에 조심해야 할 것이 더 많아지는 것 같다. 교회의 모든 일을 하나씩 해나갈 때 더욱 떨리는 심정이다. 그것은 아마도 주님께서 나에게 그렇게 살라고 만드시는 것 같다. 어깨를 으스대며 살지 말고 차라리 떨리는 심정으로 살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 떨림이 그치지 말아야 할 텐데…. 내 사역을 마치는 그날까지, 아니 하나님 앞에 가는 그날까지 말이다.

김혁목사/선창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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