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행전의 예루살렘 회의에서 총회 회의제도의 원형 찾아야

사도행전의 예루살렘 회의에서 총회 회의제도의 원형 찾아야

[ 총회1백주년 ] 총대축소와 재판국ㆍ감사위 독립 및 전문성 통해 회의제도 개선

이기환장로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4월 17일(화) 19:18

오래전부터 우리 총회의 회의제도에 문제가 있고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제기돼 왔다. 여기서 제도란 회의일정,조직,진행 과정,토의에 임하는 회원들의 자세 등을 포함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제95회 총회에 총회 회의를 개선해 달라는 헌의가 접수돼 총회에서는 기구개혁위원회로 하여금 연구하도록 위임하여 한 회기 동안 이 문제를 논의했다. 제95회기 기구개혁위원회에서는 총회 회의 개선을 위한 기초 자료를 추출해 내기 위해 총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를 토대로 우선 쉽게 시행 가능한 개선방안을 제96회 총회에 제안해 허락을 받는 한편,보다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이번 회기에도 계속 연구 중에 있다.
 
본교단 총회가 창립 1백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에 총회 회의제도에 대한 점검과 개선점을 찾는 작업은 이 시점에서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교회가 회의를 하는 이유와 회의 진행의 전형을 '예루살렘 회의'에서 찾을 수 있다. 사도행전을 보면 예루살렘 회의는 안디옥교회에서 벌어진 논쟁,즉 개종한 바리새파 기독교인들이 유대인이나 이방인 할 것 없이 누구나 할례를 받아야 구원을 받을 수 있고 모세의 율법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였기 때문이었다. 회의는 바울과 예루살렘 사도들 사이의 '많은 변론' 즉 오랜 시간의 논쟁이 벌어지자 베드로가 바울을 지지하는 연설,바울과 바나바가 그들이 복음을 전하는 과정에서 체험한 '표적과 기사'를 간증한 후 야고보가 지금까지 논의된 것들을 정리하는 한편 타협안을 제출하였다. 그리고 이 타협안이 만장일치로 채택되고 안디옥의 교인도 이 결정을 전달받고 기뻐했다.
 
그 과정을 보면 첫째,교회 신학 정치(치리)와 관련한 중대한 쟁점이 발생하여 둘째,이로 인해 교회에 혼란이 초래되니 셋째,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회의를 소집하였고 넷째,서로 간에 논쟁이 있은 후 다섯째,해결방안 즉 타협책이 제안되고 여섯째,만장일치로 채택하니 끝으로 모두가 그 결론에 기뻐한 것이다.
 
본교단 총회가 지금까지 제도면에서는 개선된 면이 적지 않지만 교회의 비본질적인 문제로 많은 시간을 논쟁으로 소모하고 회의에 임하는 회원들의 기본자세도 별로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단적인 예로 신학이나 정체성 정립을 위한 의제 보다는 정치적 분규나 재판 사건에 많은 시간을 소모하고는 일정에 쫓겨 마치 국회가 폐회를 앞두고 무더기로 안건을 처리하듯 하는 모습,회원들은 하루 이틀 지나면서 빠져나가기 시작해 마침내는 개회성수를 채우지 못하여 규칙과 관련된 안건을 처리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벌어지는 것이 그것이다.
 
우리 총회 회의제도의 문제점은 우선 총회 회원수 1천5백 명은 회의를 하기에는 너무 많다는 점이다. 과거엔 세례교인 1천 명당 목사,장로 각 1인씩을 파송했는데 70∼80년 대에 교세가 빠르게 성장함에 따라 총대수 역시 급속히 늘어났고 타협책으로 나온 것이 1천5백 명을 상한선으로 묶은 것인데 교세가 제자리 걸음 또는 감소하는 추세에 접어든 오늘에 와서도 이를 하향조정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많은 이들이 총대가 되고 싶은 이유,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빈자리가 많아지는 이유의 상당부분은 부끄럽지만 그들의 관심이 온통 선거에만 집중되기 때문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총대 선거로 몸살을 앓는 노회가 적지 않다. 그래서 총회장을 총회의 상징적 대표자이며 사회자(Moderator)로 규정하고 선출은 전국 64개 노회의 모든 목사 장로 회원들이 모바일 투표로 선출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그러면 총회 총대가 되기 위한 열망을 완화시키고 나아가 총회원 수도 하향조정 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
 
둘째는 재판국과 감사 기능의 전문화와 독립성 보장이 필요하다. 재판국의 판결은 상고기간의 종료시(당회 노회 판결),또는 선고한 날로(총회 판결) 확정되는 것이 우리 헌법이다. 그런데 총회 때마다 재판사건으로 몸살을 앓고 많은 시간을 소모한다. 필자는 총회 재판국을 완전히 독립시켜 총회 보고 자체를 폐지할 것을 제안한다. 그러기 위해서 총회에 재판국원 추천위원회를 두어 법학을 전공한 비총대 교계 인사 중에서 유급 또는 자원봉사자로 선정하되 임기를 보장한다. 교계인사로 검사,법관을 지내고 은퇴했거나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교회법을 공부하게 하여 일정한 요건을 갖춘 이들을 자원화 하면 될 것이다. 미국장로교회(PCUSA)가 이 제도를 활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감사 또한 비총대로서 전문적 자격을 갖춘 이들로 상설감사를 두어 총회를 비롯해 산하 기관까지 상시감사를 하게 하여 그 권위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감사 결과 지적사항은 반드시,필요하다면 사회법에 의지해서라도 시정하거나 책임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총회에서 근거 없이,또는 근거를 확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문제를 제시하고 쟁점화함으로써 초래되는 소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셋째는 총회가 교회(산하 모든 지교회와 교인들)에 꼭 필요한 생산적이고도 창조적인 의제를 많이 창출해 내고 총회 전부터 전국적으로 이에 대한 토론들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총회에서 그 모든 것들이 집약되어 '모두가 기뻐할 수 있는' 결론을 도출해 낼 수 있어야 한다. 교회나 노회서의 주도권 다툼에서 비롯된 소모적이고 네거티브한 의제 때문에 편을 가르고 이기기 위해 소위 말 잘하는 이들을 끌어들이는 구습은 불식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총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과연 총회가 무엇인지,왜 있는지,나와는 무슨 관계가 있는지 하는 의구심에서 벗어나 총회에 대한 인식이 강화될 것이고 참여의식도 높아 질 것이다.
 
끝으로 회의 제도는 총회의 조직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우리 총회는 총회,각 부 위원회 실행위원회로 이어지는 과거의 조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총회 폐회 후에 발생하는 총회적 차원의 주요 의제를 논의하고 조정해 낼 수 있는 구조가 없이 각 부(특히 사업부서),위원회가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총회적 차원에서 조정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없으니 각개약진식으로 사업과 의제를 정리하다가 총회때 보고함으로 끝나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에 변화가 있어야 하고 그 변화는 효율적인 회의로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총회가 말씀을 가르치고 전하는 일,그리고 교회 안에 복음의 전진을 가로막는 일이 생겨나지 않도록 하는 창조적인 토론에 열정을 가짐으로써 구성원 모두가 기뻐하는,즉 모두가 승자가 되는,그리하여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총회 회의가 되기를 소망한다.


이기환장로(화곡중앙교회,총회 기구개혁위원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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