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에게 묻습니다

어른들에게 묻습니다

[ 기자수첩 ] 기자수첩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2년 04월 17일(화) 18:07
"저는 원자력 사고로 방사능을 뒤집어썼습니다. 어른들에게 묻고 싶어요. 저는 몇살까지 살 수 있을까요. 제가 결혼할 수 있을까요.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요?"
 
지난 16일 한국교회여성연합회 평화기행 보고 및 대안실천 토론회가 열린 기독교회관 조에홀에 11세 일본 소녀의 호소가 울려퍼졌다. 줄곧 일본어로, 한국인 통역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던 소녀는 마지막 문장을 미리 연습한 한국말로 또박또박 읽어내려갔다. '핵없는 세상을 꿈꾸는 여성들의 울림'이라는 이날 토론회의 주제대로 "방사능 때문에 병을 앓거나 죽고 싶지 않다"는 어린 소녀의 고백은 그 울림이 컸다. 교회여성연합회 최소영총무는 "여성들의 공감 능력이 크다는 믿음에서 이날의 주제를 '울림'으로 정하게 됐다"며 하나님의 창조질서 보전을 위한 교회여성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여성과 남성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모성애'에서 비롯된 생명존중이라고 할 수 있다. 공감 능력이 클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여성들이 전쟁과 폭력에 반대한다. 최근 사이비종교인 기계교에 빠져 두 자녀를 살해한 비정한 어머니의 이야기 등 모성애를 상실한듯한 사건들은 그만큼 커다란 충격을 준다.
 
지난달 교회여성들은 고리원자력발전소를 찾아 정문 앞에 그대로 무릎을 꿇고 간절한 기도를 드렸다. 생명에 민감한 여성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이자 일상에서 핵없는 세상을 위한 실천을 이어가겠다는 다짐의 기도였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어린이는 성인에 비해 최고 8배까지 방사능의 영향을 더 받는다고 한다. 고리원전에서 멀지 않은 곳에 마을과 초등학교가 있고 오는 2013년에는 세계교회 지도자들이 고리원전이 위치한 부산에서 WCC 총회를 갖는다. 조금 더 경각심을 키워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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