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무가내 아주머니

막무가내 아주머니

[ 목양칼럼 ] 목양칼럼

김혁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4월 16일(월) 15:52

선교지 숙소에 있는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하게 되었다. 아침식사래야 빵 몇 개 구워먹고, 과일 먹는 정도였다. 그런데 그 호텔에 다른 나라 관광객들이 들어왔던 모양이다. 빵을 굽기 위해 빵을 굽는 기계 앞으로 갔다. 이 기계는 앞쪽으로 빵을 넣으면 철망이 움직이면서 불 위를 지나 아래로 내려오는 동안 구워지도록 만들어진 기계였다. 그곳에는 이미 어떤 아주머니 한 분이 서 계셨다. 기계 앞에서 미소를 머금고 서 있기에 나는 당연히 빵을 집어넣고 기다리는 줄 알고, 내가 원하는 빵 한쪽을 집어 기계에 넣었다. 그런데 조금 있으니 기계 밑으로 빵이 한 조각 나온다. 아주머니가 미소를 지으며 그것을 집어 자기 접시에 올려놓는다. 그리고 또 기다리는 것이다. 나는 내 빵이 왜 이렇게 느리게 나오나 하고 쳐다보다가 다시 새로운 빵을 집어넣었다. 잠시 뒤 기계에서 또 빵이 나오는데 아주머니가 기다렸다는 듯이 그것을 집어 접시에 올려놓는다. 그런데 무엇인가 이상하였다. 왜 내가 넣은 것은 안 나오고 저 아주머니 빵만 계속 나올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그 아주머니는 기계에서 나오는 것은 자기 접시에 올려놓았는데 정작 새로운 빵을 기계에 넣지 않고 서 있는 것이었다. 다시 생각하니 아주머니가 집은 그 두 쪽의 빵도 아주머니 것이 아니라 내 것이었던 것이다. 나는 서서히 화가 나기 시작했다. 이것은 내 빵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런데 도무지 알아듣지를 못한다. 영어로 해 봐도, 바디 랭기지로 온 몸을 써서 빵을 가리키고 기계를 가리켜가며 이야기를 해도 아주머니는 못 알아듣는다는 듯이 웃기만 한다. 그 사이에 나는 새로운 빵을 다시 집어넣었다. 그리고 설명을 해 가면서 빵을 먹으려면 이렇게 넣어야 한다고 말하였다. 그런데 기계에서 나오는 나의 마지막 빵까지 그 아주머니는 웃으며 여유 있게 들고 자기 테이블로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나는 음식을 가지고 내 테이블로 와서 함께 한 일행들에게 있었던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리고 잠시 지나 생각해보니 그 사람은 이런 기계를 처음 사용해 보는 분이 틀림이 없었다.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외국인이었다. 이런 생각들을 하다 보니 마음이 가라앉았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나는 안 그런지를 돌아보게 되었다. 내 생각이 분명하면 나는 누가 뭐라 하든지 그런 고집을 부리고 살지는 않았나? 최근에 내가 그런 일은 없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아내에게든지, 자녀들에게든지, 아니면 교인에게든지 또는 부교역자들에게 내 고집을 진리인 것처럼 우기며 버티고 서서 끝까지 내 것만 챙기지는 않았는지.
 
한편으로 감사한 것은 내 주변에 그렇게 막무가내로 자기 고집대로 사는 사람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다들 상식 안에서, 서로 이해하는 선에서 이야기하고 양보하며 사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오늘따라 그런 분들이 너무 감사하고 고맙다. 만약 주변의 사람들이 막무가내로 자기 이야기만 우기며 산다면 나는 어떻게 하였을까? 생각만 해도 힘들다. 상식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 사는 것이 행복하다.

김혁목사/선창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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