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을 어루만지신 하나님

내 영혼을 어루만지신 하나님

[ 최종률장로의 빈방있습니까? ] 최종률장로의 빈방있습니까?

최종률장로
2012년 02월 13일(월) 14:07

그 날 하숙집 마당에서 바라다 본 황혼녘의 교회첨탑과 십자가의 실루엣… 어찌 보면 특별할 것도 없는 일상적인 풍경일 수도 있었겠지만,적어도 내게 있어서 그것은 놓칠 수 없는 하나의 의미,영적인 은유였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 위에 천천히 내 유년시절의 기억 속에 박제되어 있던 나지막한 언덕 위의 교회가 포개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귀소본능 비슷한 어떤 이끌림,그리움과 같은 느낌들이 아련하게 다가왔다. 방황하던 내 고독한 영혼에 잔잔한 파문이 일었다. "교회에 가고 싶다 …!"
 
오묘하신 하나님은 그렇게 감성을 통해 나의 영혼을 어루만지셨다. 사실 난 어린 시절 유년주일학교(그 당시는 교회학교를 그렇게 불렀다)에 얼마간 다닌 것을 제외하고는 청소년기,청년기를 교회와 상관없이 살았다. 그럭저럭 친구들은 많았지만 예술가적인 몽상에서 빠져나와 현실 앞에 다시 서면 언제나 내면의 공허가 날 맞이할 뿐이었다. 미술과 문학,연극과 영화가 채워주지 못했던 내 영혼의 빈자리... 예술은 날 구원할 수 없었다.
 
자석에 당겨지듯 난 교회로 향했다. 하숙집을 오며가며 늘 보아왔던 그 교회,동숭교회가 새롭게 보였다! 여기서 그냥 지나치기 쉬운 중요한 사실 하나를 이야기하려고 한다. 교회학교 어린이들이 대개 그렇듯이 나의 경우도 또래들을 만나서 좋고 절기행사가 재미있어서 교회에 다녔지만,당시엔 건성으로 듣고 흘려보낸 것 같았던 그 많은 설교와 기도,성경구절과 성경퀴즈,성극과 공과공부의 내용들이 모두 허공으로 사라져버리는 건 결코 아니라는 것. 옥토에 떨어진 씨앗처럼 어린 심령 안에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가 때가 되면 서서히 싹을 틔우는 말씀의 진리가 어딘가에는 남아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굳이 학자들의 이론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유년시절,아니 영유아 시절부터 영성교육을 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동숭교회는 대학로에 위치하고 있는데다가 서울대병원 간호사들의 영향으로 예나 지금이나 청년들이 많이 출석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만큼 교회가 젊고 진취적이며 역동성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문화선교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고,만들고,적용하기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는 교회였다. 1970년대 초반이었던 당시,이미 극단 활동을 하고 있었던 나로서는 연극을 통한 문화선교를 시도해 볼 수 있는 최적의 토양이었다. 우선은 조용히 관망하면서 가능성을 타진하기로 했다. 고등부와 청년부를 중심으로 여러 절기 프로그램들을 살펴보고 재능 있는 젊은이들을 찾기 시작했다. 연극선교의 정지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최종률 장로/연극연출가ㆍ배우ㆍ한동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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