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f - 그들의 이름 <1>

Deaf - 그들의 이름 <1>

[ Deaf Story ] 우리 시대의 땅끝 Deaf Story

김유미원장
2012년 01월 06일(금) 10:24

그리스도의 심장으로 <2>

이야기 1.

우리 부모님은 청각장애인이시다. 그리고 나의 남동생도 청각장애인이다. 지금은 사람들이 '청각장애인'이라고 부르지만 예전에는 병신,벙어리,불구자라고 부르던 때도 있었다고 부모님은 말씀하신다. 우리 가족은 수화로 이야기 한다. 나도 어릴 때부터 수화를 자연스럽게 익혔다. 나는 우리 엄마 아빠가 좋다. 하지만 나는 어릴 때부터 나의 부모님이 내 친구들의 부모님과 다르다는 것이 힘들 때가 많았다. 가장 힘든 것은 수화로 대화하는 우리 가족들을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나이 드신 어른 중에는 "세상에~! 가족이 다 농아인거야? 하나님도 무심하시지…" "그러게~! 쯧쯧" 이렇게 말씀하시는 경우도 많았다. 친척 어른들도 우리 가족을 측은하게 보거나 늘 걱정의 눈빛으로 보셨는데 그런 눈빛을 볼 때마다 난 나와 내 가족이 이 세상에 죄라도 짓고 있는 것 같아 불편했다.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이 우리 가족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아닌데 왜 세상은 우리 가족을 불편해 할까.

이야기 2.

우리 부모님은 농인(Deaf)이시다. 나의 남동생도 농인(Deaf)이다. 사람들은 우리를 '청각장애인'이라고 부르지만 부모님은 그런 말보다 농인(Deaf)이 더 좋은 표현이라고 말씀하셨다. 왜냐하면 영어로 농인(Deaf)이란 말은 '들리지 않는 사람'의 의미가 아닌 '잘 보는 사람'이라는 의미가 들어있기 때문이라고. 우리 부모님은 자신들이 '청력이 부족한 사람'이 아니라 '수화라는 언어를 사용하는 소수자'로 이해받기를 원하신다. 그리고 나와 동생이 세상에 대해 움츠러들지 않도록 가르치셨다. 동생은 원래부터 움츠러드는 것 따윈 없어보였다. 엄마 아빠와 자기가 같으니까 나머지 것들은 모두 자연스럽게 이해라도 한 것처럼. 나도 어릴 땐 혼란스러울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수화를 잘한다는 것 때문에 부러움의 시선을 받기도 한다. 주일날 부모님이 다니는 농아인교회에 가면 많은 농인 어른들과 나와 같은 친구(CODA)들이 있다. 우리 가족에겐 가장 편안한 시간이다. 그 곳엔 우리 가족의 언어가 있고 우리 가족과 같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인생은 해석이다. 우리가 우리 눈앞에 펼쳐지는 실제(fact)를 어떻게 해석하고 사느냐에 따라 똑같은 일상을 살면서도 행복할 수 있고 불행할 수 있다. 똑같은 사건을 겪으면서도 무한한 이해와 넘쳐나는 사랑을 창조해낼 수 있고 깊은 상처와 자신을 갉아먹는 분노를 창조해낼 수도 있다. 우리는 어떤 관점과 해석을 갖고 그들을 바라보고 그들에게 다가가고 있는 걸까!

김유미원장 / 한국농문화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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