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슬로우' 느림의 밥상이 지구를 살린다.

'슬로우~슬로우' 느림의 밥상이 지구를 살린다.

[ 교계 ] 무분별한 식생활 문화 회개,생명식탁으로의 전환 필요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2년 01월 02일(월) 16:01
대기업에 닭과 계란을 납품하는 한 농장. 수백평의 공간에 한 마리의 닭이 차지하는 공간은 가로 세로 30㎝다. 이 닭들은 좁은 공간 안에서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살기 위해 먹는 일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약한 닭은 먹이 경쟁에서 밀려 사료를 제대로 먹지 못해 결국은 폐사된다. 생육하고 번성해야 할 생명체가 하나의 공산품과 같은 상품으로 취급되어 모든 본능을 차단당하자 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닭들은 서로를 부리로 쪼며 공격하는 일까지 발생한다. 물론, 공장에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자 상품의 가치를 훼손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닭들의 부리를 자른다. 이 닭들은 성장 속도를 높이기 위해 성장촉진제와 항생제가 다량으로 투여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약 30~35일 정도면 성장한 닭이 되고, 도축 당한 닭은 고스란히 우리의 식탁으로 올라와 우리 몸의 일부가 된다.
 
기업형 농장에서 키워지는 닭의 운명은 태생부터 슬프다 못해 끔찍하다. 병아리의 암수비율은 보통 6대4정도인데 수평아리는 성장이 늦는다는 이유로 태어나자마자 성감별을 해 분쇄기에 넣어 죽여버린다.
 
우리가 '왕란'이라 부르는 상품성이 높은 달걀은 닭을 일부러 보름정도 굶겨 털갈이를 시킨 후 인위적으로 산란율을 높인 달걀이다. 이 모습이 바로 현대식 양계(養鷄)의 모습이다. 물론 소 키우는 축사나 양돈장도 양계장과 별로 다르지 않다.
 
# 현대 식품 시스템의 악순환
 
인류의 주식인 쌀과 밀 등 작물들도 육류 못지 않게 큰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세계적 식품회사들은 자국, 혹은 제3세계에서 한 가지 작물만 특화해 대규모로 경작한다. 이를 가능케 하기 위해 제초제와 살균제, 살충제 등 화학물질이 대량으로 살포된다. 이러한 대규모 농장에서는 수익을 극대화 하기 위해 유전자를 조작하기도 한다. 과다한 화학 비료 및 약품의 사용으로 인해 토양은 사막화가 진행되고 토표가 유실되며, 삼림은 파괴된다. 또한, 이렇게 재배한 곡식을 전세계에 내다팔기 위해서는 장거리 수송이 불가피해 유통 과정에서도 지구를 오염시키는 주범인 탄소가 다량으로 배출된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전세계 인구가 배불리 먹고도 남을만한 식품이 매일 생산되는데 지구촌의 기아 상태는 별로 낳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구 역사상 초유의 높은 생산성에도 불구하고 지금 지구상에는 기아에 허덕이는 이들이 10억 명이고, 기아인구는 매년 7백50만여 명씩 증가하고 있다. 지구의 북반구에서는 비만을 걱정하는 영양과잉자들이 10억명인데 반해 남반구에서는 먹지못해 생존을 걱정하는 인구가 10억명이다.
 
이러한 식량의 산업화 속에서 환경운동가들과 양식있는 경제학자들은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시스템은 전 지구적으로 저비용체제가 아니라 미래의 환경비용과 제3세계인들의 노동력 착취와 토질 오염 등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고비용 체제라고 지적한다. 결국 이 체제는 소수에게만 혜택이 집중되는 체제라는 것이다. 많은 학자들은 "이러한 부당한 시스템은 지속 불가능하다"고 단언하고 "하루속히 대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인류가 감당할 수 없는 재앙이 되어 인간을 공격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 생명밥상운동 실천만이 대안
 
그렇다면 대안이 무엇일까? 사실 우리들은 그 대안을 오래전부터 이미 알고 있다. 타 피조물들의 고통을 통해 인간의 욕심을 충족시키고, 약자를 희생시켜 부유한 자의 배를 더욱 부르게 하는 이러한 먹거리 시스템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이러한 운동은 전세계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많은 양심적인 사람들은 공정무역운동, 채식운동, 유기농운동 등을 통해 올바른 먹거리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먹거리 운동에는 바른 먹거리 섭취뿐 아니라 그 먹거리가 생산되고 유통되는 과정 또한 윤리적으로 흠이 없게 하는 것 또한 포함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09년 구제역발생을 기점으로 이러한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교계에서도 '생명밥상운동'을 통해 이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생명밥상운동은 먹거리에 대한 회심과 성찰을 통해 바른 먹거리 소비를 하고, 이를 통해 나와 우리가 지속적으로 행복한 세상을 이뤄갈 수 있다는 각성에서 출발한다. 생명밥상운동의 핵심은 먹거리가 사람의 몸뿐 아니라 마음과 영혼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데 있다. 자연과 굶주리고 있는 사람들에게로 순환되지 않는 음식물 쓰레기는 큰 죄악이며 에너지 낭비임을 깨닫고, 폭식ㆍ무절제함ㆍ죽음의 밥상을 회개함과 동시에 생명에 대한 감사와 나눔의 삶을 실천하는 것이 하나님을 만나는 길이라는 것을 의식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 기환연 중심으로 교계에서도 운동 열풍
 
이러한 교계의 생명밥상운동은 10여 년 전부터 기독교환경운동연대(이하 기환연)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최근에는 지난해 12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에서도 새 회기 중점사업으로 선정해 이를 전교계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기환연 이같은 자연친화적인 밥상을 위해 △국내산 유기농산물 애용 △가공식품 삼가기 △생명 주심에 감사하며 천천히 먹기 △신음하는 이웃을 생각하며 소식하기 △남기지 않고 그릇을 깨끗이 비우기 등 12가지 생명밥상 수칙을 제안하고 있다.
 
또한, 교회가 실천할 생명밥상의 구체적인 지침으로 △농촌교회나 생협을 통해 국내산 유기농산물을 애용 △우리 밀 국수 등 간소한 밥상을 차림 △플라스틱 그릇 사용을 줄여 환경호르몬의 피해를 최소화 △음식물 찌꺼기 분리 배출과 재활용 등의 원칙을 제안하고 있다.
 
본교단에서 생명밥상운동의 필요성을 홍보해 온 한경호목사(횡성영락교회ㆍ한국기독교생명농업포럼 대표)는 "밥과 음식은 신앙과 별개가 아니라 자신의 신앙을 드러내는 방식"이라고 말하고 "기독교인들은 그동안 무분별한 식생활 문화를 회개하고, 기존의 생명죽임의 식탁에서 생명식탁으로의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며 본교단 교인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본보는 교계의 생명밥상운동에 동참하는 의미로 올해 기독교환경운동연대와 협력, 생명밥상칼럼을 신설해 교인들의 동참을 독려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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