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대학원 입시 이대로 좋은가?

신학대학원 입시 이대로 좋은가?

[ 기고 ] 독자투고

배재욱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1월 02일(월) 15:49

보도에 따르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12월 22일 2013학년도 수시모집에서 최대 지원 가능 횟수를 6회로 제한하는 개선방안을 확정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내년부터는 무제한으로 지원할 수 있었던 대입 수시지원이 '6회'로 제한된다. 늦었지만 큰 틀의 안목으로 보아서 정말 잘된 일인 것 같다.
 
이렇게 횟수를 제한하게 된 배경을 대교협에서는 "학생의 경우 본인의 적성ㆍ진로와 상관없이 수십 개에 이르는 전형에 지원하고 논술ㆍ면접을 준비하기 위한 부담이 크다"는 점을 들고 있다. "이밖에 중복지원에 따른 대학별 고사 응시로 인한 고교 수업 결손, 다수 중복합격자에 따른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대학입학의 수시'뿐만 아니라,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이 지원하는 '본교단 신학대학원 입학시험'에서도 이러한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어야 하리라고 생각된다. 대학을 졸업하는 학생들의 연령대는 사회인으로 한창 일해야 할 시기이고, 그 중에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 일해야 할 사람도 있다. 그런데 특정 신학대학원을 염두에 두고 6~7번 지원하고 심지어 10번 이상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는 말을 듣는다. 한창 일할 시기인 대학 졸업자들이 그렇게 오랜 시간을 입시에 매달린다는 것은 사회적인 손실이 크다고 본다. 6~7년 또는 10년이란 시간은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난 후 '석사' 혹은 '박사' 학위에 도전하고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을 정도의 기간이 되고, 존경받는 어느 목사님 밑에서 '부교역자'로 들어가 목회를 배워, '어엿한 교역자'로 일할 수 있는 기간이 될 수도 있다.
 
신학대학원 입시가 언제나 계속 이렇게 호황일 거라고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할 것이다. 취업의 문이 좁아진 사회적 현상과 신학대학원 입학에 몰리는 현상을 같은 맥락에서 관찰하는 이들도 있다. 몰려오는 유능한 학생들을 한 명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이제 신학대학원 학생들이 졸업하고 일할 수 있는 곳을 찾기가 어려워진 안타까운 현실을 바라만 보고 있다. 이러한 현실 때문인지 신학대학원 입시생들 사이에서는 자신이 선호하는 학교가 있어 그 목표를 두고 올인한다.
 
어떤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것이 목회자의 인격을 결정하거나, 목회의 질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어떤 것을 배우고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목회를 지향하고 어떤 사명감으로 일하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닐가?
 
필자가 공부한 독일 튀빙엔에서 한국인의 마음 속에는 여전히 '서울의 명문대학'과 '지방의 이름 없는 대학'이란 등식이 존재하여 우리를 괴롭혔다. 하지만, 독일 교수님들이나 독일 동료 학생들 사이에서는 한국인에 대하여 그러한 등식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을 보았다. 우리 스스로가 이런 울타리 속에 빠지고, 우리 자신에게 올가미를 씌우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괴테는 데미안에서 '알을 깨는 아픔이 없이는 새가 넓은 세상을 볼 수 없다'고 했다. 우리가 스스로 매긴 등식을 깨지 않으면 우리 한국 교회의 미래는 밝지 못할 것이다.
 
사람들의 눈에는 최선의 길이 늘 최선이지만 하나님의 눈에는 차선이 최선이 되는 경우도 많다. 아브라함의 차선, 모세의 차선 또 바울의 차선은 하나님의 최선임을 우리는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지 않는가? 이러한 이유로, 물론 필자의 제안이 아무런 힘이 없겠지만, 어느 신학대학원을 지원할 수 있는 횟수를 제한하기를 제안한다. 그 제한 횟수까지만 지원하되 그 이후로는 차선을 선택하도록 기회를 주는 것도 그 지원자의 인생을 배려하는 것이 되고, 또 우리 대한민국 교회의 인적 자원을 보호하는 제도적인 장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배재욱 / 목사ㆍ영남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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