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번째 수혜자 라오스 소녀 '주아'

73번째 수혜자 라오스 소녀 '주아'

[ 교계 ] 땅바닥 기어다니던 8살 소녀의 눈물이 '희망'이 되다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1년 12월 27일(화) 14:11
강직성 뇌성마비 진단,수술 없이 평생 걷지 못할 상황
노은중앙교회 교인,한마음으로 후원해 새생명 선물

   
▲ 노은중앙교회 담임 최석락목사와 최 목사에게 윗몸일으키기 동작을 보여주는 주아 양이 함박 웃음을 짓고 있다.


지난 12일 신탄진 한일병원 병실에서 만난 라오스 소녀 주아(본명 쭈아 허)의 모습은 해맑았다. 8살 아이의 천진난만한 미소,거기다 귀여운 눈웃음까지. 주아는 병원에서도 간호사들과 타병실 환자들에게 인기만점이었다.
 
병원을 함께 찾은 노은중앙교회 담임 최석락목사에게도 연신 웃는 얼굴로 윗몸일으키기 같은 동작을 보여주며 자신의 회복된 몸상태를 자랑하고 있었다. 최 목사도 주아의 애교에 연신 함박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애교만점의 소녀 주아의 첫인상은 귀엽거나 사랑스럽지는 않았다고 한다. 최 목사가 주아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 5월. 최 목사가 소속되어 있는 땅끝선교회 회원들과 함께 선교지 확대를 위해 라오스 우앙프라방이라는 곳에 갔을 때다. 최 목사는 '끼우딸룬'이라는 시골마을을 방문하게 됐다. 그 마을은 우리나라 50~60년대의 생활수준으로 90가구가 살고 있는 작고 낙후된 지역이다. 언어도 라오스어가 아닌 소수언어인 산족어를 써 주류로부터 밀려난 소외된 이들이었다. 이러한 지역을 돌다가 만난 소녀가 주아였다.
 
   
당시 주아는 발목관절이 기형의 형태를 띠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치료를 받지 못한채 방치되어 다 떨어진 옷을 입고 땅바닥에서 기어다니며 걸인,혹은 동물 같은 생활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맨 바닥에서 기어다니느라 다리부분은 8살의 뽀얗고 부드러운 피부가 아닌 마치 코끼리의 피부를 연상시킬 정도로 굳은 살이 두껍게 배겨 있었다. 또래의 아이들과는 어울리지 못해 혼자 외롭게 지내며 지나가는 이들을 눈물을 글썽이며 쳐다보곤 했다.
 
최석락목사가 주아를 처음 마주쳤을 때도 울고 있었다고 한다. 목회자 일행들이 현지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눠주는데 그 무리에 끼지 못하는 주아는 뒤쪽에서 기어다니며 울고 있었다고 한다.
 
최 목사와 주아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 이후 최 목사는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거지꼴을 하고 울어대던 주아의 모습이 사라지지 않았다고 한다. 새벽기도를 할 때도 예배를 드릴 때도 주아의 처참한 모습은 오히려 점점 더 선명하게 기억됐다. '아,주님의 명령이구나.'
 
   
최 목사는 라오스에서 선교하고 있는 박태영선교사에게 전화해 주아를 현지에서 치료할 수 있는지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수도인 비엔테인의 병원에서는 엑스레이 두장만 겨우 찍어 보내왔다고 한다. 최 목사는 그 엑스레이를 의사인 교회 시무장로에게 보여주었다. 의사의 판단은 이 엑스레이로는 확실한 상태를 알 수 없고,아마도 라오스에서는 치료가 불가능할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기도 끝에 한국으로 주아를 데려오기로 했다. 그런데 주아를 한국으로 데려오는 과정은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주아는 호적에도 오르지 않아 주민등록번호가 없었다. 먼저 여권을 만들기 위해 뒤늦게 출생신고를 하고 주민등록번호를 만들었다. 그런데 개발도상국 특유의 부정부패와 태업으로 인해 일의 진전은 늦어졌고 때로는 뇌물을 요구하기도 했다.
 
비용도 문제였다. 주아가 한국에 들어오는데 드는 항공료와 행정비는 물론,주아와 수술비,입원비,그리고 체류비(삼촌 포함)까지 한 교회가 감당하기에는 큰 비용이 예상됐다. 그러나 다행히 노은중앙교회 성도들은 한 마음으로 주아를 돕기로 했다.
 
본보의 새생명 새빛 캠페인과도 연계되어,비록 캠페인의 조건에 딱 들어맞는 것은 아니지만 본보의 양해로 73번째 수혜자로 결정됐다. 본보는 적립되어 있던 지난 제92회 총회 헌금으로 주아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런 어려움 끝에 주아가 한국 땅을 밟게 된 것은 수개월이 지난 9월 27일에서야 이뤄졌다. 삼촌과 함께 방한한 주아는 두려움에 움츠러들었다. 그렇지만 최석락목사 부부와 노은중앙교회 성도들의 따뜻한 보살핌에 이내 마음을 열었다. 통역자를 구할 길이 없어 말이 통하지는 않았지만 성도들의 따뜻한 마음은 전달됐다.
 
노은중앙교회의 교인들은 수시로 주아를 찾아 간식을 건네고,함께 기도했다. 교인들의 왕래가 잦을수록 주아의 얼굴은 더욱 밝아졌다. 라오스에 돌아가서도 성도들의 따뜻한 마음을 기억하며,삼촌과 함께 꼭 교회에 다니겠다고 약속했다.
 
의사는 주아가 강직성 뇌성마비라는 소견을 냈다. 지금 수술하지 않으면 평생 걸을 수 없는 것은 물론, 성장하면서 더 심하게 관절이 뒤틀리게 된다고 말했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주아의 치료를 담당한 김기경원장은 "태어나서 치료약을 써본 적이 없어서 상태가 예상 이상으로 너무 좋아져 곧 걸을 수도 있을 것 같다"며 "한 가지 염려되는 것은 라오스로 돌아가 재활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이 염려된다"고 말했다.
 
최석락목사는 "주아와 정이 많이 들었는데 이제 헤어질 것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마음이 아파온다"며 "라오스에 돌아가서도 치료 잘 받고,가난과 장애를 극복하는 신앙으로 훌륭한 사람이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주아는 삼촌과 함께 지난 27일 노은중앙교회 성도들의 환송을 받으며 고국인 라오스로 돌아갔다.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