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끝자락에서

한 해의 끝자락에서

[ 목양칼럼 ] 목양칼럼

강무순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1년 12월 27일(화) 14:00

어느날 장로 투표를 주일 앞두고 한 안수집사님과 부인 권사님이 찾아 왔다. 자신을 후보자 명단에서 제외시켜 달라는 간곡한 부탁이었다. 지난 선거에서 탈락자 중에 아쉽게도 가장 많은 표를 얻은 분이셨다. 이유인즉 이제 나이도 많이 들고 열심히 섬길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직분이 주어지면 하나님 앞에서 주어진 시간, 할 수 있는 만큼 충성하면 되는 것이지 오랜 기간 젊은 사람처럼 앞장서서 교회를 섬기는 것만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만류하며 돌려보냈다. 그 후 한 주일이 지나 다시 두 분이 찾아와 그동안 기도하며 많이 생각해 봤는데 자신이 후보자로 참여하면 표가 갈리게 되어 젊은 사람이 일할 기회를 놓치게 되니 꼭 허락해 달라는 것이었다. 신앙으로 보나 덕망으로 보나 연세로 보나 될 가능성이 많은 분이셨다. 하도 간곡하게 말씀하셔서 투표일에 성도들에게 그 취지를 설명하고 후보를 사퇴하였다. 마침 그날 피택자 중에 한 분이 아슬아슬하게 장로로 피택되는 일이 있었다. 교인들은 이 일이 아니었다면 피택자 중 한 분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그건 그렇고 한사코 직분을 사양했던 그 분들은 은퇴를 할 때까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으로 최선을 다하여 교회를 섬기는 충성스런 일꾼이었다. 사역을 감당하다보면 별의별 사람들 때문에 힘들고 지칠 때도 있지만 이러한 직분자들로 인해 행복하게 사역하도록 힘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
 
성장가도를 달리던 한국교회가 저마다 몸살을 앓고 있다. 대부분 교회의 목사를 비롯한 교회 지도자들 때문이다. 주의 종으로 부름을 받은 목사가 교주가 되어가고, 주와 교회를 위해 부름을 받은 목사들이 자신의 종이 되어 탐욕을 위해 일하기 때문이리라. 섬기라고 주신 직분인데 특권층인양 감찰하는 감독자가 되고, 동역자로 세워주니 판단하고 정죄하는데 바쁜 지도자들 때문이리라. 부족함을 채워주기 위해 세움을 받은 일꾼들이 자신을 모른 체 남을 판단하고, 허물을 덮어 주라고 세움을 받은 일꾼들이 오히려 의인인양 남의 허물을 들추어내고 참소하기 때문이리라. 문제 해결을 위해 세움을 받은 일꾼들이 오히려 문제를 만들고, 몸으로 일하라고 부름을 받았음에도 입으로만 일하려고 하기 때문이리라. 직분을 얻으려는 일에는 바쁘면서도 직분을 감당하는 일에는 게으른 직분자들, 서야 할 자리를 망각한 직분자들 때문이리라. 초심을 잃어가는 직분자들, 첫사랑을 잃어가는 직분자들 때문이리라. 세상이 기독교를 '개독교'라고 비꼬아도 변명할 말을 잃고, 교회마저 이런 안타까운 현실을 바라보며 비판만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교회를 살리려면 비판을 넘어 서서 이제라도 다시 하나님이 찾으시는 일꾼을 세우고, 섬기는 자세로 말씀으로 훈련하는 일이 필요하다. 목회의 현장에서 여전히 하나님은 능력이 많은 사람, 재능이 많은 사람, 경력이 많은 사람, 돈 많은 사람보다도 남을 앞세우며 양보하는 사람,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섬기는 사람, 주의 종과 뜻을 같이하는 동역자를 통해 교회를 교회되게 하심을 본다.
 
좋은 일꾼을 찾고 세워야 한다. 그리고 주님은 오늘도 나에게 좋은 일꾼을 길러내라고 말씀하신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나는 주의 일을 위하여 죽기에 이르러도 자기 목숨을 돌보지 아니한 에바브로디도와 같은 일꾼을 얼마나 길러냈는가? 주의 일을 위하여 주의 종과 뜻을 같이할 디모데와 같은 직분자를 얼마나 길러냈는가?를 돌아보며 부끄러움으로 결산해 본다.


강무순 목사(성원교회)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