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결산-(5)연합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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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계 ] '교회의 위기'가 곧 사회의 위기로 통용됐던 한 해

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2011년 12월 27일(화) 13:48
 고삐풀린 말처럼 수습 어려운 한기총,최근 재정비리 의혹으로 법정싸움 예상
 KNCC는 에큐메니칼의 리더십 아쉽고,찬송가공회는 법인 승인 취소 우려까지

'한국교회가 위기다'라는 인식은 이제 교계 중심부에서만 회자되는 소수의 의견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2011년은 교회의 위기가 우리사회에서 통용되는 상식처럼 일반화되어 버린 격변의 해로 기억되고 있다. 이 와중에 한국교회의 연합사업들도 표류를 거듭했다. 무엇보다 고삐 풀린 말처럼 날뛰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사태는 이단들의 우회 영입으로까지 이어지면서 수습이 어려울 정도로 최악의 상황이 되고 있다. 에큐메니칼 운동을 대표하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도 명확한 아젠다 설정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한해 동안의 교회 연합사업들을 점검해 본다.
 
혼란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한기총 사태는 연말이 되도록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전ㆍ현직 대표회장들 간의 갈등으로 촉발된 한기총 사태는 단지 표피적 현상만으로 갈등의 원인을 유추하기에는 오래도록 쌓여온 구조적인 문제들이 많았다는 게 공통된 평가다. 논란은 길자연목사가 대표회장 후보로 등록하면서부터 드러났다. 직전 대표회장이었던 이광선목사는 이미 두차례나 대표회장을 지낸 사람이 다시 후보등록을 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결국 실행위원회가 길 목사를 대표회장에 선출하면서 상황은 급전직하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고소ㆍ고발이 이어진 것도 이때부터였다.
 
급기야 올 1월 정기총회에서 이광선목사의 회의장 이석과 길 목사 지지측의 대표회장 인준 등의 사태가 불거졌다. 이 목사는 이후 기자회견을 자청해 선거과정에서 자신도 "돈선거를 했다"고 밝힌 후, 길 목사를 압박했다. 돈선거를 자인한 기자회견은 그동안 소문으로만 돌던 한기총 금권선거를 기정사실화 했으며, 결국 길자연 대표회장이 직무정지 되는 일로 이어지는 단초를 제공한다. 기자회견 후 이광선목사 지지측은 법원에 총회결의 무효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길자연대표회장의 직무정지를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지난 3월 길 대표회장의 직무가 정지된다.
 
법원의 명령으로 직무대행에 임명된 김용호변호사는 소송 당사자와 회원교단 및 단체, 그리고 명예회장 등을 대상으로 청문절차를 거쳐 한기총 개혁방안을 마련했다. 7월 7일 열린 총회에서 정관개정안을 상정한 김 변호사는 논란 끝에 대표회장 출마자의 자격강화와 교단 순번제 등을 골자로 하는 선거관리규정과 정관 등을 통과시켰다. 당시 통과된 정관은 대표회장 임기의 1년 단임, 공동회장 및 부회장 수의 축소, 선거관리위원회 구성에서 대표회장의 권한 축소 등이었다. 특별총회에 참석한 총대들은 개정안 통과에 적극 참여하며 개혁에 대한 큰 기대감을 낳았다. 법원은 이러한 특별총회의 결과를 감안해 8월 길자연대표회장의 직무정지를 해제했다.
 
하지만 길 목사의 복귀 이후 한기총은 수습이 어려운 지경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대표회장에 복귀한 길 목사는 이른바 '4인방 체제'를 구축하고 전횡을 일삼는다. 지난 10월 28일 실행위원회를 연 한기총은 선거관리규정과 정관개정안을 기습적으로 상정했다. 골자는 특별총회에서 이미 개정된 것을 원점으로 돌리는 것. 찬반토론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일방적인 진행 끝에 상정한 안건들을 모두 통과시켰다. 안건 처리 방식도 도마에 올랐다. 이날 길 대표회장은 개정안들을 우선 축조한 뒤에 기립으로 의사를 물어 최종결정을 했다. 이 같은 파행의 끝에는 차기 대표회장 후보로 거론되는 모 목사가 있었다. 특정인을 밀어주기 위한 초법적인 운영이라는 비난이 나오는 결정적인 동인을 제공했다. 이후 본교단을 비롯해서 예장 고신과 백석, 성결교와 기하성 등 주요교단들이 '불법 개악'이라며 적극적인 연대를 통해 대처하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재정 비리 의혹까지 터지자 결국 본 교단을 비롯한 10개 교단 총무들은 서울지방검찰청에 길자연대표회장과 김운태총무, 배인관장로 등을 고발하기에 이르른다. 결국 법의 판단으로 넘어간 한기총 사태는 여전히 안개 속에서 해법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어 새해에서 여전히 뉴스의 중심에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도 괄목할만한 리더십을 펼치는데는 아쉬움이 남는 한 해가 됐다. 에큐메니칼권에서 잔뼈가 굵은 김영주총무는 교회협의 새로운 수장으로 의욕적인 출발을 했다. 한해 동안 김 총무는 한국교회발전연구원 설립, 대북 인도주의적 지원, 루터교 및 정교회의 회원가입 등을 성사시켰다. 하지만 에큐메니칼권의 리더로서의 입지는 여전히 부족한 형편이다. 야심차게 기획했던 한국교회 긴급회의도 교단들의 저조한 관심 속에 그렇다할 결실을 맺지 못했다. 또, 노숙자선교를 하나로 모으기 위해 시작한 홈리스대책기구도 활발한 활동을 못하고 있어 아쉬움을 남겼다.
 
재단법인 한국찬송가공회는 격랑 속에서 한 해를 보냈다. 4년째 한 사람이 대표회장을 맡으면서 연합기관의 사유라는 비판가지 받고 있는 찬송가 공회는 최근 들어 법인 승인을 취소해 달라는 각계의 요구가 충남도청으로 향하고 있어 자칫 법인이 취소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교회협은 충남도청에 공문을 발송해 "법인 승인을 취소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역시 지난 4월에 이어 두번째로 충남도청에 공문을 보내 사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과 재단법인 설립 과정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처럼 교계가 강하게 공회를 압박하는데는 지난 6월 나온 서울고등법원 판결이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당시 고등법원은 재단법인 찬송가공회가 주장하는 일부 찬송가 저작권과 관련, 기존의 찬송가공회와 양도ㆍ양수 계약을 체결했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재단법인 찬송가공회가 저작권을 주장할 근거가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당시 재단법인 찬송가공회는 이에 반발해 상소했지만, 대법원이 이를 기각함에 따라 판결이 확정됐다. 무엇보다 주목한 점은 본 교단 총회가 재단법인 한국찬송가공회에 대한 재조사 및 정상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총회 찬송가공회대책위원회(위원장:김정서)는 11월초 회의를 갖고 찬송가공회에 대해 "공정한 입장에서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그간의 자료를 충분히 검토한 뒤 원점에서부터 재조사한다"고 결정해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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