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령아,넌 하나님 아들이란다"

"어령아,넌 하나님 아들이란다"

[ Book ] 지적장애인 아들을 첼리스트로 길러낸 어머니 송명애 집사의 에세이집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1년 12월 20일(화) 16:05
   
▲ 언제나 자신감이 넘치는 어령이 뒤에는 항상 "너는 하나님의 신사야"라고 응원해주는 어머니 송명애집사가 있다.

"어령이인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지난 14일 저녁 온누리교회 서빙고성전,첼리스트 김어령의 특별한 공연을 보기 위해 반가운 얼굴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무대 뒤에는 항상 아들의 곁을 지키는 어머니 송명애집사가 있었다. 외아들로 태어난 어령이가 뇌손상으로 지적장애 2급 판정을 받은 뒤부터 그녀는 기꺼이 2인 1조,아들의 그림자가 되어왔다.
 
이날 음악회는 유치원 특수교사에서부터 고등학교 은사,현재 미국에 거주 중인 미술교사 등 오늘의 어령이를 있게 해준 사람들에게 "어령이가 이렇게 컸습니다"하고 인사하는 자리였다. 음악회가 끝나갈 즈음 케이크를 든 어령이가 어머니를 위해 "사랑합니다~"하고 축복의 노래를 부르는 깜짝 순서도 마련됐다. 행복할 겨를도 없이 모든 순서가 무사히 마쳐지기를 전전긍긍하던 송 집사의 마음이 순간 풀어졌다. '우리 어령이가 그새 많이 컸구나...'
 
이튿날인 15일 '어령아,훨훨 날아라(가이드포스트)'를 펴낸 저자 송명애집사를 같은 장소에서 만났다. 어령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부터 '언젠가는 책을 내야겠다'고 남몰래 결심했던 것이 10여 년 만에 이뤄졌다. 어령이의 엄마가 아닌 '송명애'란 이름으로 선 것이 오랜만이기도 할 터인데 그는 "저는 그냥 밥 아줌마에요. 된장 고추장도 잘 담고 밥 잘해요"라며 더없이 편안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책이 나오고 가장 행복해한 것은 남편이다. 해군 시절 '애인 편지 콘테스트'에 선발돼 5일간 특박을 나왔던 일을 떠올리며 어령이 아빠는 "연애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며 즐거워했다.
 

   
▲ '부활' 캔트지 위에 잉크 35x25cm,예수님이 부활해서 하늘나라에서 어령이와 만나고 있습니다. 예수님이 살아나셨기 때문에 무덤은 깨뜨려 버려야 합니다.
"우리 엄마들 너무 아프잖아요. 그런데 전 너무 편안한 것 같아서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왜 그렇지 하고 제 속을 들여다보니 하나님 때문이더라구요. 하나님 앞에 어령이를 내어놓는다는 고백을 드리면서부터 이상할만큼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송 집사는 '아픔도 아름답게 사용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기로 했다. '내 아이 보다 하루만 더 길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식의 신파극은 쓰지 않기로 했다. "새콤달콤한 알사탕을 까서 입에 딱 넣어주는 심정으로" 단숨에 썼고 "화장실에 들고 들어갔다가 아 재미있어 하지만 눈물 찔끔 흘려주면 완전 성공",더 바랄 것이 없단다.
 
그렇다고 어령이네 가족이 아픔과 고통의 의미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날 송 집사는 아들이 '첼리스트'란 이름으로 서기까지 수많은 눈물을 흘렸을 시련의 세월들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어령이는 매일 매일이 행복하기만 하다. "너는 하나님의 신사야"라며 '하나님의 자녀'라는 정체성을 세워주는 데 올인한 결과다. "내년에 아빠가 퇴직하면 강화도 가서 살자"고 농담을 했더니 요즘 교회에 오면 곧장 본당에 올라가서 "강화도 가기 싫습니다. 돈 많이 벌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한단다.
 
마지막으로 송 집사는 꼭 하고 싶다는 얘기가 있다고 숨을 골랐다. "우리 엄마들이 지적장애인이라고 하면 가르쳐야 할 것이 너무 많아 신앙교육까지 신경쓰기에는 여력이 없어요. 횡단보도를 건널 때 빨간 불에 건너면 안된다든지 생명에 직접 관여되는 것들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어령이가 신앙교육을 받으면서 얼마나 행복해졌는지 모릅니다. 하나님께 다 맡겨드리고 그분 하시는대로 따라가는 것이 저에게는 최선이었어요."
 
<김어령은…> 1983년생으로 지적장애2급 장애인이지만 미국 홍콩 체코 독일을 포함해 국내외에서 많은 연주회를 가진 첼리스트다. '어령이와 함께하는 알콩달콩 이야기전'이라는 개인전을 열었을만큼 미술적 재능도 뛰어나다. 현재 세종대학교 대학원 음악과에 재학 중이며 온누리사랑챔버와 밀알앙상블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2009년에는 서울시에서 주는 장애극복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