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기억은 살아남은 자들의 것'

'아픈 기억은 살아남은 자들의 것'

[ 교단 ] 일본 쓰나미 피해자들의 슬픔과 고통 여전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1년 12월 20일(화) 15:52
본교단 총회는 지난 15~17일 일본 재해지역을 방문하고,일본기독교단에 구호헌금을 전달했다. 또한,본교단 파송 일본선교사들을 만나 이들의 노고를 위로했다. 이번 방문을 통해 본교단은 일본 재해구호를 사실상 마무리 지었으며,일본기독교단과의 에큐메니칼 협력과 우정을 재확인했다. <편집자 주> 

【도쿄=표현모차장】 지난 16일 일본의 중부지방 이시노마키시(市)에 위치한 오가와(大川)소학교. 곳곳에 파괴의 흔적이 역력한 붉은 건물 위에는 굵은 눈발이 쌓이고 있었다.
 
오가와소학교는 지난 3월 11일 일본 대지진 발생시 쓰나미로 인해 전교생 1백8명 중 70명이 사망하고 4명이 실종된 초등학교다. 당시 학교에 상주해 있던 교직원 11명 중 단 한 명만이 생존한,자연재해로 인한 아픔과 슬픔을 여실히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소다.
 
이곳을 찾은 박위근총회장,조성기사무총장,이승열 사회봉사부 총무,김병호선교사,임태호선교사,그리고 기자는 한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 학교 건물 앞에는 아직도 아이들을 마음 속에서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는 부모들이 아들과 딸들이 좋아하던 물건과 음식,그리고 꽃들이 가득했다. 자녀들이 매일 같이 사용했던 머그잔에 담긴 싸늘하게 식은 코코아,인형,크리스마스 카드…. 자녀를 잃은 그 거대한 슬픔이 쓰나미처럼 방문단 개개인의 마음 속에 밀려왔다.
 
지진이 발생한 3월 11일 오후 2시46분 강력한 지진으로 교실의 유리창이 모두 깨질 정도로 심한 진동 속에서 오가와 지역에는 쓰나미 경보가 울렸다. 1학년부터 6학년 학생까지 전교생들은 각 학년별로 한명씩 6명이 한 조를 이루어 대피를 시작했다. 주변의 높은 곳을 찾던 선생들은 남쪽에 위치한 산은 너무 미끄럽고 가파라 저학년 학생들이 올라갈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어느 정도 높이가 있는 다리 위로 가기로 했다. 그러나 학생들과 선생들이 다리를 향해 이동을 시작하는 그 순간 시속 4백km의 쓰나미가 이들을 덮쳤다.
 
쓰나미경보를 듣고 부모와 피신한 학생들과 가까스로 산으로 기어올라간 학생들 34명만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쓰나미가 지나간 후 슬픔과 고통은 살아남은 자들의 것이었다. 6학년 조장을 맡은 한 학생은 저학년 동생들과 정신없이 대피하다가 어느 순간 동생들 손을 놓쳐 자신만 살아남았다고 울었고, 살아남은 단 한명의 선생은 자책감에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만 했다. 쓰나미가 물러간 뒤 오가와 초등학교에 모인 지역주민들은 곳곳에서 찾은 가방 70여 개를 운동장에 모아 놓고 눈물바다를 이뤘다.
 
이러한 슬픔의 현장을 방문한 총회 방문단은 굵은 눈발이 휘날리는 속에서 자녀를 잃은 부모들과 가족들,아직도 방사능 공포 속에 있는 국민들,일본 재해지역의 재건을 위해서 기도했다.
 
기도 후 방문단은 인근 지역을 돌며 피해상황을 확인했다. 비록 방송과 신문에서는 피해복구가 상당한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고 하지만 매스컴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시골지역은 아직도 폐허 그대로 손도 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일본은 쓰나미 피해지역이 광범위해 이의 복구도 관심사이지만 방사능 공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며칠 전 일본 최대의 분유업체인 메이지분유에서 세슘이 발견됐다는 보도를 기점으로 일본사회는 지금 모든 식품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상태. 세슘은 유전자 변형을 일으켜 암과 백혈병을 유발해 특히 어린 자녀들을 가진 부모들은 민감할 수밖에 없다. 본교단 선교사들과 그 가족들도 이러한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도쿄에서 사역중인 임태호선교사는 "현재 NGO 등 민간 조사에서는 식품의 세슘 농도가 심각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지만 정부에서는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며 "현재 선교사들과 가족들은 식생활을 하면서도 혹시나 세슘이 몸에 축적되지는 않을까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방사능 공포 속에 일본의 재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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