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치리

아름다운 치리

[ 목양칼럼 ] 목양칼럼

강무순 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1년 11월 28일(월) 17:11

목회를 하다 보면 교회 공동체와 성도를 위해 나쁜 일만이 아니라 좋은 일도 함구하고 가슴에 묻어야만 하는 이야기가 있다. 필자에게도 한 편으로 아름다운 일이면서도 숨겨야만 할 일이 있었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일로 말미암아 공개된 이야기여서 이제는 미담으로 이야기 할 수 있게 되었다.
 
처음으로 부임한 단독목회지에서 한참 재미있게 목회를 하고 있을 때였다. 교회의 지경을 넓혀 가던 중 새로운 사택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을 은행에서 대출하게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교회의 재정이 여유가 생기자 당회에서 그 돈을 갚기로 결정하였다. 담당 장로님에게 처리하게 하였는데 일 년이 가까이 돼서야 이 일이 제대로 처리되지 못한 것을 알게 되었다. 직장 생활로 바빠서 다른 장로님에게 부탁을 하였는데 부탁받은 장로님이 사적인 급한 일로 헌금을 유용하게 된 것이다. 바로 갚는다고 하였으나 차일피일 미루자 이 일로 고민하던 담당 장로님이 이 사실을 털어놓게 되었다. 필자는 당사자를 만났고, 이 일에 책임을 지고 사직서를 제출하였다.
 
당회에서 의논하던 중 한 젊은 장로님이 아름다운 제안을 했다. 교회가 평안하고 부흥하여 행복하게 신앙생활하고 있는데 이 일로 교회가 다시 불행해지지 않도록 유용한 헌금을 당회원들이 분담하여 처리하자는 것이었다. 그 사건이 있었던 당시에 장로가 아니었던 그는 유용한 사람만이 아니라 재정 관리를 소홀히 한 재정부장과 특별회계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있는 분이었다. 당회원들의 희생을 통해 교회를 세우고 실족한 지체를 세우자는 이 제안은 권징의 본질적 목적을 이루는 일이라 생각하였고, 자신의 희생으로 죄인인 우리를 치리한 예수님의 방법이라 판단하였다. 그래서 당회원들에게 한 주간 기도한 후 이 제안에 전원이 기쁨으로 동의할 수 있을 때 받아들이기로 하였다. 다시 당회가 소집되고 만장일치로 동의하게 되어 필자와 함께 당회원들이 고통을 분담하기로 하고 당사자에게 취지를 설명하여 사표를 반려함으로 치리를 종결지었다.
 
그 후 교회는 은혜 중에 든든히 서 갔고 더 행복하게 목회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당사자만이 아니라 한 가족을 위기에서 건져낼 수 있었다. 그리고 필자가 사임하기까지 그 비밀은 잘 지켜졌다. 뜻밖에 이 사실이 공개되어 그 치리의 과정을 밝혀야 할 때가 되었을 때 예수님의 정신으로 치리한 사실을 당당히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 지면을 통해 다시 한 번 같은 뜻을 가지고 치리해 주신 장로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문제 없는 교회가 있을까? 언제나 어느 교회나 크고 작은 문제는 있을 것이다. 은혜가 넘치고 부흥하던 초대교회에도 구제로 인해 문제가 발생한 것을 볼 수 있다. 문제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그 문제는 우

   
리에게 기회가 된다. 오늘의 교회가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문제를 보는 날카로운 눈과 비판하고 정죄하는 입은 있어도 문제를 짊어지려 하고 그 짐을 같이 나누고자 하는 지도자들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나보다 교회를 먼저 생각하는 목사와 장로가 있는 한,함께 문제를 끌어안고 그 짐을 나누고자 하는 교회 지도자가 있는 한 교회는 여전히 희망이 있다.
 
얼마 전 새로운 임지에 가는 후배 목사에게 한 선배가 '어떤 경우에서든 사람을 살리는 목회를 하라'고 한 권면이 생각난다.

강무순 목사/군산성원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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