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순간 하나님 인도하심에 따를 뿐"

"순간 순간 하나님 인도하심에 따를 뿐"

[ 문화 ] 데뷔 60주년 맞은 윤복희권사,가스펠 앨범 '여러분' 발매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1년 11월 21일(월) 10:51
   

국내 뮤지컬계의 대모로 불리우는 윤복희권사(온누리교회),5살부터 무대 인생을 살아온 그가 올해로 데뷔 60주년을 맞이했다. 하지만 '60주년'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은 주변 사람들일뿐 정작 본인은 "어떻게 하다가 보니까…"라며 무덤덤하다. "너무 일찍 시작해서 그런가봐요." '뮤지컬 대모'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그건 걔네들이 붙인 거구요. 깡패도 아니고 대모가 뭐에요."
 
지난 1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윤복희권사가 멋쩍은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오는 12월 15∼29일 공연되는 가족뮤지컬 애니(Annie)에서 데뷔 60년만에 처음으로 악역을 맡은 그는 연습에 한창이었다. 뮤지컬 연습 뿐만 아니라 자서전 '저에요,주님'의 출간을 앞두고 표지를 고르는 일,일간지와의 인터뷰 등 이날도 그의 시계는 씩씩한 걸음걸이만큼이나 빠르고 힘차게 돌았다.
 
60년이면 강산이 여러번 바뀌고도 남을 긴 시간이다. 이쯤되면 악착같은 연습이 무의미할 법도 하건만, 윤복희권사는 여전히 연습벌레로 통한다. "아니요. 대사 외우는건 못해요. 연습하면서 내 안으로 입력해서 내가 되야죠. 지금도 보통 사람이 10번 연습한다면 50번 이상은 해야 해요." 매일 매일,순간 순간이 다르다는 그에게는 그 흔한 매너리즘도 없는 듯 했다. "무대에 설때마다 관객이 다르고 상황이 다르니 해석이 달라진다"는 것. 처음엔 영어가 한국말보다 편했다는 그는 질문하는 기자에게 '권태'란 단어의 뜻을 되묻기도 했다. 정말 그 의미를 모르는 걸까.
 
윤복희권사는 5살 이후로 줄곧 바쁜 인생을 살았다. 짐을 싸고 풀고,연습하고 공연하고,빈틈없는 스케쥴에 매여 있는 삶이었다. "평생 되돌아보면서 살지를 못했어요. 그래서 내 이름 석자를 다 내려놓고 하나님께서 창조해놓으신 세계를 보면서 만지고 듣고,그렇게 해보고 싶었어요." 60년만에 처음으로,그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안식년을 선포하고 긴 휴식을 가졌다. "외국에 일과 생활터전이 다 있었던만큼 사실 한국은 내게 선교지였다"고 뜻밖의 고백을 건넨 그는 안식년을 준비하며 한국을 떠나 이스라엘로 갈 생각도 있었다고 했다. 침대도 없이 살았는데 잠시 머무는 것이 꽤 길어졌단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의 발걸음을 돌리셨고,대표곡인 '여러분'이 갑작스레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됐다. 지난 8월 영적인 멘토였던 하용조목사가 세상을 떠나면서 지금 그는 음반 발매,자서전 출간 등 고인이 당부했던 숙제를 하나 하나 풀어가고 있는 중이다.
 
최근 발매된 가스펠 앨범 '여러분'도 그중 하나다. 가수 임재범씨가 '나는 가수다'에서 불러 화제가 된 '여러분'과 완성하는 데 꼬박 10년이 걸렸다는 'Acts',1982년 하와이국제가요제에서 그랑프리,베스트 퍼포먼스 등 2개 부문을 수상한 'I'll follow you' 등을 수록한 이 앨범은 수익금 전액이 선교사들의 사역을 돕는 기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간증 뮤지컬','우리는 하나' 등 라이브실황과 다큐멘터리 영상을 담은 DVD가 한 세트로 1976년 성령받은 이후 받은 말씀이라는 사도행전 1장 8절을 가리켜 윤 권사는 "내가 이 지구상에 남아있는 이유"라고 했다.
 
"예전에 하 목사님이 '여러분,그렇잖아요 여러분'하고 문장마다 여러분을 얘기하셨거든요. 사실 '여러분'은 대중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라 영어로는 It's you,내가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누구의 죄를 대속하고자 죽게 했는지 아니? '바로 너','너땜에'라는 뜻이에요. 나중에 영어로 들려줬더니 임재범씨가 그런 가사인줄 몰랐다고 굉장히 창피해하더라구요. 왜 사람들이 그렇게 열광했는지는 모르겠어요. 30년 전에도 제 기도는 아주 단순한거였어요. 딱 한번 생방송 무대(서울국제가요제, 1979년)에 서니까 주님이 말씀하신 것 전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는데 대상이 됐어요. 이번에도 주님의 뜻이 있으셨겠죠. 임재범씨는 1년간 욥기를 붙들고 있는 중이라고 하더군요." '여러분'의 영어가사를 직접 불러 보이던 윤 권사의 설명이다.
 
"주님의 통로 딴따라^-^* 한거 별로 없는데… 나이만 아주 많이 먹었어요." 윤복희권사의 페이스북(yoonbockhee@naver.com)에 자기 소개글이다. 종교란에 '기독교(성령을 받았어요 1976년 2월 27일에요)'라고 밝힌 것도 눈에 띈다. 65세란 나이가 무색할만큼 늘 활기가 넘치는 그에게 열정을 유지하는 비결을 물었더니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라는 짧은 답변이 돌아왔다. "주님이 저에게 찾아오신 사실을 알리는 것", 두 문장을 연결한 후에야 이해가 됐다.
 
바쁜 일정을 뒤로 하고 지난 17일 윤복희권사는 20일간의 일정으로 호주ㆍ뉴질랜드로 출국했다. 내년 1월에는 인도로 간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따르기 위해 순간 순간 최선을 다할 뿐"이라며 인터뷰 내내 특별한 계획이나 꿈을 이야기하지 않던 그가 마지막으로 뮤지컬 배우로서의 바람을 말했다. "사람들이 저를 보면서 (뭔지는 모르지만) 답답해했던 그 무언가가 뚫리는 듯한 해답을 얻었으면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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